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임신·출산·육아 같은 직장맘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입니다. 노동환경 개선과 일·생활 균형을 실현하는 과정이니까요. 직장맘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지원하면서 해법을 찾아 나갈 생각입니다.”

<매일노동뉴스>가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김지희(52·사진) 서울시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장을 만났다. 김 센터장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올해 6월부터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여성노동자 고충 '직장맘' 시기에 집중

- 노동운동가 출신인데.
“1995년 이 지역에서 동부금속지역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서울 성수동 산업단지에 반도체 칩이나 기계부품을 만드는 중소·영세 사업장이 많았다. 여성노동자들이 독성이 강한 반도체 칩 세정액에 노출돼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2006~2009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2009~2012년 금속노조 전문위원·대변인을 거쳤다. 민주노총에서는 여성위원장과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을 역임했다. 20여년 만에 지역과 현장으로 돌아온 셈이다.”

-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는 어떤 곳인가.
“2012년 여성노동자 경력단절 예방과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로 출범했다. 2014년 마포구에서 광진구로 센터를 옮겼다. 2016년 금천구에, 2017년 은평구에 각각 직장맘지원센터가 만들어졌다. 세 곳은 올해 3월 각각 동부권·서남권·서북권 직장맘지원센터로 개편됐다. 직장맘 고충상담과 법률지원·실태조사·교육활동을 한다. 공인노무사가 직장맘 고충해결 원스톱 맞춤상담을 맡고 있다.”

- 20여년 만에 돌아온 현장은 어땠나.
“변한 게 없더라. 중소·영세 사업장은 물론이고 대기업조차 여성노동자 고충은 그대로다. 상담전화를 받아 보면 임신·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눈치 보고 불이익을 당한다. 육아휴직은 아예 못 쓴다. 상담의 70%는 중소·영세 노동자다. 노조가 없는 곳은 더 어렵다. ‘직장맘’이라는 특정 시기·특정 대상을 위한 지원센터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직장맘 시기에 여성노동자 고충이 집중된다. 이들을 위한 법은 있으나 지켜지지 않는다. 그만큼 지원을 집중하고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한다.”

“지자체·유관기관과 협업, 직장맘 지원 확대할 것”

- 센터장에 취임한 뒤 힘을 쏟은 사업이 있다면.
“직장맘지원센터가 있다는 것을 직장맘·직장대디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을 수 있다. 센터는 지자체·유관기관과 연대하고 협업해 지원을 확장할 계획이다. 모든 역량을 쏟을 생각이다. 지금도 센터는 유관기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교통공사(1~8호선)와 MOU를 체결했다. 지하철에서 홍보와 상담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어린이집 같은 곳을 찾아가 상담·교육도 한다.”

센터는 올해 7월 전문가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직장맘114권리지킴이’를 출범시켰다. 김지희 센터장이 단장을 맡았다. 직장맘114권리지킴이는 '직장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

- 센터가 준비하는 사업이 있다면.
“서울시나 센터만으로는 해결창구가 돼 줄 수 없다. 결국 정책·행정권한을 가진 여성가족부·고용노동부 등 중앙정부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행정집행과 제도개선이 잘되도록 현장 목소리를 모아 전달하는 것이 센터 역할이라고 본다. 실태조사와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내년에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안할 것이다. 직장맘 건강권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을 비롯한 유관기관과 협업해 사업장 직장맘을 대상으로 인바디 검사와 스트레칭 교육, 유해물질 예방 프로젝트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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