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관계법 개정 전에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와 국회 관련법 개정 뒤 비준하는 기존 방안을 유지하면서도 국회 동의를 받아 정부가 먼저 비준하는 방법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비준 동의하자” 운 띄운 여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동의하겠노라고 여야가 함께 목소리 높여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고, 입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후속조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날 고용노동부는 언론사 대상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 설명회’에서 대통령이 먼저 ILO 핵심협약에 비준하는 방식에 대해 “위헌”이라고 밝혔다. 대신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뒤 대통령이 재가하는 방식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정애 의원도 노동부 입장에 동의했다. 그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많은 의원들께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내놓으셨기 때문에 그 법을 개정하는 것에 갈등이 있을 수 있고 합의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다만 그 전에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겠노라고 천명을 하는 것이 국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응답 아니겠냐”고 말했다.

노동계와 학계가 제기하는 것처럼 국회 동의 전에 대통령이 먼저 비준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일종의 선 비준으로 볼 수도 있다.

노동부 “노사정이 좀 더 대화한 뒤 동의안 제출”

정부는 기존 ‘선 입법 후 비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오 서울 은행회관에서 언론사 고용·노동 담당 부장들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안을 토대로 노사정 부대표급 혹은 대표급 논의와 합의도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비준 방안에 대해 “우리 헌법에 조약이 국내법 효력을 가진다고 돼 있기 때문에 선 입법 후 비준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경사노위는 부대표급이나 대표급 차원에서 추가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어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최근 부대표급 회담에 성과가 없어 한국노총이 선 비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6월 ILO 총회 일정을 고려하면) 대화를 끝낼 정도로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회 동의를 받은 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는 방식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노동부 고위관계자는 “동의안을 국회에 안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좀 더 시간을 갖고 노사정이 논의한 뒤 ‘이 정도로 입법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다음 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노사 단체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보수야당이 거부하고 나설 게 뻔하다는 뜻이다.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 공익위원들은 ILO 핵심협약 비준방안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정부의 행정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노동계도 대통령의 선 비준 또는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선 입법 후 비준' 방식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ILO는 '협약'과 '권고' 형태로 국제노동기준을 정한다. 권고와 달리 협약은 비준시 국제법적 의무가 발생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ILO는 지금까지 189개 협약과 205개 권고를 채택했다. 189개 협약 중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차별·아동노동 금지 등 4개 분야 8개 협약이 '핵심협약'이다. 우리나라는 이 중 결사의 자유(87·98호) 협약과 강제노동 금지(29·105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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