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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드러낸 오늘날 정치·경제의 취약성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오늘날 사회의 정치·경제적 문제들이 여럿 드러나고 있다. 바이러스 방역은 당국의 지도를 따른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는 다른 차원의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경제문제부터 살펴보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주요국 증시가 폭락했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과 유럽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없었어도 경기하강이 예상됐는데,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사태의 긴급성을 보여주듯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낮췄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가까스로 2% 성장률을 방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률은 1% 내외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까닭에 정부는 다급하게 11조7천억원의 ‘슈퍼 추경’을 편성했다.

세계 경제가 이렇게까지 크게 요동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에 빗대 말하자면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난 12년간 세계 경제는 겉으로만 멀쩡해 보였지 속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에 통화·재정 확장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남부유럽은 이로 인해 재정위기에 빠졌고, 세계적 자본이동으로 남미 각국은 정권이 무너질 정도로 수년째 경제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취약한 부분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남부유럽의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경제가 마비됐다. 이만큼 경제 체력이 바닥 상태였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얼마 전까지 기록적인 장기간의 경기 확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성장은 생산성 상승의 힘이 아니라 통화와 재정 확장의 ‘약발’ 덕분이었다. 여러 차례 약속했던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이뤄지지 못했고, 정부 재정적자도 전혀 줄지 않았다. 약발을 끝내면 경제가 침체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설비투자 같은 성장지표는 악화하는데, 주식시장은 과열되는 전형적인 거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가 폭락과 연준의 긴급대응은 거품경제의 취약성을 걱정하는 시장의 고민을 표현한다. 거품은 심리에 좌우된다. 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거품이 붕괴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의 활력을 이끌었던 중국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은 양적 성장을 위해 국영기업이 부채를 쌓으면서 생산을 늘렸다. 국영은행은 ‘묻지마 식 대출’을 제공했다. 하지만 낮은 수익성을 생산량으로 상쇄하는 기업경영은 소비 감소에 치명타를 입는다. 코로나19 이후 민간소비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경우 국영기업과 은행이 동시에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한동안은 막대한 외환보유고로 버틴다고 해도, 은행 부실채권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는 코로나 전시경제가 끝난 이후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내우외환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내에서 2008년 이후 10년간 경제성장이 높았던 편에 속한다. 중국 고도성장의 혜택을 크게 봤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하강과 함께 수출이 감소하고 있고, 앞으로는 자동차산업 구조조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침체할수록 한국 제조업의 어려움도 커질 것이다. 내수는 수출보다 더 심각하다. 특히 경제침체에 취약한 자영업 부문은 ‘그로기’ 상태다. 코로나가 자영업 몰락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서울·수도권 부동산은 식지 않는다. 실물경제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최후 도피처로 서울 부동산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서울·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실물경제의 괴리가 더 커질 수 있다.

다음으로 정치 문제를 살펴보자. 2010년대 정치의 특징은 포퓰리즘과 반세계화였다. 미국 트럼프와 영국 브렉시트에서 볼 수 있듯, 주요국 정치인들은 국민의 불만을 쉽게 세계화와 외국인 탓으로 돌린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냉전질서나 금융세계화를 중심에 둔 20세기 후반의 세계적 협력은 더는 기대할 수 없다. 보호무역주의와 인종주의가 대세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는 곧바로 인종차별과 국경폐쇄라는 극단적 선택을 확산시켰다. 인류의 세계화 수준이 이제 바이러스의 세계화 수준보다 떨어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에서는 중국인을 차별했고, 유럽에서는 아시아인을 차별했다.

한국의 정치상황은 다른 나라보다 더 저열하다. 방역 정책의 타당성으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를 친문-반문의 정치 대결로 가져가고 있다. 야당 지지자들이 정부와 중국의 커넥션 음모론을 퍼뜨리고, 정부 지지자들이 신천지와 새누리당의 커넥션 음모론을 퍼뜨린다. 포퓰리즘의 특징은 시비를 합리적 토론으로 가리는 것이 아니라, 호오로 증오할 대상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정치 풍토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 야당이었던 현 집권세력이 만들었다. 광우병 위험을 과장해 이명박 정부를 흔들었고, 세월호 참사를 대통령에 관한 각종 음모론 유포의 기회로 삼았으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다짜고짜 대통령 탓으로 돌렸던 것이 바로 더불어민주당(새정치연합)이었다. 미래통합당은 받은 대로 돌려주고 있는 꼴이다. 물론 이런 증오의 악순환은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증오의 정치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남미에서는 탄핵과 쿠데타가 반복되며 국가가 붕괴했다. 경제도 사회도 파탄이 났다. 만약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이 코로나를 명분으로 박근혜 탄핵의 보복을 하자고 덤빈다면, 그들이 집권했을 때 더불어민주당 역시 무엇 하나 꼬투리를 잡아 보복 탄핵을 하게 될 것이다. 탄핵의 악순환, 이것은 국가의 붕괴다. 코로나19가 한국에서 망국적 정치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코로나로 드러났다. 포퓰리즘 정치의 취약성 또한 드러났다. 한국 정치는 이런 가운데 더 극단적으로 타락하는 중이다. 시민 모두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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