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이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현대자동차는 광주형 일자리 하면 이득이다. 경차 판매권이 늘어나는데 왜 반대하냐는 얘기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건 '반값임금' 때문이다. 반값임금 정책은 기술경쟁력의 한계를 노조·고임금 탓으로 돌리려는 전략이다."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와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하부영<사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의 말이다. 하 지부장은 지난 19일 오전 울산 북구 지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공장이 완공되는 2021년까지 3년간 문재인 정부와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위해 프레임 전쟁을 하겠다"고 선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반값임금으로 수익성 기대하는 시대 지나"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프레임 전쟁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부는 광주형 일자리를 반값임금 또는 나쁜 일자리로 규정했다. 광주형 일자리 초임 연봉 3천500만원은 현대차 정규직 초임 연봉(5천400만원)은 물론 비정규직 초임 연봉(4천7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고임금 노동자 기득권 챙기기" 프레임을 던졌다. 양극화된 노동시장 격차를 줄이자는 광주형 일자리에 맞서 고임금 노동자들이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반대한다는 논리였다. 한국 사회에서 '종북·좌빨' 프레임만큼이나 강력한 '귀족노조'와 '일자리 창출' 프레임이 형성되면서 지부의 '나쁜 일자리' 주장은 벽에 부딪혔다.

하부영 지부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답답함을 토로한 지점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술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른 국내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고임금·노조 탓으로 돌리는 전통적인 반노동정책인데도, 본질이 가려져 있다는 얘기다. 하 지부장은 "반값임금이 되면 중국과 임금이 비슷해지는데, 인도는 중국 임금의 절반 수준"이라며 "그렇다면 인도차·중국차가 팔리고 한국차는 망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과거 선진기술을 베껴 와서 세계 최고의 손재주를 가진 노동자들을 투입해 가성비 좋은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4차 산업혁명으로 첨단기술로의 대전환이 되는 시대에 도저히 팔리지 않는 옛날 기술을 가지고 저임금으로만 수익성을 기대한다는 건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했다.

"하후상박 연대임금 계속 추진하면 효과 날 것"

하 지부장은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를 푸는 열쇠를 '하후상박 연대임금'에서 찾겠다고 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적게 올리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임금은 많이 올리자는 것이다. 하 지부장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은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 시절부터 민주노총에 이르기까지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임금정책인데도 지난 32년간 정권과 자본에게 해결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대기업 정규직 양보론이나 임금삭감론이 아니라 평등임금을 위해 우리가 스스로 노력해 보자는 취지에서 제안한 게 하후상박 연대임금"이라고 강조했다.

지부는 지난해 임금인상률을 줄이는 대신 회사에 원·하청 불공정거래와 납품단가 후려치기 중단,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2·3차 하청업체 거래 중단을 요구했다. 이런 요구가 결과적으로 현대차 부품단가 인상으로 이어졌고, 매출원가가 크게 늘면서 지난해 국내 본사 영업이익이 44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지부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사업부문에서 5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하 지부장은 "재료비가 차 1대당 130만원 정도 인상됐고, 차 생산대수를 감안하면 2조2천억원(130만원x170만대)이 납품단가에 반영된 셈"이라며 "회사 경영설명회를 갔더니 '지부장 때문에 적자가 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겉으로 드러난 하후상박 연대임금 전략의 결과는 아직 미미하다"면서도 "10년, 20년 계속하면 누적되면서 손자세대쯤에는 이중격차를 완화하는 효과를 보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하 지부장은 "올해도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요구하면서, 원·하청 불공정거래 법·제도 개선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최저입찰제 문제를 쟁점화해 현실적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투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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