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정오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 비정규직 해고 중단 및 정규직화 요구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강예슬 기자>
김미연(43)씨는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교육센터에서 10년째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 학기당 강의시간은 평균 12~15시간이다. 다른 학교에서 강의할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 정해진 수업시간 외에 업무가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업준비와 시험문제 출제는 물론 센터 주최 학술대회와 교재개발·학사협의회 등에 참여해야 한다. 그는 "강의시간 외 업무 참여 여부는 강제가 아니지만 '언어교육 봉사점수'로 반영돼 수업시수 분배 기준이 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하는 처지라는 말과 함께.

김씨는 18일 정오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시간강사가 아니라 계약직 노동자"라며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38명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대학노조를 비롯한 85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학생단체가 참여했다.

"어학당 강사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

대학노조에 따르면 김씨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다. 노조는 지난 1월 고용노동부와 교육부에 '서울대 언어교육센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가 고등교육법상 시간강사에 해당하는지'를 질의했다. 노동부와 교육부는 2월 모두 "교육센터 내 어학당 강사는 학부(대학원)의 교육과정을 담당하고 있지 않다"며 "고등교육법상 시간강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씨 같은 어학당 강사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의 사용기간 제한 조항 적용예외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기간제법은 김씨 같은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본다. 노동부 해석대로라면 이미 김씨는 서울대 무기계약 노동자인 셈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어학당 강사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라고 판단되면 전환을 긍정적 검토를 할 것"이라면서도 "이들의 신분을 시간강사로 볼 것인지 기간제 근로자로 볼 것인지는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정규직 전환을 위한 심의위원회도 열지 않고 있다.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김씨와 그의 동료들은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자다.

"전환 심의위 진행상황 당사자는 모른다"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 진행상황을 기간제노동자 당사자에게 공개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대 산하기관인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일한다는 최아무개(31)씨 얘기다. 그는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1년10개월째 일하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다. 올해 4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심의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모른다"며 "글로벌사회공헌단에는 2명의 법인 직원과 14명의 계약직 직원이 있는데 학교에서는 법인 직원들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씨는 "학교측은 글로벌사회공헌단 직원들에게 사업 지속가능성이 없어 전환을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며 "하지만 학교는 서울대 중기발전 계획안에서 글로벌사회공헌단 사업을 서울대 공공성 회복을 위해 유지·강화하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노조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은 "관행처럼 이뤄진 서울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많은 불편함을 따를 것"이라며 "서울대는 전환 심사기준이나 결과와 관련해 당사자와 국민에게 숨김 없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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