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 칼럼니스트 겸 작가

얼마 전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후배 작가에게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갑자기 웬 선생님…. “요즘 젊은 창작자들 사이에서 신문이나 잡지 등의 매체를 통하지 않고 독자에게 메일로 직접 원고를 보내 드리는 일종의 직거래 구독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 그래? 그거 재밌네. 하기야 어쩌다 한 번씩 들어오는 청탁에, 최저임금도 안될 것 같은 원고료를 심지어 몇 달 뒤에 주니, 그나마도 끊기기 일쑤고…. 좌불안석이지. 때때로 서럽고. 남의 선택과 청탁에 목매는 프리랜서 작가의 삶이라는 게 말이다.

그 때문인지 후배도 수동적으로 매체의 원고청탁을 기다려야 했던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은 개념에 단박에 매력을 느껴 시도해 보기로 했단다. 그런데 제목이 너무 적나라해서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다. “<월간 살려줘요 김현진>입니다. 구독료는 월 단돈 1만원. 월·수·금 주 3회 아침마다 따끈따끈한 에세이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흐름이 누구로부터 시작된 걸까? 정확히 처음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른바 ‘대박’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이슈를 모은 화제의 주인공에 대해서라면 나도 알고 있다.

이슬아. 그 이름도 찬란한 메이저문학상은 받아 본 적이 없고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의 문학상 ‘손바닥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자신의 글을 읽어 줄 구독자를 스스로 모집해 매일 한 편씩 이메일로 전송해 주는 셀프 연재 프로젝트 <일간 이슬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무명작가. 6개월 연재기간 동안 구독자가 수천 명을 넘었고 연재가 끝난 후에는 수만 명의 팬덤을 거느린 인기 작가로서 스스로 거듭났다. 그리하여 수많은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는 상황 속에서 첫 책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를 지난해 12월 문학동네에서 냈고 그로부터 3개월 후에는 저자 자신이 만든 독립출판물 형태로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출간했다.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의 반응도 뜨거웠지만 <일간 이슬아 수필집>은 짧은 기간 1만부를 팔아 치우며 독립 출판물로서 가장 많이 팔린 영광의 자리에 등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를 ‘연재 노동자’라고 소개하는 작가가 바로 이슬아다.

“글쓰기는 고귀한 예술이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과 시간을 바쳐서 하는 노동이기도 한데 모호한 예술작업으로 여겨질 때는 돈 얘기를 하기가 애매해졌던 것 같아요. 이른바 문화예술계 열정페이가 싫어서, 돈을 똑바로 받고 싶어서 연재 ‘노동’에 더더욱 힘을 실어 말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정말로 육체가 너무너무, 졸라게 힘들고 고단해서도 ‘연재 노동자’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기도 하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이슬아는 ‘노동의 숭고함’ 어쩌고 하는 말들을 구리다고 생각할 것 같다. 그보다는 ‘졸라 힘들다’는 표현을 더 좋아할 것이다. 자기만의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이 더 쿨하게 느껴지고 그런 쿨함이 이슬아를 이슬아답게 만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드모델·기자·만화가·글쓰기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서 ‘연재 노동자’가 된 작가 이슬아가 자기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그리고 역시 생계를 위한 온갖 돈벌이를 전전해 온 자신의 엄마 복희의 삶을 말하고 그리는 책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이다. 남다르게 씩씩하고 창의적인 모녀의 노동 연대기랄까? 가끔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신경숙류의 소설과 달리 그 눈물조차 쿨하고 힙하게 느껴지는 책. 그 책을 당신에게 보낸다.

참, 한때는 1만원의 구독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조차도 받지 않고 매일매일 연재 에세이를 블로그에 올려 주는 여행작가 박민우도 당신에게 보내고 싶다. “출근길 낙이 없는 당신을 위해 내가 간다. 내 여행은 당신의 것이고, 내 기쁨도, 고통도 당신의 것이다”고 블라블라 잘도 떠벌리는 진짜 작가다. 글과 삶이 일치하는, 천재적인 재능은 기본이고 진정성에 성실성마저 갖고자 ‘졸라’ 분투하는 진짜 작가.

칼럼니스트 겸 작가 (@kimkyung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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