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평택시 칠괴동 쌍용차 공장에서 ‘노노사정 합의’ 이행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10대 노동뉴스 순위권 밖에도 굵직한 노동이슈가 있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택시노동자 분신 소식이 이어졌다. 카카오의 카풀서비스 추진에 반발한 택시노동자들이 세상을 등지면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구성됐다. 3월 카카오와 택시업계 노사는 출퇴근 시간에만 승용차 카풀을 허용하고 택시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택시 완전월급제를 도입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이뤘다. 반면 카풀과는 성격이 다른 렌터카 기반 호출형 차량 공유서비스 ‘타다’는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거부하다 퇴출 위기에 놓였다. 공동 11위에 올랐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4월 우체국 재택위탁배달원을, 11월에는 택배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라고 판시했다. 대세가 된 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이 공동 11위를 차지했다.

‘줬다 뺏은 희망’ 마르지 않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눈물

2009년 77일간의 정리해고 반대파업 이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10년 복직투쟁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정리해고자 48명이 올해 7월1일 회사에 복직하면서다. 지난해 9월14일 남은 해고자 119명의 순차 복직을 담은 ‘노노사정 합의’에 따른 것이다. 7월 복직했지만 무급휴직을 하고 있던 이들은 내년 1월2일 출근을 앞두고 있었다. 한데 출근을 열흘도 안 남긴 지난 24일 회사와 기업별노조인 쌍용차노조는 이들에게 종료일이 적혀 있지 않은 휴직 연장을 통보했다.

동료들과 함께 작업장에서 일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이들을 다시 한 번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은 셈이다. 사회적 대타협이 무색한 조치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7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국가폭력을 사과했지만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취하하지 않았다. 무급휴직자들의 공장 복귀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끝나지 않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고통이 10대 노동뉴스 공동 13위에 올랐다.

11월에는 삼성전자에 네 번째 노조인 삼성전자노조가 설립됐다. 오랜 기간 ‘노조 무풍지대’였던 삼성전자에 지난해 세 개의 기업별노조가 설립됐는데, 삼성전자노조는 상급단체(한국노총 금속노련)에 가입한 유일한 노조였다. 최근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노조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 전·현직 임원들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삼성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수십 년간 시대착오적인 무노조 경영을 한 삼성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노총 산하 삼성전자노조의 공식출범에 이어 삼성의 불법적 무노조 경영에 대한 법의 심판까지 나온 만큼 ‘삼성에서 노조하기’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 소식이 ‘쌍용차 노동자들의 끝나지 않은 고통’과 함께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공동 15위

7월16일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관심을 끌었다. 직장에서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나 사회통념을 넘어 상대방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행위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 의무와 피해자 보호 의무, 가해자 징계조치 의무를 진다. 괴롭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과 가해자가 대표이사나 사장 같은 사용자일 경우 징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공동 15위였다.

올해는 장기투쟁 사업장에서 반가운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1월11일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박준호씨가 426일 만에 굴뚝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데 이어 같은달 26일에는 사납금 폐지와 완전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며 전주시청 앞 조명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택시노동자 김재주씨가 510일 만에 땅을 밟았다. 무려 13년간 이어진 콜텍 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은 4월23일 마무리됐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의 극한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영남대의료원 해고자인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은 7월1일부터 70미터 높이 병원 옥상에서 원직복직과 노조 기획탄압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이다. 서울 강남역사거리 CCTV 철탑 위에서는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200일 넘게 삼성의 사과와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언제쯤 땅을 밟고 꽃길을 걷게 될까. 공동 15위를 차지한 기쁘고도 우울한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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