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뱅뱅사거리 앞. “함께 싸우고 다 같이 살자” “고된 노동 박살내고 고용안정 쟁취하자”고 쓴 피켓을 들고 노동자들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소리를 질렀다.

이날 아침부터 버스 11대를 나눠 타고 부산에서 서울 본사로 올라온 르노삼성자동차노조(위원장 박종규)와 금속노조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조합원들이다. 전국 영업소에서 일하는 노조 영업지부 조합원들까지 모이니 집회 인원이 600명을 훌쩍 넘었다. 지난 10일 1차 상경집회 때보다 많은 인원이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조합원들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왜 파업을 하는지에 대한 보도는 나오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 배혜정 기자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10~15년 전 수준”

동료들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조아무개씨. 르노삼성 A사업소에서 일하는 서비스 정비직인 그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몰아쳤던 2012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고정비를 줄이겠다고 희망퇴직을 엄청 받았는데, 그 뒤로 인력충원이 안 됐어요. 요즘 차량 한 대 (정비)예약하면 석 달이 걸립니다. 적은 인원으로 물량을 소화하느라 노동자는 골병들고, 고객은 속 터지고….”

조씨 말처럼 르노삼성은 2012년 구조조정으로 1천명이 공장을 떠났다. 회사는 인원충원을 하지 않았다. 부산공장·영업소 모두 작업량이 두 배로 들면서 노동강도가 세졌다. 호봉제가 폐지됐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 자동승급 폐지, 통상임금 소송 철회까지 노조가 할 수 있는 양보는 다했다.

노조가 지난해 2018년 임금·단체협약에서 기본급 인상과 노동강도 완화를 요구하며 첫 파업을 감행한 것도 노동자들의 긴 ‘양보’의 세월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난해 노사갈등 끝에 기본급 동결을 받아들였다. 닛산 로그 후속모델인 신차 ‘XM3’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본급을 동결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회사 주장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대신 회사는 노동강도 완화를 위해 60명의 직업훈련생을 충원하기로 약속하고, 노사상생 선언까지 했다. 그런데 상생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회사가 인력충원 대신 희망퇴직을 공고하면서 또다시 갈등이 불거졌다. 부산공장에서 왔다는 김범씨는 “회사가 인력을 충원하겠다는 약속은 안 지켰고, 되레 원래 있던 인원을 전환배치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2019년 임금교섭에서 노조는 기본급 8.01% 인상을 요구했다. 회사는 “적자 위기”라며 기본급 인상에 반대했다. 대신 일시금 200만원 지급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지금까지 부분파업을 하고 있고, 회사는 파업 참여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부분 직장폐쇄로 맞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합원 백아무개씨는 “물가는 오르는데 호봉제가 없어지고 기본급은 계속 동결되면서 10~15년 전과 임금이 거의 같다”며 “심지어 입사 15년차인데 신입직원과 기본급이 비슷하다. 일시금 200만원은 필요 없고 기본급을 단 3만원이라도 올려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배혜정 기자

언제까지 후속물량 확보 탓만?

이날 집회에서 이종열 노조 영업지부장은 “지난해에는 XM3 물량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기본급 동결이라더니, 올해는 QM6 물량 확보 때문에 동결해야 한다더라”며 “언제까지 후속물량을 볼모로 (기본급) 동결만 얘기할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규 위원장은 “우리 노동의 가치를 보상해 달라고 외친 지 20년째”라며 “우리의 요구가 과하지 않다. 프랑스 르노 자본의 착취를 더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파업 손실이 크다고 생각한다면 회사는 추가적인 제시안을 마련해 교섭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에 매일 교섭 공문을 보내고 있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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