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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전태일 힙합음악제] 전태일 '사랑·행동·연대' 정신, 힙합 노랫말로 다시 태어나세대 아우른 광화문광장은 '축제의 장' … 1차 예선 심사에 400여명 지원
▲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회 전태일 힙합음악제'가 열렸다. 강예슬 기자

"니 들었나/ 전태일 가가 저기 저 서울 올라가가/ 지 몸에 불 질렀다 카데/ (와?) 노동법규라 카는 게 딱딱 지켜졌음 가도 안 캤겠지."

전태일 열사가 분신해 세상을 떠난 지 49년. 머리를 샛노랗게 염색한 두 젊은 힙합 뮤지션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태일 열사 이름을 담은 노래를 불렀다. 관객들은 비트에 몸을 맡겼다. 빨간 응원봉을 앞뒤로 흔들었다. 혼성 힙합그룹 'GPS'의 멤버 김민혜(지화·G-HWA)씨는 "당시 사람들의 시각에서 전태일 열사가 왜 분신을 하게 됐는지 설명하려 했다"며 자작곡 <그는 죽은 것일까, 그를 죽인 것일까>를 설명했다.

서울시와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관장 이수호)이 지난 16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1회 전태일 힙합음악제'를 함께 주최했다. 전태일기념관은 "청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 장르 중 하나인 힙합을 통해 젊은 세대로부터 전태일에 대한 공감을 얻고자 힙합음악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2차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열두 팀은 전태일 열사를 설명하는 키워드 세 가지 '사랑(LOVE)·행동(MOVE)·연대(UNITY)'를 주제로 리듬을 만들고 노랫말을 붙였다. 1차 예선에만 4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70대 노인도 함께 즐겨요"

전태일 힙합음악제는 세대를 아우르는 장이 됐다. 청년들이 다수였지만 머리가 하얗게 샌 어르신들도 청년들 사이에 서서 응원봉을 흔들었다.

"가사는 잘 몰라도 음악 들으면 속이 뻥 뚫리고 마음도 젊어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공연을 보기 위해 인천 영종도에서 두 시간을 걸려 왔다는 정종문(71)씨는 "원체 음악을 좋아한다"며 "아들이 이런 축제가 있다고 알려 줘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무대 앞쪽에 선 유재남(75)씨는 공연이 이어지는 한 시간 동안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노는 것 보니까 좋다"며 "지금처럼 (젊은이와) 같이 즐기는 공간이 있으면 좋은데 나이 먹은 사람이 참여할 기회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참가자를 응원하는 친구들은 무대에 오른 친구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김민영(21)씨는 "친구를 응원하러 오긴 왔는데 힙합은 잘 모른다"며 "노래에 사랑·행동·연대의 교훈이 담겨 있어 듣기 좋다"고 말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도 전태일 힙합음악제를 찾았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동자로 일하다 일자리를 잃은 윤영애(50)씨는 "인근에서 투쟁문화제가 예정돼 있는데 소리가 나길래 한 번 와 봤다"며 "젊은이들이 전태일이라는 분을 알게 되는 계기가 돼 좋은 것 같다"고 웃었다.

"오늘날 청년 현실 녹여 낸 가사"

참가자들의 노랫말에는 49년 전 청년 전태일이 겪은 현실만큼이나 어려운 젊은 힙합 뮤지션의 삶이 녹아 있었다.

"페이(돈) 못 준다고 대신 밥 산다고/ 친구하고 내가 잘 안다고/ 말 편하게 할게 걍 반말로/ 유명하지도 않네 넌 우리빨로(우리덕에)/ 이런 무대 서는 거야/ 그니까 감사로 열심히 해/ 널 아무도 찾지도 않잖아"

오진명(지푸·GFU)씨는 자신의 한을 쏟아 내듯 자작곡 <무제>를 불렀다. 그의 마음이 심사위원에게 전달됐을까. 오진명(지푸)씨와 안형주(줍에이)씨, 신진씨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본선 심사는 세 명의 힙합 뮤지션 딥플로우·허클베리피·팔로알토가 맡았다. 1~3위 순위를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

사회를 맡은 힙합 뮤지션 MC메타는 "경쟁을 지향하지 않는다"며 "세 분 모두에게 100만원의 상금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유재하 음악제처럼 전태일 힙합음악제가 래퍼들의 등용문이 되는 음악제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충남 아산에서 올라와 공연을 펼친 신진씨는 "전태일 힙합음악제라는 이름을 듣고 바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기뻐했다. 그는 "예술의 궁극적인 단계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며 "전태일 열사가 보여 준 행동은 타인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으로 본받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수호 관장은 "젊은 친구들에게 이렇게 전태일을 만나 볼 수 있게 하는 것도 기념관의 일"이라며 "앞으로도 좋은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MC메타와 아날로그소년이 전태일기념관과 함께 기획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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