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회삿돈을 들여 창조컨설팅에서 노조파괴 자문을 받은 유성기업 사용자의 배임 혐의를 인정하고 지난 4일 법정구속했다. 형사재판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사용한 것은 횡령으로 봤다.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은 노조파괴 컨설팅으로 악명을 떨쳤다. 노무법인 대표는 구속돼 있다. 창조컨설팅 계좌에는 밝혀진 것만 무려 34개 사업장이 입금한 내역이 찍혀 있다. 법원이 부당노동행위로 판결한 유성기업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사건 말고도 더 많은 사업장이 노조파괴 컨설팅을 받았다는 뜻이다. 뿐만이랴. 지금도 창조컨설팅 프로그램을 베낀 노무법인·법무법인이 어딘가에서 암약하고 있을 터다. 이번 판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 사무장

노동 3권 파괴하려는 사용자에게 경종 울린 판결
김성민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 사무장

유성기업에서 일하고 임금을 받는 나는 “노조파괴 자행하는 유성기업 박살내자”는 구호가 정말 낯설었다. 그런데 지난 4일 유성기업의 실질적 오너인 유시영 회장이 구속됐다. 노조파괴 책임자가 구속돼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씁쓸한 마음도 크다.

회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 합의를 지키라”며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하자 창조컨설팅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그리고 컨설팅에 따라 노조파괴를 진행했고, 그 비용으로 무려 회삿돈을 13억원이나 사용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노조 조직·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이라는 불법적 목적을 위해 회사 자금으로 컨설팅 비용을 지급하고 자문용역을 받은 것은 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라고 판결했다. 회사는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유성기업뿐만 아니라 창조컨설팅에서 노조파괴 컨설팅을 받은 168개 사업장이 지불한 비용이 배임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떠나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불법적으로 파괴하려고 했던 사용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 있는 판결이다.

그동안 지회는 “유시영 회장이 이번에 구속될 수밖에 없으니 검사 구형 전, 여름휴가 전, 법원 선고 전에 노조파괴를 끝내자”는 입장을 여러 차례 회사에 전달했다. 하지만 회사는 정말로 배임과 횡령죄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회사의 오만함이 유시영 회장을 감옥으로 보내는 호송차를 부른 것이다.

 

▲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장

창조컨설팅 계약했던 다른 사용자들도 처벌받아야
김진경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장

노조파괴로 이름을 떨친 창조컨설팅과 2011년 자문계약을 맺었던 유성기업과 영남대의료원은 닮은 점이 많다. 영남대의료원은 2005년 8월 창조컨설팅과 첫 자문계약을 맺었다. 2006년 영남대의료원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섭을 해태하며 불참석하고, 합의사항을 번복해 노조파업을 유도했다. 파업한 노조간부를 해고하고, 56억원의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조합원 850명을 탈퇴시켰다. 노조파괴 시나리오대로 척척 진행된 것이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 심종두 대표가 컨설팅 때 사용했던 홍보자료가 발견되면서 영남대의료원의 기획된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의해 노조가 와해된 사실이 드러났다.

부당노동행위를 위한 컨설팅 계약을 하고, 회삿돈 13억원을 지급하는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배임행위를 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게 내려진 판결은 당연하다. 하지만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은 168개의 회사 중에서 노조가 파괴된 13개 사업장은 아직 원상회복되지 못했고, 노동자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영남대의료원의 경우 노조가 와해돼 13년 동안 해고의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3명의 해고자가 있다. 850명의 조합원이 강제로 탈퇴당해 회사의 눈치를 보며 비조합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13년이 지났지만 영남대의료원 사용자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고, 노조만 피해를 봤다.

이를 이제라도 바로잡기 위해 2명의 해고자가 70미터 고공에 오른 지 5일로 67일째다. 기획된 노조탄압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조치가 있어야 한다.

 

▲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창조컨설팅 아류들 수없이 많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첫머리에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노조파괴를 위한 컨설팅은 부당노동행위고, 회삿돈으로 비용을 지급한 것은 불법행위임을 밝힌 법원의 판결은 법의 목적에 부합한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오히려 이것이 첫 사례라는 점은 그동안 대한민국이 ‘노조하기 힘든 나라’였음을 방증한다.

유성기업은 2011년 회사의 단체협약 파기, 노조 파업, 직장폐쇄, 용역 경비·경찰력 투입, 부당해고, 천문학적 손해배상 청구 그리고 회사의 폭력적인 노무관리로 인한 조합원 자살까지 최악의 상황이 이어져 왔다. 이 판결로 그동안 흘린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눈물이 충분히 닦여지리라고 보지 않는다. 게다가 회사는 여전히 “잘못이 없다”며 항소의 뜻을 밝히고 있지 않나. 아직 우리 사회에는 노조를 ‘파괴’ 대상으로 보는 제2·제3의 유성기업과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돈벌이에 나서는 창조컨설팅 아류들이 수도 없이 많다.

이 판결이 이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오늘의 당연한 결과가 끝까지 이어질 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노조파괴 노동자 고통에 비하면 낮은 형량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

풍문과 짐작으로만 떠돌던 ‘원청-하청-노무법인’ 삼각편대의 노조파괴 범죄는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숱한 증거와 함께 드러났다. 이번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 대한 법원 판결로 핵심 용의자들에 대한 전원 징역형 처벌이 완성됐다.

당연한 결과지만 지금도 유성기업 노동자에게 끊임없이 가해지는 고통을 생각하면 노조파괴 수사와 판결은 너무 늦었고 형량은 지나치게 가벼웠다. 검찰은 늑장 수사와 불기소 처분으로 일관했고, 노동자의 결사적인 투쟁 끝에 공소제기를 결정한 법원의 처벌은 현대차 직원들 집행유예, 창조컨설팅 심종두 징역 1년2월, 유시영 회장은 징역 1년10월에 그쳤다.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는 지배·개입부터 조직적인 노조파괴 범죄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는 부당노동행위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처벌 수위도 너무 약하다. 파업 노동자 처벌은 강하게,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처벌은 가볍게 하는 노동법 자체가 가진 한계다.

노동조합을 당연히 인정할 권리가 아닌 배제할 대상으로 여기는 한 법적 처벌만으로는 유성기업 노동자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노조파괴 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추적감시·처벌과 더불어 유성기업 노동자의 고통과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가 필요하다.

 

▲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

회사 뒤에 숨은 부당노동행위에 제동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

초유의 일이다. 창조컨설팅을 동원해 노조를 파괴한 유성기업의 죄질이 그만큼 나쁘다는 방증일 수 있다.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은 범죄이니까 그런 행위에 회삿돈을 쓴 것은 배임이라는 것이 법원 판단인 것 같다. 부당노동행위는 명백한 범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보통 노동자들이 불법파업을 하면 경영진은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부분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단체교섭을 지연한 경영진 책임은 묻지 않았다.

반면 이번 판결은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영진의 배임죄는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당노동행위의 모든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는 얘기다. 회사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회사 뒤에 숨어서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는 사용자와 경영진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잘못은 자기들이 다 저지르고 책임과 부담은 회사가 지는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