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공직선거법과 사법개혁 관련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시한이 임박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27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위한 협의에 나섰다. 이들은 올해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합의한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안을 존중하되 실질적인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기다릴 수 있는 한 최대한 기다리겠다”며 합의를 강조한 만큼 여야는 사법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는 다음달 3일까지 단일안을 도출하고 패스트트랙 철회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과 협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 선거법 후 사법개혁법 처리’ 합의 재확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칭)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4+1 협의체’ 첫 회의를 갖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이들은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존중하는 한편 두 개의 안건이 올라와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하나의 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패스트트랙) 법안 중 선거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단일안으로 올라갔기에 (본회의에) 상정해 투표하면 그만이지만 공수처 설치법은 두 개 법안이 올라와 있어 단일안을 만드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수처 설치법을 단일안으로 만들자고 제가 제안했다”며 “잠정적 합의안(을 만들어) 몇 명 정도가 찬성할지, 본회의에서 충분히 가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줘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협상장에 빨리 들어오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여야는 김 의원의 제안한 내용을 협의해 조만간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국회에는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검찰 기소권을 제한적으로 부여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기소심의위원회를 통해 검찰 기소권 행사를 견제하도록 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의에서 “패스트트랙을 추진했던 주체들이 나서 (법안 처리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보자는 제안을 받고 참여했다”며 “4월 패스트트랙에 참여했던 당들이 쓴 합의문이 그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공직선거법과 사법개혁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며 ‘선 선거법 후 사법개혁법 표결’에 합의했다. 김관영 의원은 “(여야 4당은) 선거법을 먼저, 그 후 공수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표결 순서에 합의했다”며 “이 점에 대해 일부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홍 의원께서 수차례 (합의사항이) 준수돼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이 자리에서 다시 (의지를) 표명했기에 그 부분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정수 확대냐, 지역구 감소 폭 최소화냐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 안이다. 자유한국당은 지역구 270석과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한다. 패스트트랙 안은 지역구 의석 축소를 전제로 하고 있어 군소정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 시민·사회단체가 의원정수 확대를 주장한 배경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데다 자유한국당 설득도 쉽지 않아 지역구 의석 감소 폭을 최소화하는 지역구·비례대표 비율 ‘240대 60’ 혹은 ‘250대 50’ 같은 수정안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절충안으로 제안됐지만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유권자수가 두 배 이상 늘었고 나라 규모나 이런 것들이 증가했다”며 “의석수 확대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4+1 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의지와 통 큰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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