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회 조합원들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건설현장 적폐청산! 일요휴무·주휴수당 쟁취! 임단협 승리!’ 상경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우리도 주휴수당 받으며 일요일에 쉬고 싶다."

건설노동자들의 외침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졌다. 이날 전국에서 2만여명의 형틀목수들이 20만원이 넘는 하루 일당을 포기하고 상경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주휴수당을 받고, 일요일에는 쉬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바람을 알리기 위해서다.

"포괄임금제 폐지 미루는 정부, 악용하는 사용자"

건설노조는 이날 '건설현장 적폐청산과 일요휴무·주휴수당 쟁취를 위한 상경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강한수 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 앞에서 약속한 포괄임금제 폐지는 2년이 되도록 감감무소식이고 고용노동부는 포괄임금제 폐지와 관련한 새로운 지침도 내놓지 않고, 사용자는 우리한테 주휴수당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대놓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참을 만큼 참았기 때문에 투쟁으로 우리 요구를 쟁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휴수당 지급은 올해 토목건축(형틀목수) 중앙임금교섭 최대 쟁점이다. 노조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주휴수당을 지급해 실질적인 휴일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은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일용직이지만 수개월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 사용자들은 주휴수당을 주지 않고 정해진 일당만 지급하는 포괄임금제를 활용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8월 노동부가 행정지침에서 일당제 일용노동자가 소정근로일수를 채워도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2016년 건설현장에서 노동시간 산정이 가능한 만큼 포괄임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노동부는 포괄임금제 지침 폐기를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7년 10월께 발표하겠다던 '포괄임금제 남용방지 지도지침'은 2년 가까이 '준비 중'이다. 노동부는 실태조사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해 말 시가 발주한 모든 현장에 표준근로계약서와 적정임금제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 '건설근로자 적정임금 지급·인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휴수당을 비롯한 법정 제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도록 만들어 포괄임금제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에 있는 권리 보장받으며 떳떳하게 일하고 싶어"

정부의 포괄임금제 지침 폐지가 늦어지면서 피해를 입는 것은 건설노동자들이다. 노조 토목건축분과와 철근·콘크리트공사업협의회는 지난해 중앙임금교섭에서도 주휴수당 관련 논의를 했다. 사용자들은 "지금까지 주휴수당을 청구하지 않았으므로 포괄임금약정에 해당하며 일당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논리를 폈다. 정부가 포괄임금제 지침을 진작에 폐기했다면 할 수 없는 주장이다.

이날 집회에 함께한 건설노동자들은 "주휴수당 지급은 근기법에서 보장한 노동자 권리를 되찾는 것이자 건설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고 있다는 자긍심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외쳤다. 20대 청년 건설노동자라고 밝힌 노조 서울지부 조합원 김아무개씨는 "법에서 정한 최저기준을 건설현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보장받지 못한다면 건설현장에 미래는 없다"며 "떳떳하게 일할 수 있는 건설현장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조 경기중서부지부 조합원 정경미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얼마나 버티겠냐'는 조롱과 무시를 당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동료들로부터 20년은 더 일할 수 있는 목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남들처럼 주휴수당을 받고 일요일에 쉬는 직장이 된다면 진짜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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