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재인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송파유니온 사무국장)

‘최저임금 시즌’이 다가왔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7조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매년 3월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최저임금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최저임금안을 심의·의결해야 한다. 즉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6월30일이면 이듬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것이기에 앞으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시기가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과 관련한 많은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두 차례(5월3일과 9일)에 걸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첫 번째 보도자료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7위이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위라는 내용이었다. 두 번째 보도자료는 그 내용이 좀 더 노골적이었는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로 4년간 일자리 54만1천개를 지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구원의 첫 번째 보도자료에 대해 노동부도 해명 및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 상대적 수준은 국제비교로 통용되는 기준이 아니며 OECD 발표 자료도 아니고,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 비교시 주휴수당을 포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도 지난 7일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2019년 기준 OECD 회원국 평균수준(6.4유로)이고, 순위도 25개국 중 12위로 중간이라는 내용이다. 이 또한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들만을 대상으로 한 순위이며 산업별 단체협약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8개국까지 포함하면 한국 순위는 중간 이하로 떨어진다고 밝혔다.

무엇이 진실인가 하는 논의를 떠나, 이러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가 어떠한 목적으로 발표됐는지 알 수 있다. 연구원은 국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국민소득 대비 최저임금’이라는 지표를 만들어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강조했다. 다른 나라에 존재하는 여러 법정 수당을 빼놓은 채 우리나라 주휴수당만을 포함한 통계를 만들어 주휴수당이 대단한 문제인 양 발표했다.

연구원의 두 번째 보도자료는 노골적으로 ‘그들’의 요구사항을 드러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과 주휴수당을 폐지하지 않으면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보도자료를 아무리 자세히 읽어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왜 일자리가 줄어드는지, 업종별 차등적용과 주휴수당 폐지로 왜 일자리가 늘어나는지 전혀 설명돼 있지 않다. 다만 ‘시나리오’를 돌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 전부다. 결국 추측에 불과한 내용을 진실인 것처럼 발표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들을 보면 대부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악화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분석한다(홍민기·최경수 등). 실제로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고용률은 60.4%로 1982년 7월 월간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3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이렇듯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은 실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충분하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득 격차가 완화되는 긍정적인 효과는 자명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18년 6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68.3%로 임금총액 격차는 해가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다. 300인 이상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을 100%로 봤을 때 300인 미만 비정규직은 41.8%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위와 같은 최저임금 관련 ‘억지 주장’은 재계와 보수야당의 요구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재계와 보수야당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하며,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재계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연구원을 통해 여러 통계자료를 조합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한 것이다. 이를 지지하는 여러 보수신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러한 기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필자는 감히 자본과 권력, 그리고 이에 기생하는 언론의 견고한 카르텔이 최저임금 인상을 악마로 둔갑시키며 노동자들의 삶을 다시금 옥죄려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한편 민중공동행동의 최근 발표를 보면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는 재벌들의 사내유보금이 950조원이라고 한다. 전년 대비 66조6천180억원(7.5%)이 증가한 액수다. 이 돈은 오로지 기업이 경영을 잘해서 번 돈일까? 일부만 노동자와 중소·영세 상공인에게 돌릴 수 있다면 모두가 웃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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