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1.20 수 08:00
상단여백
HOME 노동이슈 노사관계
[고통분담은 노동자 몫인가]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카허 카젬 사장 퇴진 외친 이유는?국내 공장 발전전망 요구 '모르쇠' 일관 … 2022년 부평공장 1천500여명 구조조정 불안감 고조
▲ 배혜정 기자

"한국에서 꺼져라!"

24일 오전 한국지엠 부평공장 본관. 카허 카젬 사장과 제너럴모터스(GM) 파견 외국인 임직원(ISP)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의 스티커 수백 장이 나붙었다. 홍보관 건물과 조합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도 같은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본관에서 서문까지 이어지는 길목에는 40여개에 이르는 1인용 텐트와 천막이 늘어섰다. 노조 집행부와 대의원들의 철야농성 장소였다. 부평공장 안에 집단적 천막농성장이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임한택)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전·후반조 6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시간 근무를 마친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공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경영 어렵다더니 팀장급 이상만 성과급 지급

한국지엠 노사갈등이 심상치 않다. 회사가 올해 임금교섭에서 "2014년부터 5년간 누적적자가 5조원에 달한다"며 임금인상은 물론이고 성과급·격려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석연휴 전에 지부의 3일 파업 뒤 19일 열린 9차 교섭에서도 회사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누적적자가 심각해 임금인상 여력이 없다던 회사는 올해 초 팀장급 이상 직원 780여명에게 "2018년 성과에 대한 성과급"이라며 1인당 평균 1천700만원을 줬다. 기본급은 1.8% 올렸다. 지난해에도 팀장급은 1천500만원의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 때마다 "2018년 경영적자가 8천억원"이라며 회사의 '앓는 소리'를 들었던 임한택 지부장이 9차 교섭 자리에서 "어떤 놈은 입이고, 어떤 놈은 주둥아리냐. 현장이 노예냐"고 목소리를 높인 까닭이다.

지부가 투쟁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경영진에 대한 배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년간 경영정상화·이해관계자 고통분담을 명목으로 노동자들이 임금을 동결하고 복리후생을 양보했는데도 '돈만 밝히는 이기적인 집단'인 양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만난 유종욱(51)씨는 "회사가 그렇게 어렵다면 경영진들이 나서 자기 임금과 성과급을 반납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자기들은 성과급 잔치를 하면서 노동자에게 줄 돈은 없다는 게 말이 되냐"고 되물었다.

지부는 이날 오전 부평공장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퇴진을 촉구했다.

▲ 배혜정 기자

2022년 부평2공장 폐쇄 우려에
'수입차 불매운동 카드' 검토


돈 문제가 쟁점인 듯 보이지만 사실 지부가 걱정하는 것은 부평2공장 폐쇄 가능성이다. 지부는 2022년 단종을 앞둔 말리부 후속차량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카허 카젬 사장은 교섭 자리에서 "부평2공장 신차 배정계획이 없다"고 공언했다. 2022년 이후 부평2공장 폐쇄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우리가 고통분담을 한 만큼 회사가 미래먹거리를 위한 장기 발전전망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지부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3천명 희망퇴직을 지켜봤던 조합원들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합원 유정열(38)씨는 "(하청)업체에서 7년 일하고 어렵게 정규직으로 들어왔다"며 "평생직장으로 생각했는데, 회사에 미래가 안 보이니 불안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현재 부평2공장 차체2부·도장2부·조립2부·프레스부에는 1천500여명이 일한다.

국내 공장 몸집을 줄이고 있는 한국지엠은 최근 미국에서 생산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수입해 출시했다. 지부 관계자는 "국내 공장에 투자하지 않고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수입차를 가져와 점유율을 높이면, 글로벌 지엠만 이윤을 가져가게 된다"며 "내년에 또다시 팀장급 이상만 성과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가 '수입차 불매운동' 카드를 적극 검토한 이유다.

지부가 수입차 불매운동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졌다. 지부는 추이를 지켜보며 불매운동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지부 관계자는 "불매운동은 조합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동의가 되면 과감히 진행할 것"이라며 말했다.

임한택 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얼마나 절실하고 절박하면 불매운동 방안을 생각했겠냐"며 "2022년 1천500여명 구조조정이 예견된 상황에서 회사가 노동자들만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에서 불매운동 방안을 검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부는 3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투쟁방침을 확정한다. 차기 교섭 날짜는 미정이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혜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노조는 회사를 죽이기위해있는것 2019-09-26 15:41:09

    금속노조는 특히 반성해야한다...
    왜 사람들이 귀족노조라하는지 생각도 해보아라...

    난 개인적으로 지엠이 한국에서 철수하기를바란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