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계 "사용주 구속처벌해야 산재사고 줄일 수 있어"


전반적인 산업재해율 감소추세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에서만 올해 6명이 사망산재사고로 목숨을 잃는 등 중대산재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용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절실하다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높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망사고가 추락, 전도, 충돌, 감김, 끼임, 과다동작 등 최소한의 안전보건상의 조치로도 예방할 수 있는 원시적인 재해가 주종을 이루고 있어 사용주를 엄중 처벌해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 그러나 현실에서는 '경제가 어렵다', '사용주가 그동안 경제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등의 경제논리에 밀려 처벌이 약화되면서 실질적인 제재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안전요원과 안전조치 미확보로 발생한 원시적 산재사고

대우조선에서 지금까지 발생한 6건의 사망사고는 이점을 웅변해 주고 있다.

지난 1월12일 대우조선 강요공장 옥외 북쪽에 있는 블록 박스내부에서 용접작업 중이던 정해모씨(37세)가 용접작업 중 밀폐공간 내부폭발로 터진 덧판에 뒷머리를 강타 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월27일에는 제2도크에서 무게 60톤 가량의 램프가 추락하는 사고로 양승진씨(27세)가 현장에서 사망하고 김인기씨가 머리 및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으며 3월3일에는 김용암씨(58세)가 급유를 위해 급유호스를 크레인으로 데크까지 올리고 결속하는 과정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급유선 바닥으로 추락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4월28일에는 제2도크에서 건조중인 배에 블록을 탑재하던 중 블록 사이에 백승일(46세)가 머리가 협착돼 사망했으며 6월19일에는 권오관씨(46세)가 절단공장 앞에서 막힌 하수구의 물을 퍼내는 작업을 하던 중 후진하는 화물차에 협착돼 현장에서 사망했다. 화물차가 후진할 때 뒤에서 봐주는 안전요원이 배치돼 있어야 했지만 이날 화물차의 궤적을 확인해줄 안전요원은 배치되지 않았다.

7월10일에는 탑재 2부의 문종원씨(35세)가 작업 중 4.2미터 아래로 추락해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문씨는 거제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고발생 83시간만인 14일 새벽 사망했다.
이같이 대우조선 사망사고를 보면 대부분 추락, 폭발, 협착 등 기초적인 안전조치가 미흡해 발생한 사고임을 드러내고 있다. 기본적인 안전요원과 안전조치가 확보됐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 있었던 원시적인 산재사고였던 것이다.

*노동부의 '삼진아웃제', 경제논리에 밀려 '말만 풍성'

노동부는 지난 3월 사망재해에 대한 예방대책을 발표하면서 사망사고가 3건이상 발생할 경우 해당기계, 작업의 중지 및 안전보건관리자 증원을 실시하는 한편 검찰에 책임자를 구속요청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지난 4월28일 대우조선에서 백승일씨(46세) 사고가 났을 당시, 대우조선 대표이사까지 검찰에 구속을 품신했다. 올해 들어 매달 한 명 이상이 죽어나가는 사고가 발생하고 지난해 10월에도 2명이 사망하는 등 대우조선의 산재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상태였다.

그러나 노동부의 구속영장 품신은 검찰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최근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조선업이 활기를 찾고 있는 가운데 대우조선이 지역 및 국가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 검찰이 노동부의 품신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였다. 대우조선은 벌금형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두건의 사망사고가 더 발생했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노조의 한 관계자는 "노동부의 삼진아웃이든 뭐든 막강한 대기업 대우조선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꼬집고 있다.

*17개 조선업체 작업환경평가 발표 일부부처 "고려해 달라"

비단 검찰만의 논리는 아니다. 노동부는 조선업계의 잇단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조선업체 17개에 대한 작업환경 평가를 마치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정부내 일부 부처에서는 경제적 여파를 감안해 발표를 고려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침체 속 조선업계 활기'라는 논리로 잇따른 중대재해로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98년 2,212명, 99년 2,291명, 작년 11월까지 2,282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하는 등 산재사망사고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산업재해로 하루 7명꼴로 죽어갔고 산재통계를 내기 시작한 64년 이후 전체적인 재해율은 떨어졌으나, 사망 및 재해자수의 절대치는 각각 77배, 46배가 각각 증가했다고 노동부는 밝히고 있다. 철도노조의 잇따른 사망사고가 보여주듯이 98년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노동강도가 강화돼 사망사고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안전관련 단체들은 한결같이 "산재사망사고는 한 가정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이자 기업 경제의 측면에서도 치명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그 근거로 산재사망사고에 따른 기업의 경제적 손실액이 99년 6조6,700억(GDP의 1,3%)에 이르렀으며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6조5,400억원에 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경제상황'을 그렇게 고려한다면 산업재해로 인한 막대한 기업의 경제손실과 한 가정이 받는 타격을 더욱 감안할 법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산업재해로 받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 하루에 7명씩 죽어나가는 죽음의 일터에서,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바로 지금, 정부는 더욱 철저한 산재예방과 사용주처벌 정책을 확실히 세워야 한다는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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