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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유산, 이제 끝낼 때가 됐다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2019년 민주노총 조합원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1987년 이후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권리를 찾고, 한국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노동조합은 온전하게 그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인한 손실과 폭력성을 부각하고, 정치권은 노동조합 혐오발언을 쏟아 낸다. 경찰과 검찰에게 노동조합의 투쟁은 늘 ‘공안사건’이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할 권리는 쉽게 부정된다. 이 현실을 극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노조파괴 전문업체의 존재였다. 그 대표 격인 ‘창조컨설팅’은 사라졌지만 변형된 형태로 살아남아 있고 범죄의 유산은 아직도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2011년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주야 맞교대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침해되는 것을 우려해 회사에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한다. ‘밤에는 잠을 자자’는 상식적인 요구였다. 회사는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노조를 파괴하기로 결심한다. 이런 결심에는 유성기업의 납품처인 현대자동차의 압력이 작용했다. 회사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직장폐쇄를 한다. 용역을 동원해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끌어낸다. 2노조를 만들고, 남아 있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괴롭히고 해고를 일삼는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2011년부터 임금인상이 되지 않아 최저임금 미달자가 60명에 이르고, 회사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했다. 이것이 창조컨설팅 시나리오였고 회사는 여기에 돈을 지불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이런 탄압 속에서도 금속노조를 포기할 수 없었다. 회사의 폭력과 차별 때문에 노조를 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9년이나 지속된 노조파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은 위험수위에 달했다.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1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유성기업 전체 노동자의 62%가 일상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금속노조 조합원의 72%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 조합원 중 9명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판단됐다. 노조파괴로 인한 결과는 매우 참혹했다.

노동자들은 이 불의한 일을 사회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싸웠다.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는 노조파괴 행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유성기업의 유시영 회장은 올해 9월 창조컨설팅에 회삿돈 13억원을 지급하고 자신의 변호사비용도 회삿돈에서 지출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금 감옥에 있다. 노조파괴를 사실상 공모한 현대차 임직원 4명도 집행이 유예되기는 했으나 징역형이 선고됐다. 법적으로는 이들의 노조파괴 행위가 명백하게 드러났고 그에 따른 처벌이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노조파괴 원상회복의 실질적 출발점은 법적 처벌이 아니다. 훼손된 단체협약과 임금을 복원하고 노조를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올해 10월22일부터 ‘유성사태 해결을 위한 대표자교섭’이 시작됐다. 단협 복원과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 해고자 복직, 위로금 지급, 회사 지원으로 설립된 2노조 해체 등이 쟁점이었다. 10월 말 잠정합의 소식이 있었으나 막판에 교섭이 결렬됐다고 한다. 회사는 잠정합의가 아니라 의견접근일 뿐이었으며, 노조 요구를 수용하면 업무상 배임·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한다. 인권위도 인정한 노조 간 차별을 해결하지 않으려고 법 핑계를 대는 것이 참 구차하다. 노조는 잠정합의가 뒤집힌 것이 감옥에 있는 유시영 회장 뜻이라고 판단했다. 부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만약 사실이라면 유시영 회장은 감옥에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다.

시민사회가 유성기업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했던 이유는 이것이 유성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노조파괴가 범죄라는 사실이 명백해졌지만 기업들의 반성은 없다. 노조혐오에 편승했던 언론도 반성하지 않는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기본협약)을 비준하겠다며 노조 쟁의를 가로막는 입법안을 제출하고,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지키라며 투쟁하는 톨게이트 노동자들에게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변형된 노조파괴 행위는 지금도 여전하다. 노조파괴 유산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창조컨설팅 노조파괴 전략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 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고공농성이 14일 현재 137일째다. 이제는 이 끔찍한 유산을 청산할 때가 됐다. 유성기업 교섭이 타결되기를 응원하며 말을 보태는 이유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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