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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이다솜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이다솜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우린 일용직이에요.”

한 사업장에서 매일 출근하며 5년, 10년을 일한 노동자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계약서에도 ‘일용근로계약서’라고 쓰여 있었다. 계약기간은 1년, 소정근로일은 5일이었다. 상용근로자이면서 이미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됐음에도 단지 임금을 일당으로 계산한다는 이유로 ‘일용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수년간 상용직으로 근무해도 4대 보험은 일용근로자로 신고돼 있었다. 그날 일을 나가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는 것은 당연했으니 돈을 받고 쉬는 연차휴가 같은 것은 너무나 이상한 제도였다. 그러다 지난해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지부 명칭을 정할 때 비로소 이들은 자신이 일용직이 아닌 상용직 근로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 뜰 때 출근하고 해 질 때 들어오지.”

이들은 통신사로부터 통신케이블 설치공사를 위탁받은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건물을 새로 짓거나 이전할 때, 가입자가 늘어났을 때, 민원이 들어와 전주를 이전하거나 철거할 때 통신선로를 신·증설하거나 이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원청 통신사는 전국을 지역별로 나눠 정보통신공사업을 운영하는 업체들과 입찰을 통해 1년 단위로 통신선로 신·증설 및 이전 설치 공사를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건물은 수시로 지어지고 사업체나 개인가입자의 이전 건수도 많기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우천이 아닌 한 매일 출근한다. 이들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아침 해가 뜨는 6시에서 6시30분 사이에 출근해 해가 지는 저녁 6~7시에 퇴근했다. 하지만 지난해 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장시간 노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한바탕 있고 난 뒤로는 퇴근시간이 오후 5시에서 5시30분 사이로 줄어들었다.

“수당 같은 건 받아 본 적이 없어요. 다 받았다는 말이 뭡니까?”

지역이 다르고 하청업체가 달라도 하나같이 똑같은 답변을 했다.

“회사 들어갈 때 그냥 하루에 일당 얼마라고만 들었지, 주휴수당이니 연장수당이니 그런 건 들어 본 적이 없어요.”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넣고 비로소 받아 본 근로계약서에는 일당에 모든 수당이 들어 있었다. 주휴수당과 평일 및 토요일 연장근무수당은 기본이고 연차수당에 심지어 근로자의날 휴일근무수당까지 쪼개어 들어 있는 곳도 있었다. 평균 연령 50대고 60세 이상 고령자도 많은데, 이들은 지금까지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보고 사인을 한 적이 없었다. ‘시간 없으니 빨리 사인하고 가라’는 말에 정말 사인만 재빨리 하고 현장에 나가 일을 했던 것이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나서야 그 사인의 무게를 깨달았다. 여전히 포괄임금 계약서를 작성하는 곳이 많지만 그래도 단체교섭과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기본급을 조금씩 되찾아 오고 있다.

“노무사님,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지난해 봄 50~60대 선생님들이 모여 ‘노동조합은 무엇인가’와 ‘부당노동행위 대응’을 주제로 강의를 듣던 모습이 생각난다. 대부분 20년 넘게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며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생각해 보지 않고 지내 왔던 사람들이었다. 지난가을부터 올봄까지 교섭을 하고 조정을 거치고 파업을 하고 그렇게 단체협약이라는 것까지 체결을 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시간 묻혀 있던 근로기준법·산업안전보건법 등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유관기관에 문제도 여러 차례 제기했다. 중간에 사측의 온갖 회유와 탈퇴 압박으로 조합을 떠난 사람들도 있지만, 여전히 노동조합에 남아 문제를 바로잡고 더 나은 길을 가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은 사람들은 분명 알고 있다. 예전에는 사인하라고 하면 그냥 했고, 일이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쉬었다. 휴가 같은 건 상상도 못했는데 이제는 휴업수당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고 연차휴가도 사용할 수 있다. 포괄임금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사측과 마주해 근로조건을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단체협약을 체결한 뒤에도 전화가 많이 온다. “노무사님 회사에서 이렇게 한다고 하는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제는 사용자의 지시나 요구가 나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고, 원치 않으면 거부할 수 있게 됐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난 후 달라진 모습이다.

이다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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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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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도남 2019-07-05 12:30:22

    수십년간 노동착취외 임금착취가 이어오다보니. 이런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KT. 협력사들의 의식구조부터. 바꿔지지 않은한 이런부당행위는 계속 이어질것입니다! 원청kT가 관리 감독 제대로하고 협력사가 법 제대로 지키고 불법 하도급. 없애고 소장이라고 하는 불법하청 근절될때까지 투쟁   삭제

    • 김철수 2019-07-04 23:30:41

      지금까지 죽으라 일만해왔다 기본12시간에서~13시간
      몸이아파도 아푸다 말한마디 못하고당연히 하는줄 알았다 근디 이제는 변해간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에 가입후 노동절날 일당을 받았다 30년간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는데일한많큼 정당한 대우을 조금이나마 받으니 살아가는데 힘이생긴다 아직은 너무나도 머~~언 길이지만 꼭 그날이 올것이다 아울러 공공 임원진 여려분께 감사에 마음을 전함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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