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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자율 원칙 무력화한 ‘사업 또는 사업장’ 교섭] “초기업 단위 교섭 자율화하고 사용자에 참여의무 부여해야”‘노동법 신진학자 목소리’ 학술대회 … "원·하청 하나의 교섭단위 단체교섭" 제안
▲ 정기훈 기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정된 교섭단위를 최소한의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교섭단위가 한정돼 노사자치 원칙에 위배되는 데다 산별교섭을 비롯한 초기업별 교섭이 제약받기 때문이다.

“노사자치 위배·교섭단위 결정 경직”

한국노동법학회·노동법이론실무학회·이화여대법학연구소가 지난 19일 오후 이화여대에서 ‘노동법에서 신진학자의 목소리’ 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노동법학회는 매년 박사학위를 취득한 신진학자들에게 노동관계법 관련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노동권에 대한 최근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부산 동아대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교섭단위의 결정법리와 교섭단위의 확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이정현 고려대 박사(법학·에스제이 노무법인)는 노사자율을 침해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고착화하는 조문으로 노조법 29조의3제1항(교섭단위 결정)을 지목했다. 해당 조항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해야 하는 단위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는 “노사자율에 맡겨야 할 교섭단위 결정이 법률에 의해 일률적으로 정해지고,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교섭단위가 한정됨으로써 산별교섭 등 초기업별 교섭이 제약을 받게 된다”며 “노사자치 원칙에 위배되고 교섭단위 결정이 경직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노조의 자유설립주의와 자율적 교섭체계를 기본원칙으로 삼아 왔던 노조법은 2010년 개정 과정에서 교섭대표노조 결정단위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규정했다. 중소기업과 비정규 노동자 노동 3권의 실효성 있는 보호와 노동시장 이중구조·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건설·항만운송업과 같이 일용직 노동자로 구성된 업종의 경우 교섭단위를 사업장으로 한정한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서 교섭대표노조를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정현 박사는 “건설업은 공사현장별로 노동자가 투입돼 특정 사용자와의 고용관계가 중요하지 않고 현실적인 의미도 없다”며 “업종 특수성과 지역별 교섭관행을 고려한다면 현장별로 교섭단위를 분리하기보다는 지역단위로 교섭단위를 확대해 지역별교섭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섭단위 확대로 사내하도급 문제 해결”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서도 교섭단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 법체계상 사용사업주와 고용사업주의 노동자 간 근로계약 관계 성립을 인정할 만한 법적 근거는 없다. 이 박사는 “판례는 원청과 하청노동자 간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하거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원청이 하청노동자와의 근로계약 체결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간접고용 관계를 규율하고 있다”며 “현행 법체계에서 직접 근로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하청노동자들의 원청사업주를 상대로 한 단체교섭 요구가 인정되기는 쉽지 않기에 교섭단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하청 노동자들이 원·하청 사용자와 하나의 교섭단위에서 단체교섭을 한다면 원·하청 간 임금격차와 고용불안 등 사내하도급 구조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 박사는 “노조법 29조의3제1항에서 정한 교섭단위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교섭단위의 최소단위임을 명확히 규정하는 방향으로 입법적 개선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를 초과한 교섭단위는 노사 당사자 간 합의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교섭단위가 결정되는 것으로 간주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교섭단위 확대 방안과 절차, 교섭단위 확대에 따른 협약의 중복과 충돌, 사용자의 초기업단위 교섭 참여의무 등을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조상균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박사의 주장에 대해 “노조법 33조(기준의 효력)는 ‘근로계약이 단체협약과 관련해 유리하든, 불리하든 단체협약에서 정한 기준과 다른 경우에도 단체협약이 적용돼야 한다고 해석되고 있다”며 “노조법 29조의3제1항의 성격을 최소교섭단위로 해석하더라도 그 근거로서 단체협약의 강행적 효력을 드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중개형 노동관계에 관한 규율을 직업안정법을 중심으로 일원화하자는 내용의 '직업안정법을 통한 플랫폼 노동중개의 규율 가능성과 과제'와 '중미자유무역협정 노동분쟁 중재판정 분석', '감정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괴롭힘'을 주제로 하는 신진법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플랫폼 노동중개와 관련해서는 중개형 사용자에게 노동관계 중개인 지위와 노동법상 사용자 지위 모두에 근거한 책임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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