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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NCP 회의 참석 후기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디지털시대에 출현하는 다국적기업도 반드시 노동자의 기본적 노동인권을 존중하고 지켜야 합니다.” “강제노동이나 아동을 사용하는 그 어떤 노동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Working Party on RBC and NCP Meetings'에서 TUAC(OECD 노동조합자문위원회)이 한 주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이달 4일부터 8일까지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디지털시대 기업 책임경영(Responsible business conduct & digitalization)”을 주제로 NCP(National Contact Point) 회의를 하고 있다. 2000년을 전후해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고 국경을 넘나드는 제조 및 서비스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도대체 어느 나라 기업인지 알기 어려운 이른바 대규모 다국적 기업이 등장했다. 이들 기업들이 지켜야 할 노동인권 등에 관한 기본적인 기준을 정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OECD는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를 이행하는 각 나라에 NCP를 설치하고 매년 그 성과와 현안을 공유하는 회의를 열고 있다. 48개국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OECD에 가입한 후 2001년부터 NCP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현재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와 라오스 세남노이댐 붕괴사고를 다루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또다시 확인했지만, 지구가 처한 노동경제 환경에 대한 관심은 각국이 거의 같았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디지털시대 기업 책임경영”으로 회의 주제를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참가자 모두는 인공지능·블록체인·플랫폼 같은 새로운 디지털 환경이 다국적기업의 외형상 성장발전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가 너무나 크다는 데 공감했다.

우리나라만큼 새로운 디지털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환영받는 곳도 없다. 그런데 최근 그 반작용이 만만치 않다. ‘사람·노동·환경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일자리도 충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으로 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사용량이 빼앗아 간 노동자 일자리가 얼마인지 제대로 된 통계를 본 적이 없다. 수많은 청년을 나락에 빠뜨렸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관계가 뭔지 명쾌하게 설명하는 이도 없다.

플랫폼 사업자와 배달노동자의 법률·제도적 관계를 정하는 일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지난해부터 일부 국가에서 호출서비스 노동자들의 사용관계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어떤 플랫폼 사업은 적법인지조차 분간이 안 된다. ‘타다’는 상당 기간 사용했음에도 이번 검찰 기소로 불법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한 인허가행정이 ‘택시의 탈’을 씌운 불법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이제 공은 검찰과 법원으로 넘어갔으니 기다려 보자”는 의견도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핑계 아닌가.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면 갖추려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가능하지도 않겠지만, 그저 타다를 택시가 아닌 것처럼 꾸미겠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플랫폼 사업은 물론이고 인공지능·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노동 문제에 대한 답도 같다. 디지털을 기초로 하는 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게 먼저다.

오랜 기간 우리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노동환경과 노동형태가 세계 노동현장을 지배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럼에도 실체를 파악할 만한 평가기준조차 없다. 다가올 미래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다국적기업이 지켜야 할 노동인권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기업, 모든 주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경을 핑계로 한 기업과 정부의 자기 책임회피는 설 자리를 없애야 한다. 우왕좌왕하지 말아야 한다. 많은 노동자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나서 고친들 무슨 소용인가. 선제적으로, 최소한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이번 NCP 회의에 참석한 각 나라 관계자들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어느 수준에서 수용하고 이행해야 하는지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권고사항에 불과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것은 계속 논의할 숙제다. 우리나라 고민도 만만치 않다. 당장 12월에 회원국들의 ‘동료평가(Peer Review)’가 예정돼 있다.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고 있는지, 실제 사건처리 과정까지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과정에서 가이드라인의 한계를 다시 논의할 것이다. 모쪼록 다국적기업이 진출한 국내외 노동현장에서 노동인권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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