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
회사 매각과 청산 기로에서 선 성동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정부와 경상남도에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성동조선해양지회(지회장 강기성)와 대우조선 매각반대 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중형조선소와 조선업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원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매각 실패에 대비해 성동조선해양의 국영화 혹은 지방공기업화 같은 회생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 희생만 남은 성동조선해양 상생협약

지난해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은 올해 6월까지 세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인수의사를 밝힌 기업·투자자들이 자금력을 증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지난달 말 4차 매각공고를 내고 공개입찰에 나섰다. 올해 12월31일이 4차 매각 본계약 체결일인데, 그때까지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매각 성사 여부는 입찰일인 다음달 13일 전후면 확인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매각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본다. 지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4차 매각 시도는 사실상 인공호흡기로 목숨만 3개월 연장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지난해 8월 경상남도·성동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지회가 맺은 고용안정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상생협약서에 따라 노동자들은 전례 없는 '28개월 무급휴직'을 견디고 있다. 강기성 지회장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용직을 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조선소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며 "희망 한 가닥 부여잡고 매각 소식만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당시 노사는 정리해고 대신 2020년 12월31일까지 28개월 동안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 무급휴직에 합의했다. 상생협약에는 지회가 인수합병 등 회사 경영정상화 노력에 협력하고, 경상남도가 무급휴직 노동자 생계대책과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을 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경영정상화 지원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자들은 상생협약서 내용을 묵묵히 지키고 있지만 정부·지자체가 성동조선해양 살리기에 나섰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경사노위 차원의 사회적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 지원 없이 매각 가능성 희박"

조선산업 물량수주 특성을 고려하면 중소형 조선소들은 선박 수요 확보부터 수주계약 체결, 체결 이후 운영자금 지원까지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의 원활한 매각을 위한 유인책인 선수금 환급보증(RG) 발급 약속조차 하지 않고 있다.

통상 조선업체들은 배를 수주할 때 선주에게 뱃값 일부(30~70%)를 선수금으로 받아 기자재 등을 사고, 배를 만들어 납품한 뒤 잔금을 받는다. RG는 조선업체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파산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내는 지급보증 제도다. 조선업체는 은행에서 RG를 발급받아야 선박건조를 시작할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회와 경남대책위가 "같은 물건이 넘치는 시장에 포장도 하지 않고 (회사를) 팔려고 내놨다면 적어도 RG 발급은 보증해 주는 게 최소한의 상도덕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성동조선해양에 RG 발급을 해 주겠다"는 국책은행 약속 정도는 있어야 기업·투자자들이 관심을 갖지 않겠냐는 얘기다.

강기성 지회장은 "성동조선해양이 매각되려면 정부·지자체에서 중형조선소에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라고 답답해했다. 지회와 경남대책위는 "지역경제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도,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도 정부·지자체·국책은행은 책임 있는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법정관리는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정부 책임"이라며 "최종 매각이 실패하면 성동조선해양 국영화·지방공기업화를 포함한 실질적인 회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