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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노동자 "강원도 산불, 한전 책임회피 말아야""한전 배전선로 유지·보수 예산 줄여 … 전국 곳곳에 화재 불씨, 노후설비 교체하라"
▲ 김미영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외주를 받아 배전선로 유지·보수 업무를 하는 전기노동자들이 "강원도 고성 화재참사의 불씨가 지금도 전국 곳곳에 있다"며 한전을 규탄했다.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노동자들은 10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은 화재 원인이 외부 이물질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국민에게 전하며 관리부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민 안전과 화재예방을 위해 유지·보수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전은 지난 5일 강원도 고성 산불이 전신주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강풍으로 날아온 이물질이 닿아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노동자들은 2017년부터 한전을 상대로 노후 전신주와 설비·기기 검사와 선제적 교체·보수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전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유지·보수(배전보강)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한전의 배전보강 예산을 보면 2017년 1조8천621억원에서 올해 1조4천449억원으로 4천억원가량 삭감됐다.

김인호 전기분과위원장은 "시공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전선과 전선을 압축한 부분에 수분이 들어가고, 온도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전선 압축력이 떨어져 열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전선이 산화되면 단전되면서 불꽃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소리도 나지 않아 지금도 어디서 무슨 사고가 일어나는지 예측하기 힘들다"며 "한전은 적자 운운 그만하고 유지·보수 예산을 충분히 풀어 고성과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급히 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전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전 영업본부 배전운영처 관계자는 "유지·보수 예산은 노후설비 교체와 설비를 점검·수선하는 예산으로 구분되는데, 한 번 교체하면 효과가 20여년간 지속되는 설비교체·보강에 2015년부터 3년간 집중 투자가 이뤄졌다"며 "그래서 2017년 대비 2018년과 올해 예산이 줄어든 것처럼 비치는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안전점검과 수선 예산을 매년 늘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는 전기노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건설노조가 전기노동자 576명을 대상으로 지난 7일 긴급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배전선로 검사를 해 본 적 있다는 응답은 23.2%에 그쳤다. 유지·보수 공사가 예년보다 줄었다는 응답이 98.6%를 차지했다. 건설노조는 “전국적으로 기별 점검과 선로점검 공사 발주 건수가 크게 줄었다”며 “점검 시기를 놓치고 교체 시기가 경과한 불량·노후 시설은 앞으로 더 큰 사고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엄인수 건설노조 강원전기원지부장] "이물질이 원인? 지금 한전이 변명만 늘어놓고 있을 때인가"

▲ 김미영기자
"지금 한국전력공사가 변명만 늘어놓을 때인가요? 화재 원인에 대한 사실조사를 충실하게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내놔야죠.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에게 한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20여년간 강원지역 배전 유지·보수 노동자로 일한 엄인수(47·사진) 건설노조 강원전기원지부장은 "한전이 지난 몇 년간 유지보수에 투자를 많이 해서 나아졌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위험요소는 전혀 줄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달에 서너 건, 1년이면 수십 건의 긴급공사를 하는 탓에 전기노동자들은 퇴근 후에도 쉬지 못합니다. 변압기나 개폐기가 고장 났거나 파손돼 정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긴급히 복구하러 가야 하거든요. 돌발상황이 수시로 있다 보니 아예 대기조를 편성해서 생활하고 있어요. 얼마나 많은 사고가 발생하면 이런 식으로 운영하겠어요."

엄 지부장은 이번 강원도 산불의 발화원인에 대해 한전이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당초 고성 산불이 시작된 원인으로 변압기 폭발이 지목됐는데 한전은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이물질이 닿으면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엄 지부장은 "이물질이 강풍에 날아와 불꽃을 일으키려면 전선과 전선이 붙든지, 전선과 완금이 접촉돼야만 한다"며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발생해 불꽃이 나더라도 접촉 이물질은 산산조각 나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물질이 전선 연결부위에 닿는다고 불씨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발화 장면 영상을 보면 최초 불꽃이 일어난 후 두 번째, 세 번째 불꽃이 이어집니다. 전신주 상부와 중간에서도 동시에 불꽃이 일어나고요. 또 50미터 옆에 떨어진 전신주에서도 똑같이 불꽃이 일어나는 게 보여요. 어떻게 이물질이 날아와 동시에 불을 붙입니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요. 현장노동자 입장에서 보기엔 전선이 끊어져서(단선) 불꽃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엄 지부장에게 이번 화재는 남 일 같지 않다. 배전현장에서 일하면서 수없이 위태로운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번 화재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 있는 기관에서 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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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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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호 2019-04-11 21:31:50

    산불방지!한전 배전보수 예산 늘리면 우리가 방지해요 우리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전기원노동자 입니다 22.900V의 살아 있는 전기를 떡 주무르듯 만지는 배전활선전공들 이지요 한전 직원들 택도 아니지요 우습지요   삭제

    • 박외식 2019-04-11 13:06:19

      한전은 책임이 있으면 책임져라
      개폐기 문제 가능성 있지 않느냐?
      되 묻는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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