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리주 전 부천우편집중국 우정실무원

저는 부천우편집중국에서 2월28일자로 계약해지된 비정규직입니다. 근로계약서 표현으로는 ‘시간제 우정실무원’입니다. 정부기관인 우체국은 민간기업과 다를 거라고 기대하며 채용시험에 응했습니다. 지난해 8월초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휴가철에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관은 계약이 연장되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습니다. 직원이 되면 한 가족이니 우체국보험도 가입하라고 해서 알찬 상품을 찾아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사보험 하나 없던 저를 포함해 가족들이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회사는 12월 비정규직 2명을 추가 채용했습니다. 사람을 뽑는 것을 보고 저도 계약이 연장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새벽 5시까지 출근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준비하는 고된 생활을 참아 내며 고용이 안정되길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일반 등기우편물인 서류봉투와 편지봉투를 17개 지역별로 분류하는 일을 했습니다. 업무가 익숙해지자 분류작업뿐만 아니라 한두 개 지역 우편물에 바코드를 찍고, 팰릿에 옮겨 싣는 마무리 작업도 했습니다.

회사는 경영위기 등을 이유로 2월 말 계약해지된다는 공문을 올해 1월 초에 보여 줬습니다. 회사가 ‘근로 계약기간 종료에 따른 계약해지 알림’ 공문을 받았다는 확인 서명을 요구해, 저를 비롯해 동료 22명이 서명했습니다. 저와 동료 2명은 안전화도 지급받지 못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입사한 동료들은 지난해 하반기에 받은 안전화를 얼마 신어 보지도 못하고 계약해지됐습니다. 이들은 노란 포스트잇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안전화와 함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두고 마지막 퇴근을 했습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은 해고가 다가오자 각자 사연을 나눴습니다. 지난해 3월에 입사한 이는 1년에 10일이 부족한 근무일수로 인해 퇴직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6개월에서 5일이 부족해 실업급여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고 합니다. 관리자는 해고될까 봐 불안해 앞으로 경영에 변화가 있는지 질의하는 제게 “계약해지는 기정사실”이라며 “사업방향이 오락가락하고 방침도 수시로 바뀌어 종잡을 수 없다”는 답변을 합니다. 정규직 직원조차 체계 없는 사업방침이라고 성토하는 회사 경영상황을 도대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려고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를 찾았지만 벼랑에 선 제게 돌아온 답변은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말이었습니다. 회사에서 해고했는데 부당한 해고라는 것을 오히려 제가 증명해야 한다더군요.

고양우편집중국은 30여명의 우정실무원을 2월28일자로 계약해지하면서 15명을 2월22일자로 채용하고 3월4일부터 근무를 시켰습니다. 이중적인 모습입니다. 올해 2~3월 사이에 전국 우편집중국별로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50여명까지 약 300명의 단기계약 비정규직들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정부기관에서 기간제 일자리로 사람들을 유인하고는 몇 개월 단위로 계약해지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국정과제로 밝혔습니다. 고용안정, 좋은 일자리 확대라는 정부 정책과 단기계약직 양산, 해고 반복이라는 우정사업본부 행태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집배원들의 과로사가 사회 문제가 되자 시범적으로 300여명을 고용한 우정사업본부가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며 대량해고를 자행하는 것에 문재인 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합니다.

노동부는 기댈 곳 없는 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해 주세요. 저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싸우려고 합니다. 우정사업본부는 합리적 예산수립과 집행계획 없이 직원에게 일을 시켰다가 자르기를 반복하는 행태가 명백하게 부당해고라는 것을 인정하고 계약해지한 전원을 복직시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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