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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급증' 통계의 의미

통계청이 지난 29일 올해 8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발표한 뒤 논란이 적지 않다. 비정규직이 1년 전보다 86만7천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계조사 방식 변경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36만7천명이 추가로 늘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전문가들에게 이번 통계 결과가 나온 원인과 그 의미를 들었다.

▲ 김효순 노동부 고용지원정책관

조사방식 변경·취업자 증가·노인일자리가 원인
김효순 노동부 고용지원정책관

올해 8월 비정규 근로자는 748만1천명이고 전체 노동자의 36.4%다. 통계청이 발표했듯이 35만∼50만명은 조사방식 변경 효과로서 올해 새롭게 포착된 규모로 분석됐다. 다시 말해 동일한 사람이 동일한 일자리 상태에서 지난해에는 정규직이라고 했다가 올해는 비정규직이라고 한 규모가 35만∼50만명이다.

비정규직 증가 규모는 조사방식 변경 효과를 제외하면 36만명 내외로 볼 수 있다. 36만명 증가를 작다고 할 수는 없으나 많다고도 보기 어렵다. 지난해 취업자가 3천명 증가한 것과 비교해 금년 8월에는 취업자가 45만명 증가했다. 절대규모 자체가 크게 늘었다. 통상 3분의 1 정도가 비정규직이라고 보면 고용확대에 따른 증가분은 약 15만명 정도로 볼 수 있다. 또한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60세 이상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60세 이상은 본업에서 나오신 분들이 많아서 기간제이거나 시간제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부가 60대에게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 증가분 약 10만명에서 15만명도 포함돼 있다.

한편 8월 시간제 근로자는 44만7천명 증가했다. 이 중에서 34만2천명은 추가 취업보다는 ‘그대로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로 나타났다. 여성은 81%, 고령층은 83.7%가 시간제 근로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시간제 근로자는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 시간제를 선호하는 고령층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조사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방식 변경으로 영향받은 범위를 패널분석을 통해 밝혔으므로 이에 근거해 합리적인 추정을 하면 된다. 이제는 숫자논쟁을 마치고 비정규직 노동조건 질적 향상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 송은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공약 미이행과 잘못된 시그널이 비정규직 증가 원인
송은희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이번 비정규직 통계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을 다시 들여다봤다. 공약을 보면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으로 감축하고, 이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있다. 사용사유 제한 제도와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을 제정하고, 간접고용에 대한 원청기업의 공동사용자 책임을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도급과 파견의 기준을 만들어 불법파견을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주 52시간 상한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도입 이후로 하나도 추진되는 게 없다. 거의 폐기됐다고 봐도 되는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 임기가 3년이 돼 가는데 말이다.

한국도로공사 사건이 주는 시그널이 크다고 본다. 대법원 판결이 있는데도 공공기관이 끝까지 재판을 하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도 그런 방식으로 중재했다. 비정규직 정책을 대하는 정부 태도도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가 민간부문에 어떤 시그널을 줬을까.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지 못하겠다면 비정규직 이해대변을 위한 도움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닌가. 공약에서는 종업원대표제를 제시했지만 실제 비정규직 참여권 보장을 위한 논의도 전혀 없다. 정부예산도 마찬가지다. 미조직 취약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예산배정이 없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하고 있지만 민간부문 비정규직 감축을 위한 어떤 신호도 주지 못했다. 결국 공약을 이행하지 않고 민간부문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이 비정규직 증가에 종합적으로 영향을 줬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급증 결론은 성급, 누락된 통계·격차 문제 해결해야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이번 통계청 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와 개선 대안에 대해 몇 가지로 간추려 정리해 보겠다. 첫째, 고용예상기간 질문을 추가해 이전 기간제 노동자에서 누락됐던 노동자들이 포착된 것은 일부 진전이다. 실태는 정확할수록 좋다. 다만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 비율이 줄어들어 온 만큼 이번 통계치만으로 비정규직 규모 급증 결론은 성급하고 이후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둘째, 가장 심각한 통계상 문제점은 누락된 비정규직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플랫폼 노동 등 최근 급증한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너무 적게 통계에 반영되고 있다. 통상 200여만명이 빠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사내하청을 비롯한 불법파견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이 누락됐다. 정확한 수치 파악은 어렵지만 대략 100만명이 빠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비정규 노동자 관련 통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샘플수를 대폭 늘려 조사해야 한다. 기준도 좀 더 엄정하게 보완해 누락분을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통계샘플로는 지역별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광역지자체나 기초지자체 단위 비정규직 대책 근거를 마련하기조차 어렵다. 한 번이라도 인력과 예산을 대거 투입해 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셋째, 임금격차는 지난해와 비슷한 비율로 정규직·비정규직 간 차액은 더 커졌다. 줄지 않고 있는 비정규직 규모보다 차별이 온존됐던 추세가 더 심각한 문제다. 이 문제를 개선하려면 중앙정부·지방정부뿐 아니라 민간부문 재벌대기업과 임금협상권을 가진 정규직노조와 산별노조들의 전향적인 역할도 중요하다.

넷째, 사회보험 가입률도 건강보험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했다. 물론 모두 소폭 등락이라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지만, 현 정부 집권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사회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의 절반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 2% 내외에 불과한 비정규직 노조가입률로 인한 결과로도 보여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숨어 있던 비정규직 드러나, 80만명 이상 급증은 ‘글쎄’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아무리 1년 새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해도 80만명 이상 늘어날 수는 없다. 통계청에서 해명했듯 비정규직 급증의 상당부분은 통계 조사방식의 변경에서 기인했을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통계청은 그동안 비정규직 규모 추정에서 계속 차이를 보여 왔다. 통계청은 올해 비정규직이 증가해서 750만명 정도라고 했고, 연구소에서는 지난해 조사 당시 820만명 정도로 발표했다. 노동계에서 주장해 온 숨어 있던 비정규직이 일정 부분 통계청 조사에서 조사방식 변경으로 포착된 것이다. 그것이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또 한 가지는 기간제 노동자가 80만명 가까이, 시간제 노동자가 45만명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오는데 시간제의 경우 증가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 계절적 요인으로 시간제로 포착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새롭게 만든 직접일자리사업 규모가 10만~20만명 정도라고 하는데, 아마 기간제와 시간제가 혼재돼 있을 것이다. 시간제 노동자 규모 증가의 정확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통계청 원자료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민간부문 비정규직 억제 정책 필요성 확인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통계청은 두 가지 얘기를 한다. 기준을 바꿨다는 것, 그리고 고령친화 재정일자리 사업이 늘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고령친화 일자리가 늘었고, 문항 조정 때문이라는 통계청 설명은 맞다.

그동안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추산한 비정규직 규모와 통계청이 밝힌 비정규직 규모는 차이가 있었다. 임시일용직에서 갈렸다. 임시일용직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사람들이다. 대개 임시직은 1년, 일용직은 1개월이다. 이들을 한노사연과 비정규센터는 비정규직으로 봤다. 그런데 정부는 그렇게 보지 않았다. 기간의 정함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 이유가 무엇인지 추가로 묻는다. 회사가 문을 닫는다든지 학업을 사유로 그만둔다든지 같은 사유가 있으면 비정규직에서 빼서 정규직으로 넣는다. 통계청이 이번 조사에서는 자발적으로 그만둔다든지 하는 문항 하나를 손대면서 비정규직 규모가 늘어난 듯하다.

공공부문에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이뤄졌다. 10만명 넘게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니 규모가 줄어야 하는데 이번 조사에서 늘어났다. 이는 민간부문 기간제 일자리를 살펴봐야 한다. 민간쪽 비정규직 억제 정책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민간쪽에서 비정규직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 이번 조사를 기회로 삼아 정부가 비정규직 실태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이번 조사로 민간쪽 비정규직 억제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은 의미가 있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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