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를 이분법으로 나눈 '종사상 지위' 통계가 57년 만에 전면 개편된다. 월급 받는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자영업자(비임금노동자)로 분류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달라진 고용환경을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새로 바뀌는 종사상 지위 분류에는 지금까지 기타 종사자로 하위 항목에 있었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 눈에 띈다.

6일 노동계와 통계청·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의 말을 종합하면 2021년부터 기존 종사상 지위 분류 통계와 병행 공표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종사상 지위 분류 통계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통계청은 정부부처와 연구기관 노사단체와 학계 22명으로 '한국 종사상 지위 분류 개정 및 표준화 추진 TF'를 꾸려 지금까지 세 차례 회의를 열었다. 종사상 지위 분류 통계는 통계청이 매달 공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포함돼 있다. 취업자 신분 또는 지위 상태를 파악하는 통계인데, 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자영업자 규모와 변동을 파악하는 데 사용한다.

현재 종사상 지위는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로 구분한다. 임금노동자는 고용계약 기간에 따라 상용직(1년 이상)·임시직(1월 이상 1년 미만)·일용직(1월 미만)으로 나뉜다. 고용계약이 없으면 비임금노동자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로 쪼개진다. 이렇게 2개 대분류·6개 소분류 형태인 종사상 지위는 앞으로 2개 대분류·5개 중분류·10개 소분류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해 10월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 개정 결의안(ICSE-18)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ILO의 ICSE-18은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 구분 대신 지휘권한 유무와 경제적 위험 정도에 따라 '독립 취업자'와 '의존 취업자'로 분류한다. 독립 취업자는 고용주와 자영업자를 말한다. 의존 취업자에는 임금노동자와 무급가족종사자 외에 '의존 도급인(종속 계약자)' 지위가 만들어졌다. 특수고용직이나 플랫폼 노동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명칭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에서는 'dependent contractor'다. 국내에는 아직 통일된 명칭이 없다. 종속 사업인·종속비근로노무공급계약자·준임금 노동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상상캠퍼스에서 열린 3차 TF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이 됐다.

통계청은 '의존 도급인'으로 번역한다. 이와 관련해 '도급'이라는 용어가 불법파견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흔히 사용돼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회의에서도 '종속 계약자'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존 도급인 혹은 종속 계약자 범위도 쟁점이다. 통계청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독자적인 사무실·점포·작업장이 없고 △계약된 사업주에게 종속돼 있지만 △스스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고 △일한 만큼 실적에 따라 소득(수수료·봉사료·수당 등)을 얻으며 △근로제공 방법·근로시간 등은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는 형태로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유튜버처럼 집이나 별도 작업장을 마련한 사례, 일부 플랫폼 노동자처럼 근로제공 방법이나 근로시간이 임금노동자처럼 정해져 있는 사례가 많아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TF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시험 조사단계를 거쳐 내년 연말까지 종사상 지위 분류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예정대로 준비를 마치면 2021년부터는 분기별로 기존 종사상 지위와 함께 병행해 공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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