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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 평가

정부가 지난 22일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김용균법에 김용균이 없다”는 우려부터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정반대 비판도 나온다. 노·사·전문가들에게 입법예고안 평가를 들었다.

▲ 이태성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

김용균, 구의역 김군 죽음으로 부족하나
이태성 발전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 동지가 죽은 뒤 28년 만에 전면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동지와 같이 일했던 노동자는 적용을 받지 못하는 법이었다. 당시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하위법령을 통해 김용균의 동지들에게 적용되게 하겠다고 수차례 약속했다.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뿐만 아니라 철도 하청노동자도 빠졌다. 구의역 김군도 적용받지 못한다.

용역회사 하청노동자는 계속 위험 속에서 일하라는 말인가. 정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은 도급승인 대상을 4개 화학물질(황산·불산·질산·염산) 취급설비 개조·분해·해체·철거작업만으로 규정했다. 발전소 노동자가 다루는 석탄에는 벤젠·이산화규소·수은·납 등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김용균진상규명위)는 발전소 노동자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석탄 문제도 살피고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진상규명위의 이 같은 활동은 헛된 것과 다를 바 없다.

안전한 일터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관점이 잘못된 듯하다. 왜 노동자가 안전을 위협받으며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 내용이 빠져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여론 수렴을 통해 시행령을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김용균 동지가 죽고, 구의역 김군이 죽은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인가. 조선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보이지 않나. 위험의 외주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왜 외주화를 중단시켜야 하는지 더 많은 사례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노동부에 묻고 싶다. 늦지 않았다. 위험한 업무는 도급이나 용역을 주지 못하도록 금지시켜야 한다. 우리는 김용균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감시할 것이다.

▲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입법취지 살리지 못하고 뒷걸음질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원래 고용노동부는 최초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서 보호 대상을 ‘일하는 사람’으로 잡았다. 그게 사실 중요한 입법정신이고 입법취지다. 현대사회에서 고용형태가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는데 그런 고용관계 복잡성과 특수성을 인정해 근로자가 아닌 일하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만들겠다니 환영할 만했다. 이제까지 제대로 적용되고 보호받기 어려웠던 부분, 특히 위험한 노동이나 특수고용직 등을 포괄하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전개되는 과정에서 입법취지를 살리지 못했다. 다양한 특수고용과 위험한 노동을 포괄하는 정신이 사라진 것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법·제도 대상 확대가 무색해졌다. 적용범위 확대와 원청의 책임 강화, 특수고용직을 포괄하는 안전보건 제도 등 현존하는 문제의 지점을 확인하고 개선하겠다더니 법령의 내용에서는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한 위험에 놓인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닌 배제가 여전하다.

도급승인 대상도 축소했다. 작업 자체의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물질을 취급하는 것만 위험작업인 것처럼 적용 폭을 좁혔다.

원청 책임을 확장한다고 했을 때 단지 계약상 관계 규정만으로 책임을 한정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특수고용·프랜차이즈 등을 포괄해 일하는 노동자들 앞에 놓인 위험을 중심으로 판단해 제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 전부를 대상으로 하겠다던 최초 입법취지를 생각하면 많이 후퇴했다. 진단이 적절했어도 적절한 처방이 따르지 않으면 소용없다.

▲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취지 담기엔 부족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이번에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은 모법의 개정 취지를 온전히 담고 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개정안의 가장 큰 취지는 일하는 사람들의 안전보건을 확보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위험의 제공자, 즉 위험한 작업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자가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의 적용범위에서 수많은 노동자가 제외되는 모순을 낳고 있다. 모든 노동자가 안전보건에 있어서만은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어긴 것이다. 특히 도급승인 작업에 있어서도 4개 화학물질(황산·불산·질산·염산)의 작업에만 한정한 점이나 건설공사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제한, 대표이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계획수립 제한, 가맹본부의 산업재해 예방조치 대상 축소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작업중지명령 해제시 심의위원회 운영에도 객관성을 담보할 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은 그간에 많은 논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의견수렴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한국노총은 회원조합은 물론 전문가들과도 적극적인 논의와 검토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부에 한국노총 입장을 전달하고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언제까지 전쟁터 같은 일터 지속돼야 하나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정부는 또 다시 유족과 노동자들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렸다. 가장 큰 문제는 도급금지 대상에서 빠졌던 사고성재해가 도급승인 대상에서도 제외됐을 뿐 아니라, 법보다 후퇴해 대상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산재가 줄지 않는 핵심적 요인으로 하청 산재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다. 논란 속에 도급금지 법제화, 도급승인 대상 확대 및 재하도급 금지가 법제화됐다. 수탈적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횡행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원청 책임 강화, 원·하청 공생협력 같은 형식적 법·제도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번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에서는 도급금지도 아닌 도급승인 대상에서조차 구의역 김군도, 조선하청 노동자도, 태안화력 김용균 노동자도 찾아 볼 수 없다. 위험작업에 대한 각종 안전보건제도가 하청고용 구조에서는 작동하지 못한다는 그간의 참사와 조사 결과가 무시되고, 또다시 보수전문가들의 기술적 안전보건 프레임이 작동한 것이다. 원청 책임 강화가 후퇴한 것도 문제다. 건설업은 건설기계 원청 책임 강화 대상을 27개 건설기계 중 4개 기종으로 한정했다. 작업중지 해제 신청서가 접수되면 4일 만에 해제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형식적 작업중지와 해제를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유족·노동자·시민이 함께 투쟁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국회에서는 보수야당 탓을 했던 정부가 하위법령에서 대상을 제한하고 후퇴시킨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 이 정도의 하위법령을 가지고도 사업주단체와 보수 경제지들은 ‘기업이 망한다’며 후안무치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언제까지 매년 2천400명이 죽어 나가는 전쟁터 같은 일터가 지속돼야 하나.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

▲ 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본부장

입법취지 살리되 기업 애로사항 해소 방향 담아야
임우택 한국경총 안전보건본부장

이번에 입법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시행규칙 전부개정안에 산업계가 문제제기한 사안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 우선 법률에서 규정된 중대재해 발생시 작업중지명령 요건인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산업재해가 확산될 우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작업중지명령 남발 및 고용노동부 감독관에 의한 자의적 판단이 우려된다. 작업중지명령은 2차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발동돼야 할 것이다. 작업중지 해제심의위원회 개최도 행정적 사유를 이유로 불필요하게 4일까지 소요될 일이 아니다. 사업주가 작업현장의 안전·보건 개선조치를 완료해 해제신청을 하면 즉시(1일 이내) 해당 위원회를 구성해 해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대재해 발생 현장의 안전은 확보하되, 작업중지명령 요건을 명확히 하고 해제를 신속히 해 생산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책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도급인이 책임져야 할 사업장 밖 도급작업에 대한 세부기준(지정·제공, 지배·관리)이 없고, 도급인이 산재예방조치를 준수하기 어려운 일시·간헐적 출입 관계수급인에 대한 예외규정도 마련돼 있지 않다. 물질안전보건자료 기준적용을 제외받는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의 수량기준(연간 제조·수입량 100킬로그램 미만, 개별용기 단위 10킬로그램 미만)도 산업현장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다. 도급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사례 증가 및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될 것으로 우려된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취지는 살리되 법령준수에 대한 기업의 애로사항이 해소되는 방향으로 개정안의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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