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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을과 을의 갈등 끝내야

2년 남짓 ‘노동존중 사회’를 내건 정부의 기여는 나름 지대하다.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각각 100만명을 육박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화려한 성과의 이면인가. 요즘 들어 부쩍 노노 간 갈등사건이 잦다. 법정에서 상대방을 향해 던지는 말이 금도를 넘을 만큼 험해지고 있다. 사용자에게나 할 법한 거침없는 분노를 드러낸다. 노동조합 숫자가 많아지면서 자연히 발생하는 분쟁이라고만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사용자(갑)를 상대로 모든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에 을과 을이 다투고 있다니.

원인이 뭘까. 제도가 문제다. 돌아보면 최근 노동조합 조직률이 조금 늘었다고는 하지만 노동기본권 보장 수준은 다른 나라 간섭을 받을 만큼 한참 모자란다. ‘사업장 단위 교섭창구 단일화제도와 공정대표의무제도’ 시행 8년. 그동안의 경과를 돌아봐야 한다. 평가 후 애초 목적한 성과가 없다면 바꿔야 한다. 여전히 기울어진 노동현장을 바로잡기에도 부족한 판에 노동자끼리 싸움이라니. 아파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꼴 보려고 복수노조를 한 건 아닌데." 내홍을 겪고 있는 어느 사업장 노동조합 선배님의 회한 어린 한마디다.

헌법재판소는 “창구단일화제도는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제한하지만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절차에 참여하게 해서 그 결과를 향유하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노사대등 원리하에 적정한 근로조건 구현이라는 단체교섭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한 불가피한 제도”라고 밝혔다(헌재 2011헌마338). 2012년이다. 현재도 과연 그런가.

당시 헌법재판소 판단에는 입법환경을 감안한 나름의 논리적 근거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현재의 노동현장 상황을 같은 논리로 합리화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헌법재판소가 오늘 선고한다면 다른 판단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창구단일화제도는 위헌이다”라고. 가장 큰 이유는 소수노조는 ‘절차’에만 참여할 뿐 창구단일화제도 아래에서는 절대 자신만의 적정한 노동조건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알맹이를 채울 수 없는데 허울 좋은 절차에 참여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지난 8년간 노동현장에서 시행된 결과가 주장의 근거다. 소수노조에 물어보라. "만족합니다"라고 답하는지.

"창구단일화제도는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담보해 교섭의 효율성을 높이고 통일적인 근로조건을 형성한다"는 이유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창구단일화 과정부터 반목과 갈등을 이어 온 노동조합들 사이의 관계는 ‘대표노조의 교섭력’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 결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오히려 창구단일화제도 시행 전(2011년 7월 이전)처럼 각자 교섭권을 인정할 때 훨씬 더 ‘교섭력’을 담보할 수 있다. ‘통일적인 근로조건’ 형성을 또 하나의 근거로 들지만, 복수노조제도는 오히려 조합원들 간 다양한 차이를 반영하는 노동조건 결정을 허용하므로 무조건적 ‘통일’만이 합헌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가 '차별금지'를 염두에 뒀더라도 이는 여타 노동관계법령으로 엄히 금지하면 충분하다.

그래서 창구단일화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그런데 필자의 이러한 희망과 달리 창구단일화제도 폐지 같은 근본적인 원인해소를 위한 논의는, 너무나 많은 의제가 쌓여서인지 안타깝지만 사회적 대화의 장에서 소외받고 있다. 그렇다고 국회에서의 법률 개정은 우물에서 숭늉 찾기 아닌가. 아마도 다음 국회에서도 어려울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 틀 안에서라도 노동조합 활동 공간을 넓혀야 한다. 가장 먼저 전임자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활용을 노사 자율에 맡기고 정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 전임자가 노동조합 활동의 핵심이라는 데에는 긴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물론 법에서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 말이다. 노동부는 타임오프제도 취지대로 고시 한도를 다시 정하고 관련한 행정해석을 법률에 맞게 고쳐야 한다. 특히 영세한 사업장을 중심에 둬야 한다. 사용자가 누리는 ‘교섭력’이 타임오프에 관한 노동부의 현행 고시와 행정해석 시행 이전에 비해 월등히 커졌음은 현장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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