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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노동사회포럼] “ILO 핵심협약 비준은 헌법이 보장하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탄력근로제 확대·폴랫폼 노동 주제 토론 … 조대엽 원장 “노동의 공공성 강화하는 노동체제 열어야”
▲ 연윤정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보편적 인권 문제로서 한국 정부가 비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국제사회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는 국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대 노동대학원과 노동문제연구소는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2019 한국노동사회포럼’을 주최했다. 주제는 ‘백년의 시민, 노동의 미래-한국 노동체제 다시 짜기’다. 포럼은 26일까지 이틀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국제사회 ILO 핵심협약 국내 논란 이해 못해”
“ILO 핵심협약 비준 정부 결단의 시간 왔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ILO 기본협약에서 제시하는 내용은 민주주의 핵심적인 내용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며 “ILO 189개 협약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협약의 토대를 이루는 기본협약 이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ILO는 노동기준을 넘어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인권 차원에서 기본협약을 파악하고 있다”며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수준이 국제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인권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을 때 대내적으로는 대통령 공약이자 국정과제 이행약속 위반이라는 부담을, 대외적으로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정부가 결단할 시간이 다가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EU FTA는 전문가패널 회부가 불가피하며 최초의 FTA 노동조항 위반국이란 불명예를 벗어날 수 없다”며 “국회 동의를 어떤 식으로 얻어 낼지 선택지가 전혀 없는 게 아니기에 정부가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ILO 핵심협약이라는 기본인권의 문제를 두고 이렇게 논란이 많을지는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했다”며 “최근 상황은 과열된 부분이 크다”고 꼬집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노동현실을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노총(ITUC) 국가별 노동지수를 보면 한국은 가장 낮은 수준인 5등급”이라며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정도의 경제발전을 한 나라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게 이상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 제대로 평가 필요”
“플랫폼 노동자 보호 위해 기본소득 도입 불가피”

이날 포럼에서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관한 논의도 이어졌다. 주제발표를 맡은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탄력근로제 합의에 대한 비판의 근원에는 근로자대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탄력근로제 합의 내용에 대한 비판의 상당부분은 근로자대표 제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조직 노동자 등 소수자의 의견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가 이뤄졌다면 탄력근로제 논의가 과도한 비판을 받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피대표집단의 민주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는 대표 제도는 피대표집단의 자유의사를 박탈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대표의 선출방식과 임기 조항,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유효기간 같은 내용이 반영됐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논의 과정의 문제점은 정해 놓은 답을 향해 몰아가는 비합리적인 논의 과정”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도입요건 완화로서 이는 노동시간제도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는 국회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기업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며 “복잡하고 난해한 데다 입법화해도 준수·감독하기 어려운 제도로서 과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부터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1세기 한국 사회와 노동가치’를 주제로 발표한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한국 사회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와 과학기술 혁명의 시대로 진입했다”면서도 “작업장 민주주의, 갑질 청산 같은 전근대적 요소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청산하지 못하고 노조 역할이 새롭게 조정되지 못한다면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경제성장 중심의 이념과 정책에서 벗어나 사회성장을 통해 비정규직, 경쟁 탈락자, 무권력자 등 다수 사람들이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사회복지학)는 플랫폼 자본주의 사회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수단은 기본소득이라고 제안했다. 백 교수는 “전통적 산업주의와 금융자본주의를 지나 플랫폼 자본주의 시대로 넘어왔다”며 “플랫폼 자본주의에서는 기존 균열일터에서 나타나는 불안정 고용이 더욱 공고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존 임금노동자 위주로 짜인 사회보험으로는 쉽지 않다”며 “고용 불안정 해소와 공정한 분배를 위해서는 기본소득이 불가피하며 앞으로 이 논의를 확장시켜 공론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대엽 원장 “노동존중 기반 가치협력 시대”
노사정 대표자들 ‘사회적 대화’ 강조했지만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기조발제에서 “노동존중 기반의 공화적 협력”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조 원장은 “대한민국의 협력시대는 공화적 협력을 지향해야 할 것”이라며 “노동존중 기반의 공화적 협력은 민주공화제의 근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계급가치를 추구하는 노동의 시대를 넘어 생활가치를 추구하는 노동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노동계급 시대에서 노동하는 시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

그러면서 노동의 공공성 확장을 강조했다. 조 원장은 “노동의 공공성을 확장하는 길은 노동의 공민성·공익성·공개성을 확장하는 데 있다”며 “우리가 다시 만들어야 하는 노동체제는 노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데 있고 그것이 곧 우리 노동의 미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대 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노사정 대표와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이 참석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경사노위로 판을 새로 짜서 여러 의제들을 논의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며 “지속가능한 100년을 위해서는 노사정이 우선 신뢰를 하나둘 쌓아 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2년을 경과하는 지금 재벌체제 개혁은 사실상 정체된 가운데 적폐청산 대상은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노동기본권 확대와 재벌체제 개혁,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시대정신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자리 양극화, ILO 핵심협약 등 최근 노사관계를 둘러싸고 수많은 현안이 있다”며 “이 현안들을 해결하고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힘들고 더뎌도 사회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근 한국경총 부회장은 “기업과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서 저평가 받는 노사관계를 협력적 노사관계로 바꿔내는 게 국가적 과제”라며 “사회적 대화 책임 당사자로서 노사정 대타협에 적극 참여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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