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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에 뒷짐 진 권력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그동안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강하게 처벌해 온 반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규정돼 있고, 사측에게 유리하게 해석·운영돼 온 경향이 있어 우리 노사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기도 함.”

서울중앙지검이 2018년 9월27일 배포한 삼성전자 등의 노조와해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보도자료 일부다. 최근 불법파견에 대한 권력기관들의 대응을 보고 있자면 이와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한다.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 탓인지 이로 인한 허탈감과 실망감은 더욱 크게 분출되고 있다.

2. 불법파견에 맞선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상황을 몇 가지만 보자.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무려 6년 이상 투쟁과 소송을 전개했다. 1·2심 법원에서 불법파견이 확인됐음에도 되레 1천500여명이 해고됐다. 노동자들은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 고공농성과 청와대 앞 농성을 이어 갔다. 최근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확인하는 판결을 선고했으나 한국도로공사는 여전히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투쟁은 불법파견 문제의 시발점이자 상징이다. 지금까지 대법원 판결과 하급심 판결이 10여차례 반복되면서 직접생산공정, 간접생산공정, 1차 하청, 2차 하청, 공장 밖 탁송업무, 사내하청업체 관리자 등 사실상 전 공정, 전 노동자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검찰과 고용노동부는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불법파견을 인정하려 한다. 이에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장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8일로 42일째 단식농성을 이어 가면서 법원 판결대로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신속하게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지엠 부평·군산·창원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들도 대법원 형사판결을 포함해 최근 창원공장 불법파견 판결까지 8차례에 걸쳐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끌어냈다. 그럼에도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는 8월25일부터 다시 해고노동자 복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공장 앞 고공농성과 조합원 집단(25명) 단식농성을 전개하고 있다.

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비정규 노동자들 또한 해고와 노조파괴, 불법파견에 맞서 1천500일에 이르는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회사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죄로 기소됐고, 최근에는 민사소송 1심 판결도 불법파견을 확인했다. 하지만 회사는 직접고용 대신 항소를 택했고 노동자들은 9월2일부터 일본 본사로 5차 원정투쟁을 떠났다.

3. 상황이 이와 같이 절박하고, 법 위반 상태가 매우 심각함에도 이를 바로잡아야 할 권력기관의 적극적인 태도는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어렵다. 검찰은 법원 판결로 확립된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무시한 채 자체적으로 마련한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을 고수하며 민사소송과 달리 형사적으로 근로자파견은 파견요소가 명백한 경우에만 한정해 인정해야 한다는 매우 자의적이고 심각한 법리오해로 불법파견을 축소하고 있다. 노동부는 스스로 인정한 불법파견 공정에 대해서조차 검찰 수사지휘를 운운하며 직접고용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처분이라는 행정권한 행사조차 방기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비정규 노동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라거나 검찰 수사지휘를 이유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 외에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스스로 가진 권력을 ‘법대로’ 행사할 것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다른 권력을 이유로 대다니 참으로 난감하다.

4. 노동자들의 요구는 정부부처인 노동부에 법원 판결대로 전 공정에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할 것을, 공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에 대법원 확정판결 내용에 따라 해고노동자 전체를 직접고용할 것을, 그리하여 결국 ‘법대로’ 하라는 최소한의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법 위반 상태가 방치되고,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절박하고 위험해지는 그 현장으로 지금 당장 뛰어가 적극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반복된 법원 판결로 명확하게 확인된 불법조차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정책이고 입법인가. 노동부는 당장 현안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직접고용 시정명령·과태료 부과 등 자신의 행정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하고, 검찰은 신속한 수사와 기소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나아가 법원의 판단기준과 다른 검찰과 노동부의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 관련 사업장 점검요령은 최소한 법원 판결 내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법원은 집중심리 등을 통해 신속한 판결로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꾀해야 한다. 가지고 있는 권력을 '법대로' 최소한이라도 행사한다면 우리 곁에서 '굶거나 올라가는' 노동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동료와 가족 곁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낼 수 있다. 이것은 권력의 기본 책무다.

이용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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