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금융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다소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사자의 절반 정도가 향후 제기될 가장 큰 산업이슈로 “디지털 금융의 확대”를 꼽았다.

<매일노동뉴스>가 20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금융산업위원회가 수행한 ‘금융산업 발전 및 좋은 일자리 유지·창출을 위한 금융산업 공동실태조사’ 결과를 입수해 살펴봤다. 실태조사 결과는 이달 중 발표한다.

◇"'IT기술 습득'이 가장 필요"=금융산업위는 8월6일부터 같은달 21일까지 17개 은행과 16개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 5천62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실태조사는 금융노조가 제안한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고용안정과 금융권의 과도한 경쟁문화 개선,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요청한 임금체계 개선과 산별교섭 효율화 방안을 줄기로 이뤄졌다.

금융산업위는 참여자들에게 현재 금융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이슈를 물었다. “디지털 금융 확대에 따른 금융산업 재편”이라는 대답이 47.2%(2천654명)로 가장 많았다. “금융회사 간 과도한 경쟁”(1천464명·26.0%),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금융산업 규제”(1천102명·19.6%), “금융의 공공성 저하와 관련된 부정적 여론”(375명·6.7%) 순으로 조사됐다.

“금융산업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산업 종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묻자 “업무의 전문화”가 38.9%(2천185명)로 가장 많았다. “과도한 경쟁이나 금융공공성 저하 이슈에 대한 종업원들 의견 반영 기회”(1천719명·30.6%), “새로운 기술의 습득”(1천341명·23.9%),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전직 및 이직 지원 서비스”(354명·6.3%)가 뒤를 이었다.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학습이 무엇인지 묻자 “디지털 금융에 대응하기 위한 IT기술 습득”이 2천211명(39.3%)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학습”이 두 번째(1천525명·27.2%)로 높았다.

◇"노동시간 줄이려면 과도한 성과주의 개선해야"=금융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8.8시간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금융노조 실태조사 결과(52.4시간)보다 3.6시간 줄어들었다. 주 52시간 상한제 실시 이후 노동시간 변화에 대해서 “약간 혹은 많이 줄었다”는 응답이 3천629명(64.6%)으로 가장 많았다.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1천781명(31.7%)이었고, 212명(3.8%)은 “늘었다”고 답했다. 초과근무 이유를 묻자 45.1%(2천535명)가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라고 답했다. 노동시간단축을 위해서는 “인력충원”(34.8%)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청년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동시간이나 임금을 양보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물었다. “초과근무 폐지”(72%)나 “주 40시간 미만으로 근무시간단축”(52%)과 같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이 “임금인상분 반납”(32.3%)이나 “임금체계 변화감수”(37.3%)보다 높은 수용도를 보였다. 어떤 임금 체계를 적용받는지를 묻자 연공제를 꼽는 금융노동자가 3천527명(62.7%)으로 가장 많았다. 연봉제(1천93명·19.4%)가 뒤를 이었다. 실질적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필요한 1순위 과제로 “과도한 성과주의 개선”(48.5%)이 꼽혔다.

정년이 연장된다면 임금체계 변경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년연장이 5년 정도 된다면 직무급 임금체계 도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에 2천478명(44.1%)이 찬성했다. 정년을 2년 연장하면 직무급을 도입할 수 있다는 항목에는 1천777명(31.6%)이 수긍했다. “정년연장이 되더라도 직무급 임금체계 도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응답이 1천367명(24.3%)이었다. 응답자들의 지난해 임금총액은 평균 8천570만원으로 조사됐다.

금융산업위 관계자는 "주 52시간 상한제로 금융권의 장시간 노동 관행이 느리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디지털 금융 확산에 대한 대응과 과도한 실적주의 개선에 대한 종사자들의 요구와 여론이 확인된 만큼 노사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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