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안전시민넷
산업재해나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하위법령 입법예고안 수정을 요구했다. 16일 생명안전시민넷에 따르면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는 입법예고안과 관련한 대안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14일 청와대에 제출했다. 노동부는 4월22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시행규칙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유해·위험작업의 취업 제한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 3일까지 의견을 수렴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와 태안 화력발전소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 등이 의견서 제출에 동참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임기 내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의 후퇴된 내용 때문에 하청 산재사망사고와 건설업 사망사고 감소는 이행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의 죽음으로 만든 산업안전보건법이 훼손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하위법령이 제대로 개정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힘을 다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위법령대로면 산재사망 줄이기 불가능"

지난해 1월 정부는 2022년까지 사망사고 만인율을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추진 전략으로 △발주자·원청의 책임·처벌 강화 △사망사고 다발 건설업 등 고위험 분야 집중관리를 제시했다.

그런데 산재·재난 참사 피해 가족들은 정부 입법예고안대로라면 정부의 계획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봤다. 지하철과 발전소에서 정비업무를 하던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씨 업무는 하위법령에서 규정한 도급승인 작업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의견서에 "두 청년노동자의 구조적인 사망 원인이 '위험의 외주화'라고 지목됐음에도 하위법령에는 이 업무를 도급금지·승인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며 "도급승인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다.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2016년 7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생명·안전업무의 외주화를 원칙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한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도급금지 업무로 "도금작업, 수은·납 또는 카드뮴 제련,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작업"을,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은 도급승인 대상 업무를 "4개 화학물질(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설비 개조·분해·해체·철거 작업"으로 한정했다.

"사고 다발 건설기계엔 원청 책임 없어"

건설업에서 원청 책임강화 대상을 타워크레인·건설용 리프트·항타기·항발기로 제한한 점도 문제 삼았다. 유가족들은 "2016년 건설기계·장비 사망자는 113명으로 이 중 굴삭기·트럭류·고소작업대·이동식크레인·지게차 등 5개 건설기계·장비에 의한 사망자가 64.5%를 차지한다"며 "사고다발 기계를 원청 책임강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27개 건설기계를 모두 원청책임 강화 대상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이들은 의견서에서 사업주의 작업중지명령 해제절차에 '안전 확보를 전제로 한 해제 신청' '과반수 현장 노동자의 동의' '노동조합 참여 보장' 등의 내용을 포함시키라고 요구했다. 입법예고안에는 사업주가 작업중지 해제신청을 하면 지방노동관서장이 4일 이내 심의위원회를 개최·심의하도록 했다. 부실 심의 우려가 제기됐다.

박순철 생명안전시민넷 사무처장은 "재계의 반대와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면 이들이 국민의 생명을 존중하는지 의문"이라며 "모든 국민이 일하다 죽지 않을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려면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을 전면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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