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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심으로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촛불항쟁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신임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과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시작은 기대할 만했다. 노동존중 사회와 소득주도 성장 청사진이 새로운 노동문제 해결의 활로를 여는 듯했다. 하지만 공공부문 각 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난항을 거듭하면서 기대했던 정부 노동정책 여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성패가 걸린 핵심 부문이었던 학교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실패한 이후 최근 톨게이트 사례에 이르기까지 하향평준화로 치달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야심 찬 공약인 사회적 대화도 난관에 부딪혔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표방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탄력근로 확대를 안건으로 올리는 잘못된 무리수를 두면서 늪에 빠졌다.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안을 중심에 두고 운영했어야 했지만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단기성과에 집착한 정치적 계산과 무력한 조직노동의 대응 속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대표 노동공약인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총자본과 보수언론의 총공세 속에서 죄인으로 전락했다.

현 정부 노동정책 후퇴를 방증하는 결정적 장면은 경사노위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별 대표 해촉과 2020년 최저임금 2.87% 인상이었다. 한계에 부닥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사회적 대화 무산, 2020년까지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달성 공약 파기가 이어지면서 노정갈등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악화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비정규 노동 관련 공약의 유실이다.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고 차별을 해소하는 법·제도 개선 대원칙인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논의 자체가 온데간데없어졌다. 선결 과제인 원청 사용자 사용자성 인정과 특수고용 노동자성 인정도 미진하다. 특히 태안 화력발전소 외주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김용균씨처럼 매일 중대산재로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할 법·제도 개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권고한 직접고용 정규직화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전형적인 정치권력의 직무유기다.

필자는 지난 3년간 최저임금위원회와 경사노위, 여러 비정규직 정규직화 심의위원회에 위원으로 두루 참여하며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이 좌초하는 현장 곳곳에서 온몸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국 사회 최대 현안인 비정규 노동 문제가 왜 이렇게 힘겨운 난제인지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과정이었다. 노조조차 만들지 못한 채 노동인권 사각지대로 내몰린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현실의 벽은 대단히 높았다. 노사정 모두 역부족인 데다 불평등 양극화 노동현실 개선 의지는 생각보다 박약했다. 촛불정부를 자임했던 대통령의 노동 공약(公約)은 어느새 공약(空約)으로 시들어 가고 있다. 나아진 점이 있지만 1천만명이 넘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일상은 여전히 고단하고 절망적이다. 촛불항쟁은 불의한 권력자를 응징했지만 그 자체로 노동현실을 바꾸는 현금자판기가 아니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노동현실은 △1천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규모 △임금 격차를 중심으로 점증하는 차별 △급증하는 특수고용 비정규직과 초단시간 노동 △개선되지 않고 있는 죽음의 외주화 △2% 내외 미약한 비정규직 노동조합 조직률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대기업-중소기업, 공공부문-민간부문, 유노조-무노조 사업장 등 전방위 노동양극화 심화 확대로 여전히 암울하다. 비정규노동 해법은 대다수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채 구두선에 머물러 있고,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하는 재벌자본과 비정규 노동 문제를 해결할 역량과 정치적 의지 부족이 드러난 현 정부에 맞서 쟁취할 수 있는 요구가 무엇일지 장담하기 어렵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는 그람시의 경구를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광장의 촛불을 일터와 골목으로 확산시켜 진정한 노동존중 사회, 아니 노동자가 주인인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목소리 높인 만큼 일터에서 차별받고 고통받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일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도록 포기하지 말고 힘써야 한다. 한국 사회 최대 사회적 약자이자 취약계층 노동자 집단인 5명 미만 사업장을 비롯한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여성노동자, 청년노동자, 노인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이주노동자, 장애인노동자 등 다양한 노동문제 개선을 위해 활동 폭도 넓혀야 한다. 희미한 기억으로 남은 내 사랑 민주노조가 간절했던 그 시절 그 첫 마음으로 새해 활동을 다짐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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