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지난달 초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청소 하청업체가 독성이 강한 산도 35%의 공업용 염산으로 아산공장 문화관 수영장을 청소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당일 업체 관리자 지시에 따라 공업용 염산으로 수영장 벽과 바닥을 청소한 노동자들은 마스크와 보호장비 없이 장시간 염산에 노출돼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하청업체와 원청인 현대차가 염산 노출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 노동자와 지역주민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해 비판을 사고 있다.

아산공장 수영장 35% 공업용 염산으로 청소

금속노조와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노동자들을 독극물 염산에 무방비로 노출시키고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린 현대차는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4일 현대차 아산공장 청소업체인 미성엠프로는 5명의 청소노동자에게 수영장 벽과 바닥의 찌든 때를 산도 35%의 공업용 염산으로 닦게 했다. 평소 사용하는 세제로 때가 지워지지 않자 시중에서 산 산도 5% 염산으로 닦았다. 그래도 묵은 때가 지지 않자 정수장에서 공업용 염산을 가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업용 염산은 화학물질관리법상 사고대비물질로 작업시 방독면·내화학장갑·보호복을 입어야 한다. 작업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상 특별안전교육 16시간과 유해화학물질 관리 16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공업용 염산에 노출되면 호흡곤란·기관지염·폐렴·눈손상·화상을 입을 수 있다.

염산이 물과 반응하면서 나온 냄새와 연기 속에서 노동자들은 마스크·보호장비 없이 벽·바닥에 염산을 바르고 지우는 작업을 반복했다. 여성노동자 3명은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며 작업 3시간 만에 현장을 나왔다. 남성노동자 2명은 작업 마무리까지 5시간 넘게 염산에 노출됐다.

공업용 염산 청소 사실이 지역에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해당 수영장은 현대차 직원·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하청업체 "뭐가 문제냐" 원청 "누가 발설했냐"
현대차 산업안전보건법 29조 위반 혐의 


문제는 원·하청의 대응이다. 미성엠프로 노동자 정지선씨는 "사실 확인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업체 부소장이 '뭐가 문제냐'고 소리만 질렀다"며 "특수건강검진을 요구하자 20여일이 지나서야 간단한 피검사와 폐활량 검사를 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업체 소장도 "(물에) 희석해서 쓰면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노동자들에게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인 현대차 아산공장은 산업안전보건법 29조(도급사업시의 안전·보건조치)에 따라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하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가 있다. 하지만 현대차측은 사과나 재발방지에 대한 입장 없이 "외부발설자를 찾아 징계하겠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통화내용을 보면 현대차 아산공장 총무실 관계자는 염산 청소 사실 여부를 묻는 공장 인근 지역주민에게 "염산을 썼든, 청산가리를 썼든, 농약을 갖다 풀었든 간에 삽교(호)하고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해당 얘기를 한) 누구인지 역추적을 해서 그 사람 징계를 때리든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 당사자인 배기원 아산시 인주면 대음2리 이장은 "삽교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얘기만 하더라"며 "대기업이 지역주민과 노동자들을 깔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세민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주민과 노동자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라며 "이번 사고에 대한 작업지시 경위와 안전관리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밝히고, 책임 있는 사측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아산공장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수영장·정수장·집하장 역학조사, 수질검사 후 대책 마련, 노동자 특수건강검진을 요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유해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안전조치를 미실시한 부분에 대해 진위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며 "법 위반 사항은 조치할 계획이며, 해당 작업자들은 추가 특수건강검진을 통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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