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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행, 시작은 역시 비행기표
▲ 최재훈 여행작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얘기가 흘러나오기 전인 지난해 9월 말. 이런저런 원고 마감의 압박에 주변머리의 머리털이 일제히 흰머리로 변하면서, 동시에 거북목 증상은 최고조에 이르러 뒷목을 넘어 어깨를 타고 팔꿈치까지 찌릿함이 이어지고 있었다. 몰골은 좀비에 가까워져 있었고. 이럴 땐 역시 여행 냄새를 몸에 한번 끼얹어 줘야 사람 꼴로 되돌아올 수 있다. 책상 앞에 모니터를 끼고 앉아 키보드로 할 수 있는 여행 냄새란 게 별게 없다. 구글 지도를 열어 가고 싶은 곳에 하트 표시를 하다, ‘스트리트뷰’로 가상현실 여행도 좀 즐겨 보고, 그러다 욕망이 좀 더 커진다 싶으면 항공권을 검색해 보는 일. 의자 끝에 궁둥이 붙이고도 할 수 있는 방구석 여행법이다. 이 날도 역시 그랬다. 마감도 마다하고 방구석 여행을 시작했다. 겨울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떠나는 가족 여행을 이번에는 좀 가까운 곳에서 해치우자고 얘기하던 터였다. 그래서 먼 여행은 방구석에서나 하자는 심정으로 이집트며, 아프리카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아직까지 못 가 본 베네치아행 항공권 검색에서 손이 딱 멈췄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고백하건대 베네치아에 물난리도 나고 해서 혹시나 싸게 나온 게 없을까 싶은 얄팍한 마음이었다. 혹시나는 역시나로 끝나기 마련. 한 번 경유해서 가더라도 왕복 9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항공권. 흐음…. 또 한 번의 혹시나를 기대하면 날짜를 1월1일로 바꿔서 검색 시작! 여태까지의 경험으로 미뤄 보면 12월31일과 1월1일 항공권이 싸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새해를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탓이리라 짐작만 해 볼 뿐 정확한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딱 걸렸다. 베네치아로 직행하는(무려 직항이다. 경유 없는) 아시아나 항공권이 73만원. 게다가 돌아올 때는 로마에서 탈 수 있다는 엄청난 비밀을 간직한 항공권이 나타났다. 방구석 여행자는 깊은 시름에 빠진다. 이탈리아 여행이 겨울에는 대체로 비수기지만 방학으로 접어드는 1~2월의 우리나라는 준성수기에 가깝다. 그러니 이런 비행기표가 뜨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 대어를 앞에 두고 낚시를 거둘 강태공이 어디 있겠는가? 가족들에게 급히 ‘톡’을 날려 일정을 확인한다. 다행히 1월1일부터 2주 동안 특별한 일은 없다는 즉각 회신! 그렇다면 망설일 게 뭐 있으랴. 못 먹어도 3개월 할부로 결제 완료! 이탈리아 왕복 비행기 티켓의 예약은 이렇게 끝나 버렸다. 뭔가 대단히 즉흥적이었다. 항공권을 사고 나니 원고 마감에 대한 의욕이 솟구친다. 이젠 벌어야 한다! 항공료는 물론이고 숙박비에, 스파게티 먹을 돈까지! 방구석 여행이 실제 여행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선순환 구조라며 스스로를 칭찬한다.

모든 해외여행은 비행기 티켓을 끊는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 그전까지의 모든 계획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다. 계획이 1도 없었다 하더라도 비행기 표를 끊으면 그 순간 50%는 계획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여행 경비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비행깃값이 이미 결제돼 버린 데다 출발일과 도착일, 처음 도착할 도시와 마지막에 떠날 도시까지 결정돼 버리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렇게 싸게 나온 항공권은 취소 수수료가 비행깃값의 3분의 1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니 함부로 취소도 못한다. 한마디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스스로를 묶어 버리는 효과까지 있다. 그러니 여행을 주저하는 모든 이들에게 고하노니, 일단 비행기 티켓을 질러라. 그리하면 그 끝이 창대하리라.

앞에서도 살짝 얘기했지만 비행기표를 끊을 때 몇 가지 잔재주가 있기는 하다. 일단 여행하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그 지역에 있는 여러 도시를 도착지로 바꿔 가면서 항공권을 검색해 보는 게 좋다. 이탈리아라면 베네치아 출발·도착만 검색하지 말고, 베네치아·밀라노·로마를 모두 출발과 도착 도시로 교차해 가며 검색해 보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면 의외의 가성비 높은 티켓을 구할 수 있다. 직항이 무조건 좋다는 선입견도 버릴 필요가 있다. 경험상 비행시간이 8시간을 넘어서면 목은 뻣뻣해지고, 다리는 팅팅 붓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12시간 비행해야 할 코스를 반으로 나눠서 가는 게 더 어울릴 때도 있다. 물론 돈도 아낄 수 있다. 다만 시간을 대가로 지불할 뿐이다. 요일에 따른 비행기 요금 차이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일관된 법칙은 아니지만, 일요일 출발이 평일 출발보다는 싼 경우가 많다. 여행자라면 금·토를 출발일로 잡는 경우가 많고, 출장이라면 평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듯하다. 저가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짐을 공짜로 실을 수 있냐는 점이다. 대부분 국제선은 23킬로그램 이하 캐리어 1개는 공짜로 싣게 해 주지만, 일부 저가항공사는 이것마저도 유료로 돌리고, 기본 항공료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다. 때문에 항공권 결제를 하기 전에 항공권 세부 항목을 꼭 확인해야 한다. 그럼 이제 베네치아로 훨훨 날아가 보자.

여행작가 (ecocjh@naver.com)

최재훈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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