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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바람

2020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 중이다. 사업종류별로 적용을 달리하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용자위원들이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법정 결정시한을 넘기게 됐지만 아직 노사 모두 최저임금 인상률조차 제시하지 못했다. 최저임금이 경제를 어렵게 했다는 언론의 십자포화 탓에 대폭인상이 부담스럽게 됐다. 언론은 소상공인과 최저임금 노동자를 링 위에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바람을 들었다.

▲ 김금란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코엑스지부장

최저임금 올랐다지만 밥 한 끼도 못 사 먹는다
김금란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코엑스지부장

우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시설과 환경미화업무를 하는 노동자다. 코엑스몰 식당가에서 우리는 밥을 먹을 수 없다. 한 끼 밥값이 우리 시급의 두 배, 세 배가 되기 때문이다. 코엑스 구내식당조차 우리는 이용할 수 없다. 회사가 식대로 한 끼 1천500원을 주는데 구내식당 밥값은 5천원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끼리 식대를 모아 부식을 구매하고 품을 내어 간이식당에서 한 끼 1천500원짜리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 해서 우리가 아주 잘사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소상공인들이 힘들다고 한다.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다. 우리도 2017년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후 300여명의 직원 중 10%인 30여명이 그만둬야 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회사에서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모두 최저임금 때문인가. 최저임금이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밖에서 밥 한 끼 사 먹기 힘들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데 왜 편의점은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생기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많이 있으면 장사가 잘될 리가 없을 텐데.

어쨌든 자영업자나 최저임금 때문에 망한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니 조금이라도 올랐으면 좋겠다. 문재인 대통령도 많이 힘들겠지만 시급 1만원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 김영아 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전주지회장

최저임금 안 주려는 사용자 편법부터 막아야
김영아 금속노조 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전주지회장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식당에서 17년 일했다. 올해부터 회사가 두 달마다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모두 없애 버렸다. 우리가 항의하니, 회사는 우리가 ‘고연봉’이라고 주장했다. 자동차(공장) 내에서도 “밥하는 아줌마들이 왜 연봉 4천만~5천만원씩 받냐”고 얘기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연봉 5천만원, 주당 120시간씩 일해서 겨우 맞춘 금액이다. 그마저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이제 연봉 4천만원도 안 된다.

한 번 묻고 싶다. 새벽 3시에 집에서 나와 새벽 4시부터 일하고, 토요일·일요일에도 일하며, 명절에도 거의 다 나와 일한다. 한 직장에서 17년, 20년 넘게 뼈 빠지게 일해 1년에 4천만~5천만원 받는 게 부당한가? 정말 고임금인가?

올해부터 상여금마저 월할지급 되면서 삶의 낙이 없어졌다. 우리 같은 노동자들은 상여금이 유일한 희망인데, 희망도 없어졌고 마이너스 생활의 반복이다. 악순환이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얘기했을 때 앞으로 연장근무는 덜 해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근무시간만 줄었지 일은 더 하는데 받는 돈은 더 적어졌다. 3년 전으로 후퇴했다. 지금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하고 있다. 솔직히 최저임금 안 올려도 좋으니,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사용자들의 편법이나 막았으면 좋겠다.

▲ 신정웅 알바노조 위원장

나의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이다
신정웅 알바노조 위원장

최저임금은 내가 받을 수 있는 최고임금이다.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가는 임금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 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임금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런 냉혹한 현실 앞에서 최저임금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최저임금만 주면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는 사측 앞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최저임금으로 한 달을 살아가려면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일을 병행해야 한다. 필요한 생계비를 채우려 ‘투잡’ ‘스리잡’에 내몰리는 알바노동자 현실이 바로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노동존중 사회’인지 궁금하다. 이 정부가 말하는 ‘장시간 노동 금지’ 구호는 멀게만 느껴진다.

나는 바란다. 최저임금에 내가 흘린 땀과 열정의 가치가 보태져서 진정한 의미의 최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이 생계비를 기준으로 마련되는 사회적 약속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급변하는 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사회 현상들로 새로운 노동형태가 속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사실상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의 단체협상권이자 임금협상권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최저임금위는 잊어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위는 노동자를 대변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많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는 최저임금위가 되기를 바란다.

▲ 이철규 공공연대노조 대전지부 부지부장

바보야 문제는 노동자가 아니라 대기업과 원청이야
이철규 공공연대노조 대전지부 부지부장

충남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하루 7시간, 토요일 5시간을 일해야 겨우 최저임금을 받는다. 8시간 근무를 할 경우 토요일 근무가 1.5배 가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병원측 꼼수다. 하루에 휴게시간을 2시간이나 부여하는 것도 병원측의 계산된 꼼수다. 그나마 있는 최저임금법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데 이건 누구 책임인가?

롯데칠성음료 공장의 하청노동자들의 2018년 상여금은 4분의 3이나 삭감됐다. 롯데칠성에서 하청업체에 계약단가를 적게 준 것이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하청업체가 지는 것이 맞는가, 아니면 원청기업이 지는 것이 맞는가?

최저임금 때문에 폐업하고 줄도산한다는 자영업자 절반가량이 혼자서 운영하는 1인 기업이란다. 일자리가 제대로 돼 있었다면 그 분들이 왜 멀쩡한 직장에서 잘려 나와 어려운 자영업의 길을 가겠는가. 인건비 지출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는 중소·영세 기업들의 부담은 원청이 단가를 후려치고 불공정거래를 하는 행태가 개선되지 않은 탓이 더 크다.

이런 본질을 바꾸지 않고 중소기업과 노동자 간에 싸움을 부추기는 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바보야 문제는 노동자가 아니라 대기업과 원청이야.

▲ 정준모 마트산업노조 교선국장

존엄한 삶 영위하도록 최저임금 원칙·목적 정립해야
정준모 마트산업노조 교선국장

지금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 질적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가.

“한 달에 200만원만 돼도 좋겠어.” 2015년 홈플러스에서 임금협약을 준비하며 조합원들에게 생활임금 적정선을 묻는 설문에 제일 많이 나온 구간이 200만~220만원이다. 설문이라 좀 더 욕심을 부릴 법도 한데 노동자들은 소박하다. 자식들 맛난 밥이라도 사 주고 싶고, 저축이라도 좀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었던 셈이다. 최저임금 1만원이 지향하는 바는 월 임금 209만원이었다. 그러나 월급 200만원의 꿈은 상여금·복리수당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개악, 사업주의 근로시간단축 같은 창조적인 꼼수로 어그러졌다.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면 노동자들이 머리를 싸매며 내 월급이 얼마가 될지 산수를 해야 하는 지금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정말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설계된 것이 맞는가? 아니다. 최저임금은 생존임금이 아니다. 월급병기표현과 업종차등적용 따위가 논쟁씩이나 되는 지금, 최저임금법의 목적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간으로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을 정립해야 다인가구 생계비 기준을 바로잡든, 노동자 평균임금의 60%로 정하는 등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논의는 치열한 사회적 논쟁과 국민들의 참여 속에 진행돼야 한다. 이를 위한 시작은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이 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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