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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의 비정규직 ‘해고예고’ 통보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고용노동부가 불시점검을 했더니 사내하청 노동자가 많은 공공사업장과 민간 대형사업장 399곳 중 88.5%인 353곳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고 그제 1일 발표했다(매일노동뉴스 2019년 12월2일자).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고 김용균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일어난 뒤 더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중대재해를 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요란하더니 이 나라는 쓸데없이 시끄럽기만 했던가 보다. 정부와 공공기관 같은 공공 분야가 발주한 건설현장, 발전소를 포함한 공공 현업기관, 그리고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 민간 대형사업장에 대한 결과가 이 지경일진대 그보다 열악한 사업장의 경우는 어떨 것인가. 단지 위험의 위주화라는 말로 다 설명할 없을 정도로 우리 노동현장의 산업안전 현실은 암담하다. 여전히 산재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런데 거기서도 차별은 분명히 존재한다. 같은 사업장의 정규직보다 사내하청·비정규직이 더 산재 위험에 내몰린 채 일하고 있으니 말이다.

TV뉴스에서 봤다. 저녁뉴스였으니 나는 퇴근하고서 집에서 편하게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즉 사내하청 소속 노동자들이 수백 명 해고예고 통보를 받았다는 불편한 소식을 접했던 것이다. 지난달 25일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비정규직 560명에 대한 해고예고 통보가 있었다. 이미 지난 10월24일 한국지엠이 사내하청업체 7곳에 오는 12월31일자로 계약해지를 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보냈으니 이번 통보는 예정된 것일 수 있겠는데, 그 한 달 만에 하청업체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해고예고 통지서를 보낸 것이다. “내년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 예상돼 현재 주야간 2교대 근무체계를 주간 1교대로 전환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방침”이라는 게 비정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 1교대는 정규직이 할 테니, 비정규직은 필요 없으니 나가라는 통보인 것이다.

2. 노동사건, 그중 노동자만 대리하는 내가 하는 사건들을 보면 비정규직 사건의 대부분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파견근로를 주장하는 사건이다. 2003년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청노조가 설립돼 대공장에서 비정규직운동이 본격화될 무렵부터였으니 15년도 더 됐다.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현대제철 등에서 비정규직노조가 중심이 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했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하고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해 왔다. 오늘은 은행 등 금융기관과 방송사, 건설회사, 운송회사 등 여러 업종에 걸쳐 다양하게 불법파견·근로자지위확인 사건을 대리하고 있지만 15년 전 당시는 자동차 등 제조업체 몇 곳을 중심으로 대리했었다. ‘앞쪽 바퀴는 정규직, 뒤쪽 바퀴는 비정규직’이라고 불법파견 소송에서 청구원인을 써서 소장과 준비서면을 제출하고서도 재판부가 우리의 청구를 인정해 줄 것인지 낙관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오늘은 적어도 그 정도는 낙관할 수 있으니 비정규직을 위해 나아졌다고 말해야 하나. 어찌 된 일인지 요즘 나는 더 비관한다. 근래 사무실에 찾아와 상담하는 젊은 노동자들을 보면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임금에 사내하청업체 소속이거나 계약직이기 일쑤다. 15년 전에는 ‘어쩌다’ 비정규직이었는데, 오늘은 청년노동자들은 온통 비정규직이다. 이러다 앞쪽 바퀴의 정규직이 정년퇴직하게 되면, 비정규직 세상이 올 것처럼 이 나라는 결코 나아진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예 통째로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세상이라서 더는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분노도 찾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그 공공기관의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통째로 자회사로 몰아넣고 차별하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그런데도 분노는 없다. 어쩌다 비정규직이던 날의 분노는 통째로 비정규직인 오늘엔 찾을 수 없다.

3. 이미 대법원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사용을 파견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이렇게 사용자가 형사처벌까지 받았으니 사용자 한국지엠은 비정규 노동자에게 개별적으로 근로자지위확인의 판결을 받아 오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더구나 지난해 노동부가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에 대해 직접고용 시정명령까지 했다. 하지만 한국지엠 사용자는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대신 사내하청업체와의 계약해지를 통해서 비정규 노동자를 사업장에서 내쫓기 위해 나섰다. 위험하고 힘이 들면 비정규직을 찾더니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무급휴직 실시도, 인력감축도 비정규직부터다. 2일에는 지난달 30일 한국지엠 부평공장의 비정규 노동자가 도장부 사무실에서 쓰려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는 이 노동자가 하청업체 소속으로 정규직이 기피하는 공정에서 일하다가 무급휴직됐다가, 최근 2교대제 전환 과정에서 다시 도장부 중도 스프레이 작업에 배치돼 근무해 왔다며 비정규직으로서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무환경이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고 하지만, 그 부검으로 이 나라에서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까지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비정규 노동자를 사업장에서 내쫓는 사용자의 행위가 부당하다고 밝혀지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한국지엠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다른 많은 사업장처럼 정규직과 차별 없이, 고용불안 없이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가 없다.

4. 이러한 기대에 있어서는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 등 다른 사업장 사용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다. 스스로 불법파견을 인정해서 파견법이 정한 대로 정규직으로 고용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정규 노동자가 개별적으로 소송해서 근로자지위확인 판결을 받아 오면 정규직으로 고용해 주겠노라는 말도 그들은 같다. 이번에는 창원공장이지만, 한국지엠은 이미 군산공장도 2교대를 1교대로 전환하더니 지난해 비정규직을 모두 내쫓고 공장을 폐쇄했다. 이렇게 내쫓긴 비정규 노동자를 대리해서 현재 인천지법에서 한국지엠 사용자를 상대로 불법파견·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기에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겐 거의 전부라고 할 만큼 소송에 기대하고 있다. 내가 한껏 승리할 것이라고 부풀려서가 아니다. 그들에겐 그것 말고 기대할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들과 현대차 등 내가 대리하고 있는 다른 사업장의 경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내하청업체가 원청으로부터 계약해지돼 해고된 상태라는 점이 다르다. 더는 비정규직으로도 일할 수가 없다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오늘 그들의 이러한 처지는 내일은 창원공장 비정규직의 모습일 것이고, 모레는 부평공장 비정규직의 것일 수도 있다.

5. 오늘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해고예고 통보는 사내하청업체가 한 것일지라도 그건 결국 한국지엠 자본이 한 것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사내하청업체가 한 것이라고 변명해도 법적으로는 한국지엠이 사용자이니 그가 한 통보만 해고로서 효력이 인정될 수가 있다. 그러니 이번 사내하청업체가 한 해고예고 통보서는 아무런 의미 없는 휴지 쪼가리로 취급해서 휴지통에 버려도 된다. 그걸 통보받은 노동자는 무시하고 하던 대로 일하겠노라고 12월31일 이후에도 출근하면 되고, 그걸 한국지엠 경비가 정문에서 가로막으면 항의해서 한국지엠 사용자에 계속해서 일할 의사를 밝히기만 하면 된다. 이는 현대차 등 여러 사업장에서 사내하청업체가 한 해고가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판결로 확인해 준 것이니 안심하고서 이렇게 행동하면 된다. 그러니 법적으로는 비정규 노동자는 할 말이 많다. 법적으로는 사내하청 소속으로 비정규 노동자를 사용하는 원청 사용자는 할 말이 없다. 그런데도 이 나라에서 법은 이렇게 비정규 노동자를 위해서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못하다. 여전히 법 집행에서도 비정규직은 차별이 존재하는 양 이 나라에서 사용자의 법 위반을 방치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비정규 노동자를 앞에 두고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이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내지 차별 철폐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 해고예고 통보 직후에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노조는 문재인 정부에 이렇게 물었다. “한국지엠에 대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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