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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방한과 트럼프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지구촌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두 사람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빈 살만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대통령 트럼프다.

빈 살만은 누구인가? 그의 정식 이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이며 1985년 8월31일생이다. 그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현 국왕의 아들이며, 현재 사우디 국방장관과 부총리를 겸임하고 있다. 그는 또 사우디 왕실 직속 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이다. 그는 2017년 6월21일 무함마드 빈 나에프를 대신해 새 왕세자에 책봉되며 왕위 계승 1위가 됐다.

사우디는 전통적으로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아들들이 형제세습으로 왕위를 이어 왔다. 그러나 2015년 1월 압둘라 6대 국왕 타계 이후 왕위를 계승한 살만 국왕은 즉위 3개월 만인 2015년 4월 당시 왕세제였던 자신의 이복동생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를 폐위하고,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 나예프의 아들 즉 자신의 친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왕세제에, 그리고 친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을 부왕세자로 앉혔다. 그러고 나서 2년2개월 만에 조카를 왕세제에서 내쫓고 자신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을 왕세자로 앉힌 것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하나의 궁정 쿠데타다.

이렇게 해서 왕국의 실권을 잡은 빈 살만 왕세자는 부왕세자 시절부터 안으로는 왕족과 국민에 대한 독재를 강화했으며, 밖으로는 이란에 대해 강경정책을 펼쳐 왔다. 2016년 1월 그동안 사우디 내 시아파 운동을 주도해 왔고 이란이 옹호해 왔던 사우디 성직자 님르바르크 알 니르 등 시아파 인사 47명을 반정부 테러리스트 혐의로 처형했다. 이에 이란인들은 분노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지고 불태웠다. 이에 대해 빈 살만 왕세자는 살만 국왕과 함께 적극 대응하면서 이란과 단교를 선언했다. 그리고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그는 2018년 3월 미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이란이 핵폭탄 개발에 성공한다면 사우디도 핵개발을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렇게 이란과의 적대관계를 조성하는 동시에 권력 장악을 위한 숙청의 방편으로 반부패운동을 펼쳤다. 그는 부정부패 혐의가 있는 사우디 왕족들을 호텔에 가두고 왕족들이 부정부패로 모은 재산을 국고에 환수하는 강경조치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군사기업 블랙워터를 고용해 강도 높은 심문과 고문을 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여하튼 이로써 그는 사우디 정계 막후에서 철권을 휘두르며 왕세자 자신의 집권에 반대하거나 위협이 될 만한 인물들을 모조리 박살냈다.

그의 폭정은 이 나라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에서 더욱 잘 드러났다. 그는 2018년 10월2일에 발생한 이 암살사건의 배후자로 추정되고 있다.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 반정부성향 언론인이자 워싱턴 포스트 칼럼리스트로서, 이 나라의 실세인 빈 살만 왕세자를 비판해 왔다. 카슈끄지는 사건 무렵 터키 이스탄불에 체류 중이었는데, 사건 당일 전 부인과 이혼하고자 자국 영사관에 방문한 뒤 실종됐다. 터키는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터키 경찰측에서 공개한 CCTV 영상에 의하면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으로 들어가는 장면은 포착됐으나 나오는 장면은 찍히지 않았다. 터키 정부측에서 언론에 폭로한 피살 사건 당시의 음성파일에 따르면 암살조가 카슈끄지의 손가락을 자르면서 모욕하고 욕설을 퍼붓다가 칼로 목을 서서히 절단해 죽였다고 한다. 사우디측은 이달 20일 카슈끄지가 사망했음을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살해가 아니라 몸싸움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사망했을 뿐이고 왕실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카슈끄지의 시신을 현지 협력자에게 넘겨 처분했다는 어이없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사건에 대해 국제적으로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미국도 겉으로는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트럼프는 카슈끄지 살해사건 진상규명을 언급했다. 미국 재무부는 카슈끄지 피살사건과 관련한 사우디 인사 17명에 대해 자산동결·거래금지 등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미 정보당국도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미 중앙정보국(CIA)은 카슈끄지 피살 수주 후 1차 평가를 마무리 짓고 빈 살만 왕세자가 살해 지시를 내린 것으로 결론지었다. 유엔 특별보고관도 2월7일 “터키에서 수집된 증거를 볼 때 카슈끄지는 사우디 정부가 계획하고 실행한 잔혹한 살해의 희생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태도를 바꿨다. 그는 카슈끄지의 죽음이 암살이 아닌 우발적인 주먹다툼 중에 일어났다는 사우디 검찰의 초동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사우디의 발표를 신뢰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우디가 미국이 이란에 맞서는 데 중요한 나라이며 미국의 무기를 사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 빈 살만은 지난주 우리나라를 방문해 국빈급 환대를 받았다. 지난 26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공항에서 그를 영접했고, 이날 낮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빈 살만이 함께한 자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 10조원 규모의 수소경제와 자동차산업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이날 낮 청와대 환영오찬에는 4대 재벌 총수들이 모두 참석했다. 그는 이날 저녁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이재용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과 간담을 가졌다.

지난번에는 베네수엘라의 허수아비 임시대통령 과이도를 인정하더니 이번에는 사우디의 살인자를 환대하고 있다. 전제왕정국가의 실권자이며 무자비한 독재자인 빈 살만을 이렇게 환대하는 게 촛불혁명을 받드는 건가? 돈 버는 데 도움만 된다면 살인자도 환대하는 게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는가? 트럼프가 좋아하는 자는 무조건 지지·환대하고 있으니 이게 나라인가?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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