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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이슬 청년유니온 조직팀장
▲ 이슬 청년유니온 조직팀장

처음 하는 일에 자주 좌절감을 느끼는 청년이 있었다. 그에게 한 동료는 “반성은 연말에 몰아서 하라”고 조언해 줬다고 한다. 그렇게 연말이 됐고 각자의 송년회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 올 한 해를 돌아볼 것이다. 일터에 대한 불만부터 앞으로의 인생설계까지, 어쩌면 매년 반복되는 그 지난한 과정들이 눈에 보일 듯 그려져 지루하다 생각하다가도 연말 분위기에 휩쓸려 기다려지곤 했다.

매년 송년회에서는 1년에 한 번 겨우 보는 친구들과 한 해 결산을 하며 요즘 이슈에 대한 이모저모를 듣는다. 그러나 여느 활동가들처럼 친구들과 우리들의 세계는 꽤 달라서 이슈를 해석하는 것도, 비슷한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송년회를 기대하는 것은 청년유니온에서 진행했던 주제별 모임, '불편한 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서 고민한 것들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불편한 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는 순발력이 없어서, 또는 용기가 없어서 대답하지 못했던 무례한 말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조합원들과 함께 고민하는 모임이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고 우리의 감수성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상황들도 많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상상만 했던 ‘사이다 발언’이 난무하는 모임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우리의 현실은 사이다 발언의 뒷면 같은 것이었고 모두들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 우리는 대화를 하고 싶어 했다.

사이다 발언을 한다고, 뼈 때리는 한마디를 한다고 직장생활이 나아지는가. 불편한 대화는 구조에서 나온다. 상사가 자신의 말을 조심하고 막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조직문화, 불편한 대화가 ‘대화’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직 내의 합의지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내 말이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누구에게 그 영향이 돌아갈지. 그로 인해 다치는 사람은 없을지, 다치게 된다면 그땐 어떻게 할지, 그런. 하다못해 우리가 정의할 ‘합의’는 무엇인지 물어볼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논의를 해 본 경험이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동안 들어온 무례한 말들에 대한 상처를 쏟아 내고 그 말을 분석해 내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다양한 상황들에서 대화를 이어 가는 연습을 한다. 몇 가지 상황과 역할을 주고 일대일 대화상황을 연습하는 것으로, 그동안 참가자들이 나누던 대화 상황들을 예시로 넣어 어쩌면 이불을 걷어찼던 수많은 밤들의 복수전이 될 수도 있겠다. 우리도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럴듯한 대화의 꿀팁 같은 것도 없다. 다만 그 불편한 대화들을 되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불편한 대화를 이루는 요소가 ‘내가 맞고 네가 틀린’이라면 그 기존 질서를 향한 질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청년의 역할 아닐까.

“나 때는 말이야”는 세대갈등을 대표하는 말이 됐다. 그 말이 가져오는 청년들의 공감은 전혀 가볍지 않다. 새로운 사람은 언제나 등장하고 윗세대의 “해 봐서 아는데”에 콧방귀 뀌며 나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그 오만을 귀하게 여겨야 하지 않나. 그것이 역사를 반복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결과가 있을 것을 기대하며 지치지도 않고 해 보는 일. 그래도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행동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고, 그리고 그렇게 해서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에 책임을 지는 것이 기성세대의 역할인 거지. 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 아니고, 겁먹는 것이 청년의 역할이 아니듯.

이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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