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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질된 현장 중심 직업교육 '도제학교'현장실습 피해 유가족들도 비판 … "일학습병행법이 학교를 직업훈련소로 만들 것"
▲ 전교조와 현장실습 피해 유가족이 17일 오전 국회 앞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일학습병행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저는 아이를 마이스터고에 보낸 죄 많은 엄마예요. 제 아들 동준이는 교육이 있어야 할 실습현장에서 서툰 일을 지적하고 구타하는 선임 밑에서 일하다 숨졌어요. 교육이 없는 일학습병행 제도는 폐지돼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지켜 주세요."

고 김동준군 어머니 강석경씨를 포함한 현장실습 피해 유가족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법제화만큼은 막아 달라고 호소했다. 고 김동준군은 2013년 육가공식품을 만드는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기숙사에서 목숨을 끊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금속노조·전교조·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산업재해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이 공동주최했다. 이들 단체는 "수차례 사고가 발생한 현장실습과 다름없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법제화해선 안 된다"며 "도제학교가 확대되면 노동을 실무교육으로 포장해 아이들을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도제학교 취지 살리기 어려워"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현장 중심 직업교육 모델로 2016년 도입됐다. 도제학교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생 중 지원을 받아 2~3학년 동안 학교와 산업현장을 오가며 교육을 받는다. 직업계고에서 시행하는 현장실습은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부터 가능하지만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학생은 더 빨리 현장에 파견돼 일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법제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올해 3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은 도제교육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국토다이 분당점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 숨진 고 김동균군 아버지 김용만씨는 "직업계고에서 이뤄지는 현장실습 대부분은 전공과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동균이는 특성화고에서 컴퓨터 관련 학과를 전공했지만 엉뚱하게 현장실습은 식당에서 했다"고 전했다. 직업계고에서 애견학을 전공했지만 LG유플러스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했던 고 홍수연양도 2017년 과도한 실적 압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도제학교의 본래 취지는 학생이 전문기술인의 기술을 전수받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실태조사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전라남도교육청이 전남지역 16개 학교 도제교육 참가학생 644명 중 75%에 해당하는 428명을 실태조사한 결과 76.4%가 도제훈련 분야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청소·허드렛일·창고정리 등 기타 잡무를 했다고 답했다.

"문제 많은 일학습병행법"

최은실 공인노무사(노무사무소 돌담)는 산업현장 일학습병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은실 노무사는 "산업·업무 특성에 따라 도제가 필요한 산업인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데도 법안은 산업수요를 적극 반영하도록 했다"며 "산업수요에 맞춰 값싼 노동력을 공급하겠다는 목적을 뻔뻔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업현장 일학습병행법 3조에는 "일학습병행은 산업수요를 적극 반영하고, 학습근로자의 적성·능력에 맞게 체계적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는 법안이 학생들을 더 위험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노무사는 "법안에는 학습근로자가 학습 과정에서 이탈할 수 있는 방안 혹은 교육중단을 요구할 수 있는 경로 등이 설명돼 있지 않다"며 "학습근로자 권리 보장에 대한 기술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은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학생을 학생답게 대하고 교육을 교육답게 하는 것"이라며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법제화가 이뤄질 경우 도제학교는 기업에 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직업훈련소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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