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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중요한 일도 많다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블랙홀이 따로 없다. 온 나라가 하나의 문제로 빠져들고 있다. 정말이지 “뭐가 중헌디?” 하고 묻고 싶을 정도다. 이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 죽고 사는 문제로 가 버렸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조속히 이성을 되찾았으면 한다. 그 문제 말고도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삶과 직접적인,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하다.

국회 인사청문회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졌어야 할 뉴스가 있다. 22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다. 1분위(하위 20%) 가계 월평균소득은 132만5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같았다. 이에 비해 고소득층이라고 할 5분위(상위 20%) 가계 월평균 소득은 942만6천원으로 무려 3.2%나 증가했다. 이것만 보면 그리 놀랍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근로소득 통계를 보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분위 근로소득이 15.3%나 감소했지만, 5분위는 4.2% 늘었다.

통계를 분석하거나 읽어 내는 능력이 신통치 않지만 소득이 양극단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저소득층에게 높은 가격의 부동산이나 은행예금이 있을 리 만무하니 아마도 근로소득이 소득의 전부일 게다. 물론 고소득층에서는 근로소득이 아니더라도 저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재산이 있으리라. 재산이 재산을 낳는 자본주의시장의 당연한 논리를 적용한다면 132만원 대 942만원은 어쩌면 그저 형식상 통계일 뿐이다. 더 깊이 들어간다면 그 차이는 몇 곱절 늘어날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양극화의 원인이다.” 지난 2년 참으로 많이 들었다. 통계가 발표되자 거의 모든 언론과 한다하는 연구기관에서 내놓은 발표다. 그저 주장만 있지 여전히 노동자들이 이해할 만한 정확한 논증은 없다. 시민들에게 “소득주도 성장=경제폭망의 원인” 정도로 머리에 박힌 지 오래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 내에서도 반론을 펴거나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득주도 성장의 대표적 정책인 최저임금 인상은 경기불안의 최대 적으로 지목한다. 매번 반복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죄’가 없다. 2분기 통계에서 보듯 월 1천여만원에 가까운 소득을 누리는 가구가 부지기수다. 고작 10분의 1에 불과한 100여만원 남짓으로 살아가야 할 노동자들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은 그자체로 ‘인간으로서의 존엄 보장’이라는 우리나라 헌법 이념에 부합한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이 약 10조원의 돈을 더 부담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5% 남짓 되는 숫자다. 기업 전체로 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실 결과가 좋지 못하니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계속해야 한다”고 반론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그렇다고 도저히 알기 어려운 통계수치를 들이대며 “소득분배가 개선됐다”는 정부의 자랑도 어색하기 그지없다. 잘못된 점은 복기하고 잘된 정책은 밀고 나가야 한다. 밀고 나가야 할 정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정책을 맨 앞에 꼽고 싶다.

아직 제대로 시행하지 못한, 앞으로 힘써야 할 정책으로는 전업·전직 강화를 꼽는다. 최근 동네 빈 상가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이번 통계에서도 자영업자의 상당한 붕괴를 언급하고 있다. 더 크게는 조선업과 자동차 등 대규모 제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심각하다. 제대로 보도되지 않지만 단순한 실업률 발표 이상으로 실업을 당한 노동자들이 많다. 과거에 비해 실업급여 확충 등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이들을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필요하다. 물론 좋은 일자리여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일(Decent Work) 말이다.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에 급급해 보인다. 초조할 것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정도로 가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럴듯한 포장은 했지만 좋은 일자리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일자리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공유’ ‘플랫폼’ 같은 이름표를 붙이고 노동자들을 끌어들인다. 최근에서야 이들의 실체가 ‘자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약탈’을 조장하는 방식의 정책은 소득분배율을 악화할 뿐이다. 이번 통계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60만명에 육박하는 플랫폼 노동자들 대부분이 1·2분위에 머물러 있을 게다.

한쪽은 실업이 역대급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일자리를 원하는 기업이 많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나쁜 일자리’로 불리는 영세 중소기업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할 일은 우선 이들 사업장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넘어 적정한 임금은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계적 원·하청구조를 혁파해서 이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감당할 능력을 길러 줘야 한다. 노동기본권과 노동환경을 온전하게 보장하면 그게 바로 ‘좋은 일자리’ 아닌가. 실체 없는 ‘공유’에 쏟는 에너지의 절반만이라도 써 보라. 이 방법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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