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지난달 28일 통계청은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일자리 46만4천개가 늘었다는 발표다. 일자리 정책이 성공한 결과라는 주장을 하는가 하면, 그저 그런 어르신 일자리만 늘었을 뿐이라는 주장까지 이를 두고 각자의 입장에 따라 활용·선전하기 바쁘다.

아마도 비판의 요지는 정부가 만든 일자리가 ‘좋지 않은’ 일자리일 뿐이라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비판만 할 뿐 더 나은 대안은 없다. 되묻고 싶다. 이러한 방법 외에 이만한 일자리를 늘릴 구체적 실행방안이 있는지. 최근의 노동시장 환경을 감안한다면 아마도 쉬이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경기가 급전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46만4천개 일자리는 일단 대단한 성과라고 평가하는 게 옳다. 사회안전망조차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훌륭한 결과다. 이날 발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일자리 전체의 개수다. 꼭 2년 전 1천797만개였던 것이 2년 만에 1천868만개로 70만개 이상 늘었다는 사실이다. 분명 일자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어르신들에게 좋은 일자리는 젊은이들의 그것과 꼭 같지는 않다. 30년 넘게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해 온 어르신들에게 여전히 1일 8시간, 주 40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최소한의 노동으로(가능하면 하지 않더라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게 먼저다. 노동임금이 아니라 사회임금이나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먼저란 말이다. 때문에 ‘노동임금’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이런 주장은 그야말로 본말이 뒤바뀐 것이다.

우리 사회 화두는 ‘좋은 일자리’라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10여년 전부터 ‘Decent Work’를 주창했지만, 아직도 우리 노동현장에서는 생소하다. 과연 우리에게 좋은 일자리는 뭘까. 마침 4일 ‘2019년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법규담당자 워크숍’에서 이 부분에 관한 많은 연구를 진행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생각을 듣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그는 ‘광주형 일자리’ ‘사회적 대화’ 등에 참여한 우리시대 일자리 연구에서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이해당사자들의 협치 공간이 일자리”라고 말한다.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만든 그는 기존의 일자리 정책이 “고용창출은 기업 이윤추구의 부산물로만 취급됐다”고 비판하면서, 양적 시각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과정’으로서 고용창출의 의미를 강조했다. 특히 ‘지역단위 사회연대적 고용창출’ 전략이라 명명하며 “지역에서 직·간접 이해당사자 간의 전략적이고 폭넓은 소통과 문제공유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자리 문제에서 노동자는 대상이 아니고 주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사회대화’가 그 장이 돼야 한다.

“사회대화는 굉장히 지적인 작용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설명하면서 내린 사회대화에 관한 그의 정의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하다. 일차원적 수준에서 이해했던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는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노사 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을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로 선정했다. 특히 적정임금을 강조한다. ‘헌법에 보장된 적정임금의 원리를 존중하면서 임금수준·임금체계 등 노사가 합의한 협약임금’이라고 한다. 그는 일찍이 “광주에서 들고나온 적정임금 개념은 우리 사회 일자리 증진과 상향균형화를 이뤄 내기 위한 전략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최근 우리 노동현장에 가장 큰 성과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정책임은 분명하다. 정부가 나서서 ‘광주형 일자리’를 ‘상생형 지역일자리’로 이름 짓고 군산형·구미형·원주형 등으로 제2·제3으로 퍼져 나가고 있지 않는가. 대만에서 지난 3일까지 열린 소셜아시아포럼(SAF)에 참여한 동아시아 각국에서도 광주형 일자리에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그럼에도 박명준 연구위원은 강의 사이 “잘될지 모르겠어요” 하고 근심한다.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찬반측 갈등이 여전하고, 얼마 전 광주형 일자리에 찬성했던 노조간부가 제명되기도 했다. 새로운 시도에 어찌 저항과 한계가 없을 수 있겠는가. 노동시장 각 주체를 능력을 믿고 가 보자. 일자리가 절박한 지역의 이해관계자 모두를 주체로 인정하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인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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