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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야 오래간다-2019년 UCC 글로벌 봉사활동을 마치고김해관 KT노조 위원장
▲ 김해관 KT노조 위원장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권리도 공동체의 특성에 의해 달라진다.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누군가는 기득권을 독점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불평등 아래 빈곤과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소유보다는 나눔을, 경쟁보다는 상생을”

이러한 극명하고도 노골적인 양극화가 새삼 확인된 곳은 한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베트남 하이퐁시의 라이쑤언(Raixuan)이라는 시골 마을에서였다. 라이쑤언은 한국으로 온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많은 곳이며, 경제적으로도 낙후된 지역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산주의 국가란 기본적인 분배와 배급이 이뤄지는 사회이지만 목도된 현실은 달랐다. 하부 집단은 궁핍한 생활과 열악한 환경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구조 아래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없는 생활을 이어 가고 있었다. 브이반루옌(65)씨 부부도 그랬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한 장애로 타인의 도움이 아니면 움직일 수조차 없는 그는 아내가 간간이 동네 허드렛일을 하며 받는 비정기적인 품삯으로 살고 있었다. 그의 집은 언제 쓰러질지 몰라,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했다. 방과 부엌의 경계가 모호했고 그나마 있는 문과 창틀도 삐거덕댔다. 2019년 글로벌 봉사활동을 베트남 하노이와 라이쑤언 마을에서 하기로 정한 기업 간 노사공동 나눔협의체 UCC(Union Corporate Committee)는 당장 브이반루옌씨 주택 개·보수에 나섰다. 브이반루옌씨와 아내인 트린티믄씨, 그리고 부모 얼굴도 모른 채 태어나자마자 조부모에게 맡겨진 6세 손녀딸, 이렇게 셋이 사는 집이다. 그의 집은 너무 조악하게 만들어진, 무늬만 집이었다. 워낙 낡은 데다 벽이 흙으로 돼 있어서 공사가 쉽지 않았다. 집안에 샤워시설을 갖춘 화장실을 만드는 것도 도전 과제였다. 리모델링을 위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벽을 조금만 건드려도 쉬 무너질 것 같았다. UCC는 결국 집을 다 허물고 새로 짓기로 결정하고 공사에 착수했다. UCC 봉사단이 현지 인부들과 목공·전기설비·타일시공·도색 등으로 일을 나눈 뒤 망치와 톱·전동드릴을 들고 집 여기저기를 나눠 일했다. 브이반루옌씨 집과 마을 공동화장실 신축공사, 초등학교 환경개선도 같이 진행했다.

▲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 오랜만에 어머니를 만났다. <KT노조>

무너질 듯 위태롭던 낡은 흙집의 변신
“살다 보니 이렇게 행복한 일이” 장애인 부부의 눈물


지난 18일 브이반루옌씨 집과 마을 공동화장실이 드디어 완공되던 날. 베트남 시골마을 라이쑤언에는 실로 오랜만에 대규모 마을잔치가 열렸다. 브이반루옌씨 집은 놀라운 변신으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1호 ‘UCC 하우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아내인 트린티믄씨는 몰라보게 변한 집안을 둘러보며 “죽기 전에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울먹였다. 악취가 진동하던 마을 재래식 공동화장실도 쾌적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벽이 곰팡이로 뒤덮여 있던 초등학교 담장도 환골탈태라는 말 외에는 적당한 말이 없을 정도로 180도 면모를 일신했다. 이날은 특히 한국에서 선정된 한-베트남 다문화가족 9가구 35명이 베트남 현지로 초청됐다. 이주결혼여성들이 베트남에서 친정 가족들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한국에서 온 사위와 사돈들까지 양가에서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UCC 봉사단과 마을주민들까지 더불어 새 건물 완공을 축하하는 대규모 파티를 열었다. 행사에는 UCC 회원사 노사 임원을 비롯해 호앙민루언 라이쑤언인민위원회 의장, 호앙티히엔 라이쑤언인민위원회 당서기장 등이 참석해 함께 기쁨을 누렸다. 서로가 서로에게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포옹하고 춤추던,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 부부와 6살짜리 손녀딸이 사는 집은 손만 대면 부서질 듯 허름했다. 아예 새로 짓기로 했다.<KT노조>

“양극화 완화 노력 없는 사회는 전진할 수 없다”

세계화의 본격적인 진행과 함께 물리적 개념의 국경이 무색해지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영향력이 증대되면서 기존에는 국경 안에만 머물렀던 공동체 개념도 글로벌화하고 있다. ‘국경과 이념을 넘어서는 나눔’. UCC의 지향도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UCC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과 상생의 노사문화 확산을 위해 성격이 다른 기업 노사가 손을 맞잡은 국내 첫 사례다. KT·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분당서울대학교병원 노사가 모여 이념·계층·국경을 뛰어넘어 노동과 인권의 가치 존중을 결의하며 2011년 10월 설립된 이래 참여 기업별 사업의 특성에 맞춰 IT·통신·환경·농촌·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히 펼쳐 왔다. 현재 20개 회원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사 모두가 동등한 공동의장 형태로 운영된다. 개인적으로는 노동계도 정부조직만큼이나 전문성을 갖고 단기적인 이익이나 사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보편적인 사회발전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조도 사회성과 공공성, 사회적 연대라는 차원에서 보편타당한 운동을 전개해야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노조가 스스로 권력집단화되고 기득권에 집착한다면 오히려 공동체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노조 조직뿐 아니라 뿌리를 지탱하고 있는 전체 사회 구성원들과의 동반 발전이 수반될 때 진정한 승리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소유보다는 나눔을, 경쟁보다는 상생을 추구하는 모두를 위한 활동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약자들이 그가 속한 사회에서 박탈감이 아닌 구성원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고 희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해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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