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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탄압은 문재인 정부의 위기대응이다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노동법연구네트워크(Labour Law Research Network)가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칠레에 왔다. 각국의 노동법 연구기관과 노동법률가들이 2년마다 모여 노동법의 최신 쟁점과 연구에 대해 교류하는 자리다. 학회가 열릴 때마다 논의가 가장 집중되는 주제들이 생기는데, 이번 학회의 경우에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 확산과 이에 대응하는 단체교섭 모색에 관한 논의가 가장 눈에 띄었다.

특히 경제의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해 노동시간과 생활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일’과 ‘일터’의 개념도 모호해지는 흐름에 각국 노조가 어떠한 단체교섭을 시도하고 있는지 보고됐다. 그리고 플랫폼 노동자 같은 새로운 형태 노동자의 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해 노동법이 어떻게 변모해야 하는지, 이들이 단체교섭을 하고 단체행동을 하는데 법·제도적으로 어떤 쟁점을 풀어 나가야 하는지 토론됐다.

아시아·유럽·북미·남미·아프리카 등 각자 법·제도는 다르지만, 노동권 보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활용하고 그를 통해 이윤을 얻는 기업에 어떻게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 것인가,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어떻게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것인가가 공통의 화두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논의를 하는 와중에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소식을 들었다. 당혹스럽고, 솔직히 쪽팔렸다.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공약은 가뭇없이 사라져 가는 가운데 그것도 하필 ILO 출범 100주년을 기념하는 총회 기간 중에, 노동조합 내셔널센터 위원장을 구속시키다니. 학회에 참석한 ILO 관계자도 이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의 노동기본권 현황에 대해 즉각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불행한 예상이 들어맞는 것인지, 문재인 정권은 김영삼 정권 이후 이른바 문민정부가 걸었던 길을 되풀이하는 것 같다. 근로기준법·기간제법·파견법 등을 통해 노동의 탄력화와 불안정화를 법적으로 촉진하는 대신, 차별시정 제도와 같은 몇 가지 보완책을 도입한다. 그러나 이런 보완책들은 절차가 미흡하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대응책으로 제한된다. 무기계약직 전환 절차나 차별시정 절차를 도입해도, 노동자 개인이 모든 위험과 비용을 무릅쓰고 구제를 신청할 수 있을 뿐 노동조합을 통해서나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철저히 봉쇄한다.

반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에 대한 법을 통한 억압은 유지되거나 심지어 강화된다. 노조를 조직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범위는 제한하고,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19세기적인 노동법·형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등을 총동원해 억압한다. ‘대화와 타협’을 이야기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부가 마련해 놓은 대화의 틀 안에 머무를 것만을 요구하고 노동 3권 행사를 통한 타협, 결사와 집회를 통한 대화는 철저히 탄압한다.

이번 학회에 참석해 역사적 맥락은 조금씩 달라도 각국에서 대두하고 있는 포퓰리즘, 차별과 배제·혐오의 정치적 공세 속에서 각국 노동법·제도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발견했다. 노동법을 통해 불안정한 노동을 활용하는 데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그 보완책으로 매우 형식적이거나 개인적인 구제절차를 도입하고, 새로운 형태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데에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는 낡은 제도들을 고수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들이다.

또한 자본주의의 위기가 낳은 생존의 위기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불안을 토양으로 삼아 발호하는 극단적 배제·혐오를 주창하는 정치세력들의 준동과, 이들과 공명하는 이른바 ‘민주’당·정부의 반노동자성도 여러 나라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은 문재인 정권이 ‘노동존중’약속을 포기하거나 배신한 것이라기보다는, 노동탄압의 ‘법과 질서’를 국정의 바탕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라 할 것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윤애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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