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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기본협약 비준할 마음이 없는 문재인 정권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시도가 어려워지자,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둘러싸고 “선 입법 후 비준”이냐 “선 비준 후 입법”이냐 논쟁이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선 입법 후 비준”론이 정부 입장임을 최초로 공식화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는 2017년 9월 방한한 ILO 사무총장을 면담하면서 “국제노동기준에 맞게 국내 노동법을 정비하는 문제는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필자는 이때부터 “선 입법 후 비준” 방식으로는 ILO 협약 비준도, 노조법의 올바른 개정도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럼에도 지난 2년간의 논란과 “선 비준 후 입법”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고용노동부 브리핑을 보면서, 또다시 형식논리를 앞세워 정부가 할 일을 방기하는 문재인 정권에 분노하게 된다.

“선 입법 후 비준”론이 전제하는 것은 ILO 기본협약이 국내법과 상충하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국내법을 개정하지 않고 ILO 협약을 먼저 비준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논리다. 언뜻 보면 맞는 것 같지만, 이런 주장은 오류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 ILO 협약의 실제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87호 협약의 핵심으로 “근로자 및 사용자는 사전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하여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떠한 차별도 없이 가진다”(2조)를 꼽을 수 있다. 헌법 33조와 노조법 5조 역시 노조의 자유로운 설립을 보장하고 있다. 즉 ‘법률’ 차원에서 볼 때 87호 협약 2조와 노조법은 상충하지 않는다. 실제 상충은 그 밖의 제도·관행 차원에서 발생한다.

우선 특수고용 노동자 노조할 권리의 부인 문제다. 엄밀히 말하면 노조법 자체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명시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 노조법 2조는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고 해 노조법의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에 한정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일찍이 2003년부터 대법원은 근기법의 근로자가 아닌 해고자·구직자·실업자가 노조법의 근로자에 포함된다고 해석해 왔고, 2014년부터는 특수고용 노동자 역시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부인한 주체는 대개 정부였다. 이명박 정권 이래로 특수고용 노동자를 조직한 건설노조·화물연대에 규약 변경을 강요하고, 전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권은 대리운전노조의 설립신고를 반려했다. 대리운전·퀵서비스노조에 대해 정부가 반려한 설립신고를 지방자치단체가 받아들인 사례에서 보듯이, 문제는 노조법에 ‘신고제’로 돼 있는 설립신고제도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하는 행정의 영역에서 발생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87호 협약과 국내법의 상충을 우려한다면, 법률 위임도 없이 ‘노조법상 노조 아님 통보’ 수단이 되고 있는 노조법 시행령 9조를 개정하고, 자유설립 원칙에 맞도록 설립신고제도를 운영하면 된다.

다음으로 교사·공무원의 노동 3권 제한 문제다. 물론 교사·공무원의 노동 3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과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은 ILO 협약과 상충한다.

그러나 이것도 실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은 제정 당시부터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꺼내 든 것은 이명박 정권 이후다. 구성원 중 0.0001%에 불과한 해고자를 문제 삼아 십수년간 활동한 노조를 팩스 한 장으로 법외노조로 만들었으니, 이런 부당한 행정행위를 바로잡는 것 역시 입법 이전에 정부가 할 일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교사·공무원의 노동 3권을 온전히 보장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런 공공부문의 사용자는 정부 자신이다. 정부가 법 개정을 주도하면 될 일임에도 경사노위와 국회로 일을 떠넘겨 반대를 자초한 셈이다.

지면의 한계로 살피지 못한 87호·98호 협약의 나머지 부분도 마찬가지다. ILO 협약과 국내법이 상충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상충하는 국내법의 상당 부분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 가능한 행정과 관행의 영역이라는 말이다.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모든 책임을 사회적 대화와 국회로 떠넘기는 정권은 사실상 ILO 협약을 비준할 마음이 없는 것이다.

노동권 연구활동가 (laboryun@naver.com)

윤애림  bor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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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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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20 01:52:24

    파업하면, 대체근로 허용해야죠. 청년들이 그런 일자리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월급만 많이 가져가고, 업무량 적고, 업무 난이도 낮고, 일 못하면, 해고 자유롭게 할수 있어야지,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고, 청년들 취업도 잘 되고, 40대, 50대도 해고된 일자리에 더 성실한 40대, 50대가 재취업할수 있으니, 생산성은 높아지고, 취업은 잘되고 선순환 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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