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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 사건 판결의 의미

서울중앙지법이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임원들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노사전략 문건과 각종 보고자료 등 노조 와해·고사 전략을 표방하고 방법을 기재한 문건의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부인한 불법파견 사실도 인정했다.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는데, “수리기사들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했다”고 판시한 이번 판결 증거가 2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윤종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비상대책위 의장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낮은 형량 아쉽다
윤종선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비상대책위 의장

법원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에 개입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삼성의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인 노조파괴가 법원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특히 불법파견이 인정된 의미는 크다. 형식적인 도급계약을 이용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을 직접 사용하고 협력업체 폐업까지도 마음대로 결정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이번 사건의 의미가 중요하고 영향력이 광범위한 만큼 검찰의 기소와 법원의 판단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특히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나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에 대한 형량은 범죄의 중대성에 비춰 지나치게 낮다. 부당노동행위가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범죄라는 점이 확인된 만큼 오늘을 계기로 현재 부당노동행위 범죄에 대한 기소율 15.8%, 구속률 0.6%로 매우 낮은 형사처벌의 법정형을 상향하기 위한 논의가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법원 판결 다음날인 18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공식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를 입은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사과는 없다. 또한 일부 언론에서 사과문을 두고 삼성이 무노조 경영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해석들을 하고 있지만 꿈보다 해몽이다. 삼성은 에둘러 표현할 것이 아니라 무노조 경영원칙을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사법절차에 모든 판단을 맡기지 않는다. 우리는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상급심에서 보다 정의로운 판단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투쟁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국민이 삼성 노조파괴의 진실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도록, 그래서 다시는 어느 노동자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이 없도록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확산해 나가겠다.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헌법유린에 대한 경고, 노조할 자유 전면적 보장 필요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노조할 자유는 헌법적 권리다. 헌법은 일체의 국민이 일상에서 제약받지 않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한마디로 헌법을 유린해 온 대자본에 대한 국가의 준엄한 경고이자 상식의 회복이다.

작업장과 일터는 본질적으로 협치와 협업의 장이다. 통제와 억압의 장이 아니다. 지금 한국의 일터에서 노동자 대의제는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 노동조합·노조대의원·노사협의회 같은 제도적 기제들은 뭔가 이상하게 작동하고 있다. 국가와 자본이 망쳤고 노동이 몸부림치다 여기까지 왔다. 그것을 망쳐 온 대표주자가 삼성이었다.

삼성과 같은 오도된 행태가 판칠 수 있던 배후에 누군가 노조원이 되는 것을 특정기업 종사 여부와 연계하는 한국식 노조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본다. 한국에서 노조원이 되는 것은 특정기업의 종업원 상태인 것을 사실상 가정하고 있다. 이번 삼성에 대한 심판 못지않게 중요한 건 노조할 자유를 기본으로 하는 노동자의 산업적 시민권(industrial citizenship)을 특정기업과 연계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문제도 그 연장에서 사고해야 한다.


▲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기소하면 이렇게 달라진다니
박다혜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삼성전자서비스 사건은 2013년에 고소했는데, 기소가 2018년 6월에 이뤄졌다. 검찰은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고 2018년 4월 수사에 착수하기 전까지 끌었다. 형식적이라도 고소인 조사를 하는데 그마저도 하지 않다가 2018년 4월에야 조사를 시작했다. MB의 변호사 비용을 삼성이 냈다는 다스 뇌물사건을 수사하다 우연하게 문건을 발견하면서 노조파괴 수사가 이뤄졌다. 이례적으로 강제수사를 했다. 기소 범위는 좁았다. 결국 가장 높이 올라간 수사 대상이 삼성 미래전략실이다. 더 윗선으로는 가지도 못했다. 경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파괴에 깊숙이 관여했는데 3명만 기소했다. 말단만 기소한 것이다. 공권력 개입 부분과 관련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조합원들과 외관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대표뿐만 아니라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 원청의 모회사인 삼성전자 각 임직원을 부당노동행위 위반으로 기소했다는 점이다. 특히 원청을 협력업체의 공범으로서가 아니라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서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로 봤다.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성을 형사판결에서 처음 인정한 것이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이 인정된 부분도 의미 있다. 고용노동부는 수시근로감독을 하고 나서 근로감독관이 불법파견으로 결론 냈지만 정작 발표는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했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기존의 노동부 판단과 다르게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2017년 노동자들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에서도 패소했는데, 민사사건에서 당사자들이 취합할 수 있는 증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가능했던 것은 노조파괴든, 파견법 위반이든 검찰의 수사권이 적절하게 사용됐기 때문이다. 노동부나 검찰이 제대로만 감독하고 수사한다면 노조파괴 범죄자에게 실형이 나오고 법정구속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다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여러 노조파괴 사업장에서 이러한 일을 거의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번 판결이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운 이유다.


▲ 진윤석 삼성전자노조 위원장

무노조 경영 폐기 국민 앞에 약속하라
진윤석 삼성전자노조 위원장

경영진이 범법자가 돼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고, 법정에 서서 실형을 선고받는 회사에 과연 미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대체 ‘무노조 경영’이 무엇이기에 그것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임직원들이 불법행위에 동원되고 그로 인해 종국에는 감옥에 잡혀 들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사측은 두루뭉술한 입장문 대신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에게도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삼성전자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

국민께 감히 약속드린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건설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고,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전체 노동자들의 권익 신장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해 선봉에 설 것이다.


▲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최고기업이 묵인한 노조탄압에 경종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

비록 1심 판결이지만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삼성은 무노조 또는 비노조 경영을 한다고 하면서 헌법이 정한 노동자 권리인 단결권을 행사하는 데 제약을 걸어 왔다. 노동자를 통제하는 관리방식이 존재해 온 것이다. 이로 인해 노조설립을 시도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온전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했다. 이번 판결은 잘못된 삼성의 불법적인 무노조 경영에 대한 심판이며, 그동안 우리 사회가 노조를 백안시하고 불법적으로 탄압하는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경종을 울리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최고의 기업이라는 삼성의 불법적인 노동권 탄압에 심판을 내림으로써 삼성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에 정상적인 노조결성이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법부 판단으로써 의미가 있다.

이제 삼성이 말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봐야 한다. 최고 경영자는 아니지만 노조탄압을 했을 당시 경영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유죄판결인 만큼 삼성 역시 이 판결을 가벼이 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후에 또다시 노조탄압이 되풀이 된다면 삼성으로서는 사법적인 판결을 넘어 사회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최고기업이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가 불법적인 노조탄압을 용납하거나 범죄사실을 덮는 일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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