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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 "통신사들 5G 5개년 계획 세우듯 케이블 노동자 고용계획 마련해야"
▲ 강예슬 기자

통신대기업이 너나 할 것 없이 케이블방송 인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26일 오후 태광산업과 티브로드 인수합병 본계약을 체결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 막바지 절차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업계 1위인 KT도 딜라이브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유료방송시장에서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 비중이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만 해제되면 인수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케이블산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리는 노동자들은 통신대기업의 행보를 우려스런 눈으로 본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회사가 병합 뒤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더군다나 케이블방송업계에서 설치·수리·철거를 하는 현장기사는 통신사의 IPTV사업 인력과 하는 일이 겹친다. 통신사가 자사 IPTV로 케이블방송 가입자를 빼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한 커피숍에서 이동훈(47·사진) 희망연대노조 공동위원장과 만나 최근 지각변동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노조는 업계 정규직·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뒀다. 이동훈 공동위원장은 "통신사가 케이블방송을 인수해 가입자 빼내기에만 몰두한다면 노조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통신사는 새로운 지역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노조 임원선거에 유용문 공동위원장과 동반출마했다. 지난달 22일 당선했고, 바로 임기를 시작했다.

"CJ헬로 협력업체 노사관계 개입 증거 있다"

- 통신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케이블산업이 미래에도 생존 가능할지에 근본적인 물음이 던져지고 있다. 케이블산업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방송통신산업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케이블방송 시청자는 가입을 해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커팅(Code Cutting)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케이블산업 축소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케이블방송 업계에서 현장 업무가 줄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노조도 대응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간부들과는 5세대 이동통신(5G)이 케이블산업 종사자를 잉여인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점을 얘기하고 있다. 5G는 무선으로 최대속도를 20기가바이트로 만드는 이동통신 기술인데 조합원 대다수는 선을 깔고 유지·관리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에게는 현재 하고 있는 일만 고수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설득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조직 당시만 해도 현장기사는 설치·철거·AS 등 다양한 업무를 맡는 멀티제 도입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케이블산업이 쇠퇴하면 설치업무가 줄고 설치 전담기사들의 일거리가 적어질 것으로 봤다. 현장 기사에게 멀티제 도입을 설득했고 현재 많은 사업장에서 멀티제가 정착된 상태다."

-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SK는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려 한다. 인수기업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나.
"노조는 인수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본다. 일정기간 고용보장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 5년 고용보장 약속은 5년 이후 정리해고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통신사가 앞으로 어떤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할 것인지 밝히고 인력 고용계획도 내놓아야 한다. 5G가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듯이 말이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사측이 제시한 계획에 맞춰 변화에 대비할 수 있다. 딜라이브의 경우 OTT(인터넷으로 영화나 방송 같은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Over The Top) 사업을 주력으로 하겠다고 계획했고 이를 노동자와 공유했다. 현재 현장 기사들은 케이블 설치·AS 업무가 줄어들어 생기는 시간을 딜라이브 OTT 박스를 판매하고 설치하는 데 쏟고 있다. 줄어든 일감을 새로운 일감으로 채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회사도 기존 인력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매출을 늘릴 수 있다."

- 최근 CJ헬로 고객센터의 불법도급·부당노동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원청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인데.
"CJ헬로 협력업체 관리자가 원청의 지시라며 노조 조직 사항을 묻는 등 원청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케이블업계에서 비슷한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노조가 원청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 원청은 지금의 CJ헬로처럼 '우리 회사 문제가 아니다' '원청은 잘 모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도 모두 결국 자신의 직원이 맞다고 인정하고 직접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인수합병 공공성 훼손, 정부·지자체도 의견 내라"

- 통신대기업의 케이블방송 인수가 공공성과 지역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왜 그런가.
"마을공동체를 구성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지역언론 만들기'다. 지역언론은 그만큼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중요하다. 과거 우리는 지역 스튜디오와 PD·기자 등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마다 가지고 있었던 스튜디오는 딜라이브의 경우 현재 서울권역 1개·경기권역 3개로 통합됐다. 지역언론이 제 역할을 하기 힘들어졌다. 노조는 지역 스튜디오를 16개 권역으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비용 탓에 회사가 한꺼번에 스튜디오를 늘리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가·지자체에서 공공지원을 받아서라도 이것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 케이블방송의 지역성과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통신대기업이 지역 케이블방송을 인수합병하려는 상황에서 서울시·경기도 등 지자체도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지자체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 일자리 축소 문제에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통신사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을 결정짓는 심사를 하는 것을 넘어서 지역방송에 대해 고민하고 방송 생태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일부 사업장에서 자회사를 설립해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원칙적으로는 직접고용을 해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맞추는 게 이상적이다. 하지만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단계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기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고용을 보장받고 사용자성이 없다고 부정하던 원청이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자회사를 통해 고용됐다 해도 노동조건과 임금을 점차 개선해 나가면 과거 (하청업체 소속 시절) 원청 정규직과 과도했던 임금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한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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