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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타령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또 경제사회노동위원회다. 그만 쓰자 하다가도 또 쓰게 된다. 최근엔 경사노위가 어처구니없게도 정치적 입장이 정반대인 양쪽으로부터 몰매만 맞고 향후 전망조차 불분명해지고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근거 없는 예단과 무책임한 평론만 무성하다. 이러자고 참여한 게 아닌데 실타래가 갈수록 얽혀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다. 경사노위로 출범하면서 표명한 사회적 대화의 본령이 퇴색되고, 고심 끝에 15대 핵심과제를 제시하며 경사노위에 참여한 노동계 계층별 대표들의 입지는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논란이 잦아들기도 전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과 연동된 노사관계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져 정작 경사노위에서 다뤄야 할 핵심의제인 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확충은 유실될 위기다. 이대로라면 활로를 모색하기가 만만찮아 계층별 대표들은 양단간에 결단을 강요받는 긴박한 상황이다.

극심한 감정노동으로 점철된 지난 과정을 되짚어 보며 찬찬히 따져봤다. 계층별 대표들의 두 차례 불참으로 인한 본위원회 무산이 경사노위 파행의 핵심 원인인가. 아니다. 불참을 잘 했다고 강변하긴 싫다. 불가피했다고 에둘러 말하지도 않겠다. 어느 쪽에서든 외압 때문이었다는 묻지마 추측은 무시해 왔다. 다만 그때 계층별 대표들이 처한 곤란한 입지 속에서 차선 정도의 선택이었다는 것만 언급하고 싶다. 책임도 져야 할 중요한 정치적 행위였기에 경사노위 활동이 언제고 일단락되면 사실에 근거해 엄정하게 평가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 경사노위에서 뛰쳐나오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뭘 더 기대할 게 있느냐는 독촉도 거세다. 지금까지 감내한 감정노동이 아까워서라도 그리는 못하겠다고 반 농담처럼 답하지만 진심이다. 계급적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을 두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결실을 맺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당위로만 될 일이 아니라면 현실에서 반보 개선이라도 성과 있게 마무리 짓는 게 그나마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힘겹다. 차별과 불이익 처우를 천형처럼 인내하며 파리 목숨 같은 불안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힘든 미조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염두에 둔다면 사회적 대화를 포기할 순 없지만, 지금 형국에선 기대치가 바닥에 가깝다.

무엇보다 양대 노총과 계층별 대표들부터 힘 모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하다. 사회적 대화 이전에 제발 노동계 내 대화라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장내에서 노동계 대표로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민주노총, 미조직 노동자들의 권익 대변을 위해 경사노위에 참여한 계층별 대표들이 함께할 방도를 찾지 못하는 한 올바른 사회적 대화를 실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계층별 대표들의 책임과 역할도 가볍지 않겠지만, 양대 노총이 지금의 구도에서 사회적 대화를 제대로 성사시킬 특단의 대책을 실천하지 않는 한 경사노위 정상화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정부와 경사노위 관계자들의 책임이야 두말할 것 없지만, 이런 조건에서 책임공방은 무익하다. 더 이상 모두가 희망고문에 시달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의 엄혹한 조건에서 계층별 대표들로선 계층별위원회가 유일한 활로다. 계층별위원회가 노동조합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의 이해를 독자적으로 대변할 법적 근거이자 통로이기 때문이다. 청년·여성·비정규 노동자의 삶과 직결되는 개선 과제들을 경사노위 내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서도 계층별위원회는 필수다. 하지만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 후폭풍에 휘말려 진척도 더디고 위원회 출범도 아직 미지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 명기된 계층별위원회가 가동돼야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대화가 낮은 수준에서라도 실현될 수 있는데 솔직히 전망은 어둡다.

사회적 대화는 진작 가시밭길로 들어섰고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오리무중 상황이다. 사회적 대화와 그 기구인 경사노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주체들은 여전히 소외되거나 배제된 채 경사노위 정상화가 더욱 요원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대화란 도대체 무엇인가. 한국에서 사회적 대화란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협의기구란 무엇이며 계층별 대표들이 제대로 역할할 수 있는 운영구조는 어떤 것인가. 자문자답이 꼬리를 문다. 사회적 대화와 경사노위에 대한 확신이 날을 더할수록 희미해져 가고 있는 내 상태가 나아질 반전의 그날이 올까. 노동절이 코앞인데 암울하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이남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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