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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기겠지요?-현대제철 비정규직,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묻다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4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재판이 있었다. 아침 일찍 KTX 열차를 타고 서둘러 도착했더니 노조간부들이 법정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8년인가. 지금은 광주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인 1차 소송사건의 소장을 제출했던 것이 2011년이니 벌써 그렇게 됐다. 그러니 변론을 종결하고 지난 1월 말 선고를 앞두고 광주고법이 변론재개 결정을 통보했을 때 언제 선고받을 수 있는 거냐고, 빨리 판결이 나오게 해 달라고 내게 재촉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랬던 그들이 지난주 재판을 앞두고는 표정이 달랐다. 재판 진행상황을 묻고서 노조 법규부장은 내게 “우리가 이기겠지요?”라고 물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사건, 즉 사용자 현대제철을 상대로 파견근로라고 주장하며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의 소를 제기해서 재판하고 있는 사건이다. 2016년 2월, 1심 순천지원에서 현대제철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고, 그 뒤 추가로 모집해 2차 소송을 제기해서 순천지원에서 재판 중에 있다. 1차 소송사건은 현재 광주고법에서는 정규직과의 임금 차액 등을 청구해 선고일까지 잡았다가 금액 산정문제로 변론이 재개된 거였다. 이런 그간의 소송 경과로 보자면 질문은 뜬금이 없었다. 당연히 이긴다고 여기면서 한 푼이라도 더 받아 달라고 주문했던 때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2. 2월 법원의 인사이동으로 변경된 재판부는 변론절차를 갱신하면서 앞으로 변론진행에 관해 물었다. 원고들의 대리인으로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한 문서를 확인해 보고 원고별 청구금액을 산정해 청구취지 변경신청을 하겠다고 말했더니, 피고 사측의 대리인 변호사는 제철소 사내하청 근로는 파견근로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문을 첨부한 준비서면을 진술하고서 추후 현장검증 신청을 하겠노라고 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관한 순천지원 판결문이었다. 순천지원 재판부가 크레인 등 현대제철 사내하청과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포스코 사내하청의 근로를 파견근로가 아니라며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주지 않은 것이니 피고는 신이 나 있었다. 지난 8일 방송통신대에서 열린 노동판례모임에 참석한 김태욱 변호사가 4월 모임에서 최근 파견근로로 인정받지 못한 포스코 사건 판결에 관해 발표한다고 해서 그때 나는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였다. “우리가 이기겠지요?”라고 물었던 것은. 자칫 자신들까지도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과 같은 판결을 받게 되지 않을까 봐 걱정이 돼 자신들의 소송대리인인 내게 물은 거였다. 광주고법에서 진행 중인 1차 소송사건에서 1심 순천지원에서 하고, 2심 광주고법에서도 또다시 해서 그 사건의 검증조서 등에 자세히 정리돼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노라고, 파견근로 여부가 문제된 이후 사측이 작업방식 등을 바꿔 놓아서 현장검증으로는 과거 상황을 파악할 수 없노라고 사측의 검증 의견을 반박하면서도 나는 포스코 사건 판결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기겠지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변할 이유, 현대제철 사내하청사건은 파견근로로 인정돼야 할 이유를 추후 재판부에 어떻게 정리해 밝힐 것인지를 궁리했다.

3. 사실 이런 내 궁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미 순천지원에서 1차 소송사건의 재판이 진행될 때에도 했던 거였다. 당시 포스코 사내하청 근로는 파견근로가 아니라고 순천지원 판결이 나와 있었고, 사측 대리인은 포스코 사내하청과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현대제철 사내하청 근로도 파견근로가 아니라고 반복해서 주장했다. 그러니 이런 사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현대제철에서는 인정돼야 하는 이유를 찾고 또 찾아야 했다. 사측은 포스코 사건에 2015년 2월 KTX 승무원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자 이 판결까지 더해서 자동차 생산공정과는 다르다고 주장하며 기세를 올렸으니, 포스코·KTX 승무원 사건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 사내하청 근로는 파견근로로 인정돼야 한다고 궁리하고 주장했다. 그렇게 2016년 2월18일 1차 사건에 대한 순천지원의 판결 선고일이 왔다. 포스코 사건에 관해서 순천지원이 파견근로가 아니라고 판결했음에도 선고일이 왔다. 통합생산관리체계(MES)에 따른 제철소 사내하청 근로가 파견근로라고 인정한 최초의 법원판결은 이렇게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 온 것이었다. 그 뒤 광주고법은 1심 순천지원 판결을 파기하고 포스코 사내하청 근로를 파견근로로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렇게 현대제철과 포스코 사건에 관해서 1심 순천지원과 2심 광주고법이 파견근로라고 인정했으니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은 당연히 승소할 거라고 여기고 정규직과의 차별받은 임금 등을 지급받는 청구에 관심을 뒀던 것인데, 추가로 모집해 청구한 포스코 사건에 관해 순천지원이 파견근로가 아니라는 판결을 선고했으니 현대제철 순천공장 노동자들은 걱정이 되는 것이다.

4. 제철소 사내하청 근로가 파견근로라는 순천지원과 광주고법 판결이 나오자 당황했다. 현대차 사건에서 컨베이어라인 작업의 자동차 생산공정에 관해 파견근로라고 법원이 판결했지만, 이는 현대차 등 자동차회사 사내하청에 한한다고 사용자 자본은 여겼다. 그런데 원청의 생산관리체계 아래서 작업을 수행하는 사내하청 근로가 파견근로라고 인정하게 되면, 이는 이 나라에서 제조업 사업장 전반에 해당할 수가 있는 것이라며 사용자단체와 사용자들은 당황했다. 그래서였나. 한동안 뜸했던 논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MES에 따른 사내하청 근로는 도급인의 지시권 범위로서 파견근로가 아니라는 교수들 주장이 노동법 학술토론회에서 발표되고 학술지에 게재됐다. 내가 대리하는 현대제철 사건에 사측 대리인 변호사들은 이를 준비서면에 첨부해서 제출하며 파견이 아닌 도급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사건을 진행하면서도 생각했었지만 이런 걸 보고 있자면 이 나라에서 자본과 그를 대변하는 학자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보인다. 학자적 양심 운운하며 중립을 표방하면서 발표하는 글은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는 도구로, 자본이 법원에 제출하는 참고자료로 되고 있다.

5. 지난주 순천 재판을 다녀와서 걱정이 돼서 나는 전화를 했다. 올해 5월 중순에 열리는 한 노동법학회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부탁받고서 수락했는데, 토론회 주제가 ‘파견근로 판단기준’이어서 혹시 모 교수가 발제자로 사용자측 연구용역을 수행하고서 그 결과를 연구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 그렇다면 검찰 발표에 대한 토론을 하겠다고 했던 것인데, 이를 바꿔 교수 발표에 반대 토론을 하겠노라고 말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도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단지 한 사업장의 노동자 사건을 대리하는 것인데도 이렇게 언제나 나는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하는 것인 양 심각하다. 통상임금·불법파견·정리해고·징계해고·부당노동행위·노조활동 등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각종 노동사건에서 노동자와 노조를 대리하는 게 내 일이다. 그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노동자들은 내게 “우리가 이기겠냐”고 묻는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2심 고법까지 패소한 뒤에 사무실에 찾아와 대법원 상고사건을 맡긴 노동자가 전화해서 새로운 주장을 추가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무리 1·2심을 패소했더라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짓밟혔다고 이겨 달라고 내게 주문하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모 상용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전화해서 이기겠냐고 물었는데, 그때 나는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지요”라고 대답했다. 변호사로서 ‘이긴다’라고 대답할 수는 없으니, 변호사로서 의지를 밝히는 것으로 대답하고 만 것이다. 이렇게 끄적거리면서 생각해 보니 “우리가 이기겠지요”라고 물은 것은 2016년 2월 1차 사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듣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건 우리가 이기지 않겠냐고 확인하는 물음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에 대해 나는 1차 사건에 관한 광주고법 판결의 결과로, 2차 사건의 순천지원 판결의 결과로 대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다. 그래서 1차 사건에 관한 순천지원 판결을 비평하면서 내가 밝혔던 판결의 의의를 다시 읽었다.
“이번 판결은 지금까지 제조업 생산공정 중 정규직과 혼재해 작업이 이뤄지는 자동차 생산공정을 중심으로 법원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를 파견근로로 인정했던 것과는 달리 제철소 생산공정까지도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는 파견근로라고 판단했다는 점, 정규직(원청업체 근로자)이 수행하지 않는 크레인 운전 등의 공정을 수행하는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로도 파견근로라고 인정했다는 점, 철강 생산공정의 주된 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정비·고철장·폐수처리·실험실 등 부수 공정 업무까지 전 공정을 망라해서 파견근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는 점이 특별하다 할 수 있고, 제조업 생산공정에서 사내하청업체 근로의 파견근로 해당성을 대단히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우리 노동자가 이겨야만 하는 이유를 읽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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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LO협약 비준 2019-03-19 23:00:39

    ILO협약 비준한 것중 고용형태 차별 금지가 있었다고 난 들었다.
    그런데, 요즘 EU집행위에서 FTA체결했는데, 노동법 비준 문제가 우리나라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압박한다고 들었다. 당연하다.
    왜, 비준할 것이면 다 해야지...이것 저것 골라담기만 했는가 이거다.
    그런데, 이미 비준한 내용에 고용형태에 따른 노동자 차별이 금지됨이 이미 비준한 내용에 있었다는데, 왜, 우리나라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에는 이것이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을까? 그것이 바로 오늘날 소득양극화와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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