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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주 35시간제로 노동시간단축, 지배구조 개혁해 경영참여”
▲ 정기훈 기자

노동운동 역사는 노동시간단축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2000년대 초반 주 5일제 도입은 국민 삶을 바꾼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보수언론의 선동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주 5일제 시행의 선두에는 금융노조가 서 있었다. 한국은 이후 20년 동안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 이달 5일 금융노조 26대 수장으로 박홍배(48·사진) 위원장이 취임했다. 그는 “과거 주 5일제를 선도했던 금융노조가 주 35시간제 시행을 통해 사회 전반에 다시 노동시간단축을 가져올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조 산하 37개 사업장을 시작으로 한 기업 지배구조 개혁운동을 통해 노동자 경영참여에 물꼬를 튼다는 것도 그의 구상 중 하나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다동 노조사무실에서 박홍배 위원장을 만나 3년 활동계획을 들었다.

- 임기가 막 시작됐다. 근황이 어떤가.
“2월에는 37개 지부 대의원대회가 집중돼 있는 시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대부분 일정이 연기된 상황이다. 노조와 연관된 여러 단체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공공상생연대기금·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은 직접 참여하거나 이사진으로 합류했다. 매주 수요일을 ‘현장 방문의 날’로 정해 지부를 찾을 예정이다.”

- 최근 사무처 개편이 있었는데 어디에 주안점을 뒀는가.
“그동안 정책본부가 1·2본부로 나뉘어 있었는데 본부 이름만 봐서는 역할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노동정책과 교섭을 담당하는 정책전략본부, 금융정책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금융정책본부로 변경했다. 기존의 전략기획본부는 본부명과 실제 하는 역할이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교육문화홍보본부의 경우 교육문화 사업이 약한 반면 홍보업무는 과도했다. 준비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공공정책과 홍보가 분리돼 있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 공공정책홍보본부로 개편했다. 기존 여성본부에 교육문화 사업을 더해 교육문화여성본부로 운영한다.”

- 육아와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다.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질 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아이들을 많이 낳아 기를 수 없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출산율이 전 세계 최저다. 육아휴직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겠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시행하는 곳도 있는데 전체적으로 늘리겠다. 남성이라도 자녀를 출산하면 1년 휴직하는 것을 의무화하겠다. 여성의 육아부담 완화와 사회문제인 저출산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육아는 굉장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최근 육아휴직을 했던 남자 직원들의 경험을 들어 보면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인생이 달라진 것 같다’고 얘기하는 조합원들도 있다. 대한민국 전체적으로 육아휴직 사용률이 아주 낮다. 금융산업부터 남성들이 100% 육아휴직을 하면서 삶의 질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으면 한다.”

“남성 100% 육아휴직 의무화로 삶의 질 업그레이드”

- 주 35시간제 도입을 공약했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도 어려운 다른 노동자들이 볼 때 배부른 얘기 아니냐는 말씀을 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유럽의 경우 35시간을 넘어 주당 노동시간을 20시간대로 하는 산별 합의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 주 5일제를 선도했던 금융노조가 노동시간단축을 먼저 추진하면 사회 전반에 변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실노동시간은 단축되고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2018년 실태조사를 했는데 올해에 같은 틀로 실태조사를 다시 할 생각이다. 주 52시간 상한제 시행 이후 노동시간단축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를 조사하고 추가적인 단축 여지가 있는지 찾겠다. 예전에는 은행이 셔터를 내려놓고 밤늦게까지 했던 서류작업이나 마감업무가 많이 디지털화했다. 은행 산업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할 여력이 생겨나고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한 만큼 추가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는 임금저하 없이 하루 노동시간을 1시간 줄이는 주 35시간제 도입을 올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에 요구할 예정이다. 박홍배 위원장은 “금융산업이나 IT업계에서 하루에 10~11시간씩 주야장천 일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니며 지금 주 40시간제를 어느 정도 준수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자의 생산성이 예전보다 떨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산업은 제조업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며 “단순히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임금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37개 지부 지배구조 면밀 점검, 철옹성 같은 이사회 진입”

- 국민연금·퇴직연금 개혁운동을 강조하고 있는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현 정부 공약이기도 했다. 과거와는 달리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가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퇴직연금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어떠한 의결권도 행사하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에 나눠 주기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도, 퇴직연금도 노동자들의 재산이다. 재산에 기초한 의결권은 노동자를 위해 활용해야 한다. 노동자를 위해 쓴다는 것이 무조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재벌이나 총수 일가 등 과점 주주들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것 역시 노동자의 이익이 감소하지 않게끔 하는 올바른 의결권 행사다. 당장 올해부터 37개 산하 사업장의 지배구조를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최근 기업은행 낙하산 논란처럼 오랫동안 유지돼 온 중소기업은행법을 앞으로 어떻게 개정하는 것이 옳은지 방향을 찾겠다. 상법이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의해 상당 부분 과거 지배구조보다 개선된 형태를 띠고 있음에도 거수기·낙하산 문제가 반복된다. 논의에서 배제돼 있는데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권한을 견제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가급적이면 더 많은 지부들이 우리사주조합 정상화를 통한 주주제안으로 철옹성 같은 이사회에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를 진입시킬 수 있도록 힘쓰겠다. 이를 위해 사외이사 인력풀을 운영할 생각이다.”

-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금융노조에 금융지주사 횡포를 막을 공동투쟁기구를 구성을 제안한다고 했는데.
“전면적으로 함께하겠다고 지금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으로서 KB금융그룹노조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했는데 노조 내에 다른 금융지주사에 속해 있는 조직이 많다. 조직별로 다소 입장이 다르거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도 있다. 그러한 특수성을 감안해 차근차근 논의하겠다.”

▲ 정기훈 기자

“특정 정당 배타적 지지 정치방침 바뀔 가능성 있어”

- 총선이 두 달 정도 남았다. 어떻게 개입할 생각인가.
“지난 1월29일 지부대표자회의에서 총선에 관한 전체적인 상황을 공유했다. 17일 지부대표자회의를 다시 열어 정당에 요구할 정책협약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다. 대표자회의 혹은 중앙위원회에서 정치방침이 어떻게 결정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과거처럼 특정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결정은 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원칙은 금융노조가 중심이 돼야 하고, 금융노동자들의 이익이 정치방침 결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수일지, 복수일지, 특정 정당 지지가 있을지 없을지 지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허권 집행부가 했던 1인 1당적 갖기 운동 시즌 2를 구상하고 있다. 좀 더 체계적인 관리와 적극적인 홍보로 더 많은 조합원의 참여를 유도하겠다. 21대 국회가 출범하면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대화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상시적·정기적으로 노조와 뜻을 같이하는 정치인들과 일상적인 사업을 활발하게 하겠다.”

-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3년 후 열심히 일했던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금융노조가 60년 쌓아 왔던 자랑스러운 전통과 역사가 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더 높은 곳을 향해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이다. 제도를 변화하고 혁신하겠다. 결국 금융노조가 없었더라면 금융노동자들의 삶이 오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되새겨 주시길 바란다. 금융노조의 방침과 투쟁에 언제든 적극적으로 단결하고 연대해 주시길 당부한다.”

양우람  against@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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