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득균 공인노무사(노원노동복지센터)

필자는 노원노동복지센터에서 일하면서 매월 두 차례 경비원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매월 60여명의 경비원을 만나면서 느낀 경비원이 처한 어려움은 몰상식한 입주자들의 갑질, 보장받지 못하는 휴게시간 증가, 경비업무 외 택배·청소·제설·주차관리 같은 업무 지시 등이다.

경비원들이 이러한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데, 이는 너무나 불안정한 고용형태 때문이다. 대부분 경비원, 아니 아파트 경비원 거의 전부는 ‘기간제’로 고용돼 있다. 만 55세가 넘어가는 ‘고령노동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비원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 규정을 적용받지 못해 2년 이상 근무하더라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 즉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없다.

노원지역에서 만나는 경비원들은 계약기간이 1년이면 양호한 편이며, 대부분 3개월·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 기간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1개월 단위로 근로계약 기간을 설정해 매월 계약을 갱신하는 아파트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퇴직금·연차휴가수당이 발생하는 1년을 채우기 직전 기간 만료를 이유로 퇴직하게 되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한다. 일부 용역업체의 경우 이를 이용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경비원들의 경우 대부분 간접고용 형태를 띠고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70%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경비원을 고용하는 ‘직접고용’ 방식이 아닌, 경비용역업체와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해 용역업체가 경비원을 고용하는 구조다.

이러한 간접고용 구조로 인해 아파트와 경비용역업체 간 경비용역계약이 만료돼 새로운 경비 용역업체가 들어오는 경우 기존에 근무하던 경비원들은 아파트를 떠나게 되는데, 법원은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문제 때문에 경비원들은 불합리한 현실에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 해고가 아닌 기간만료 혹은 경비업체 변경으로 아파트에서 축출된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근로기준법 23조(해고 등의 제한)에 따른 정당성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기간만료나 경비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한 근로관계 종료의 경우에는 이러한 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경비원들은 해고가 아닌 기간만료 혹은 ‘경비업체 변경’ 때 센터를 찾아오게 된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용역업체는 경비원의 간접고용이라는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이유로 경비원들에게 부당한 일을 시키고 있으며, 경비원들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이의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바로 옆에서 일하고 있는 경비원들의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아파트 입주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용역업체와 경비원 간 근로계약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적어도 우리 동에 있는 경비원이 퇴직금과 연차휴가수당은 받고 퇴직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로 경비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경우 고용승계를 요구해야 한다. 판례는 용역업체 변경시 고용승계에 대한 특약이 있는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가 기존 경비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23조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아파트 입주자들의 요구로 아파트와 경비용역업체와의 경비용역계약서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경비원들의 고용을 승계한다”라는 문구 하나가 들어간다면 용역업체 변경으로 인해 아파트에서 쫓겨나는 경비원들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다. 그들이 고령이라는 이유로 근로관계 단절에 대한 불안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정당할까. 경비원들의 마지막 노동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는 그들의 고용불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