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와 관련,노와 사는 규모와 노동관련법 개정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상충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용자측은 앞으로 비정규직 채용을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와 재계의 극한적 대결 상황에서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노사정위원회 산하에 비정규직 특위를 구성했지만 노와 사 모두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 사용자 = 비정규직의 정의와 규모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비정규직이 임금노동자의 58.4%를 차지한다는 노동계의 발표를 부정하고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제시한 26.4%를 실질적인 비정규직 규모로 보고 있다. 노동계와 달리 파견,위탁 등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직을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측이 직접 고용한 임시?계약직만을 추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앞으로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할 전망이다. 충남대 경제학과 배진한 교수가 발표한 ‘비정규 근로자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단기계약직 수를 유지하거나 늘릴 것이라고 밝힌 사업체는 전체의 65.8%였다. 경총의 ‘2001년 단체협약 체결 지침’에서도 “고용기회 확대 측면에서 노조를 설득하고 비정규직 등 다양한 형태의 근로자 채용을 확대하라”고 명문화했다.

경총 이동응 정책본부장은 “실업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기 위해 고용형태의 다양화가 절실하다”면서 “기존 노동관련법에 근거해 근로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해도 비정규직 보호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개정 요구 등 무리한 요구가 많은 노사정 특위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최근 비정규직 문제 대처를 위해 근로계약기간의 상한선을 3년으로 연장,파견근로대상 업무 자유화,근로기준법에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규정 신설 반대 등 입장을 굳힌 바 있다.

◇ 노동계 =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핵심은 기간제 고용에 대한 엄격한 제한과 계약의 반복 갱신때 정규직 전환에 있다고 보고 있다. 기간을 정한 고용은 계절적,임시적,일시적인 사유가 명백할 경우로 한정하고 그 기간은 1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이 정규직의 53.7%에 지나지 않는 등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의 금지’와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설계사나 학습지교사,지입차주 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역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노동계는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지난 2월 복수노조 설립이 5년간 유예되면서 일부 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원 가입을 막아 비정규직 독자 노조가 법외노조 형태로 설립되는 경우도 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노동관계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비정규노동센터 조진원 사무국장은 “정부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정책기조 아래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난망하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유지하는 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정부 =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 및 노조인정 투쟁이 급증하면서 노사정위원회는 이달초 산하에 비정규직근로자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비정규직 특위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세계적 추세와 국내 노동시장 유연화 정도에 대한 연구,기간제 단시간 파견 근로자 등 특수 고용형태 노동자에 대한 보호대책,비정규직 고용 및 대책에 대한 국내외 사례 수집과 분석 등의 과제를 다룬다.

노동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근로기준법의 적용 내용을 구체화하는 지침을 개발하고 정규직 전환을 돕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지난해 부터 실시하고 있다”며 “노사정위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는데 정부가 적극 참여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노동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국민일보 2001.07.21(연재 마지막)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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